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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의 근본’ 땅을 살리자
박시룡 2010년 10월 18일 (월) 01:40:43
녹색과 그린이라는 말을 지금처럼 많이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정부 정책도 온통 그린과 녹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실체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고 있으니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그린인가요? 아니면 숲을 가꾸어 자연을 푸르게 하자는 건가요?

그린의 본질은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생태라는 말도 이젠 매우 흔한 용어가 됐습니다. 걸핏하면 생태공원이다 생태하천이다,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생태의 본질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주변을 푸르게 하고, 자연에 가깝게 꾸미면 생태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생태학과 경제학을 많이 비교합니다. 경제학을 economics라고 하고 생태학을 ecology라고 합니다. 공통점은 eco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eco가 들어가 있는 말은 매우 복잡한 학문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유명한 경제학자나 경제학자들이 많으면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그건 경제가 매우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론과 논리만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태학도 그렇습니다. 이론은 있지만 복잡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일이 많아 경제학 못지않게 매우 복잡한 학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태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태계란 지구 위의 생물과 무생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낙지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시끄러웠죠. 내장과 머리는 빼고 먹으라고 하지요. 사실 이제야 발견돼서 그렇지 우리 생태계, 그러니까 우리나라 갯벌과 연안은 이미 중금속으로 피폐해진 지 오래됐습니다.

그 근원이 뭘까요? 바로 농약과 화학물질입니다. 어민들이 농약을 사용해서 연안이 오염된 것은 아닙니다. 바로 농사 짓는 상류에서 나온 물질들이 하천과 강으로 흘러가 갯벌과 연안을 오염시켜 결국에는 우리가 먹는 해산물에 중금속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농산물은 우리 인간이 정해 놓은 허용기준치 이하라 하여 합격을 받았지만, 결국 뿌린 농약은 빗물에 씻겨 하천과 강물의 생물들을 멸종에 이르게 하고 나아가 그 물이 바다로 흘러가 해산물을 오염시키는 것입니다.

어민들이 서울시장을 찾아가 항의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우 안타깝습니다. 바로 그 복잡한 생태계를 다스리지 못하여 생긴 일을 어민들이 항의한다고 중금속이 없어지나요? 이제라도 알려진 게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늦기 전에 우리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린의 본질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생태의 근본은 땅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살아생전 농사를 지으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고 했을까요. 바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우리나라 죽은 땅을 두고 한탄하면서 남긴 말입니다. 농민들은 수확하기 위해 농약을 쓰고 하는 일이 합리화돼 버린 지 오래된 우리의 현실에 누구 하나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쌀이 남아돌아간다는데 왜 쌀농사를 지으십니까?” “요즘 빵도 있고, 또 건강에 좋다 하여 잡곡이 들어 있는 빵도 비싸게 팔리는데, 밀이나 다른 곡물을 심으면 돈을 벌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쌀 농사가 가장 쉽다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가장 쉬운 쌀농사를 고집하고, 그러니까 농약도 자연히 아무 죄의식 없이 뿌리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아마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농사를 가장 쉽게 하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령화가 되어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우리 생태계를 생각하면 농업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선 우리 모두 불행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제법 의식이 깨인 어떤 농민은 파는 것은 농약 뿌리고 자기가 먹는 농산물에는 농약을 안 뿌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니, 그럴 수가 있습니까?” 하고 화를 냈는데 그 분이 하는 말을 듣고 이해가 가더군요.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소출이 40%밖에 안 나옵니다. 그럼 이 농산물 값을 2-3배 부르면 누가 사가겠습니까?”

어쨌든 우리나라 땅에 농약을 뿌리는 것은 매우 심각합니다. 선진국에서 금지된 수십여 종의 농약을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고, 해마다 땅에 뿌려지는 농약 사용량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캐나다의 21배, 미국의 5배, 일본의 3배나 더 사용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다 어디 갔나요?

지난번 황새 때문에 독일 북동부 로브루크와 프랑스 알사스 지역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의 농약 사용량은 우리의 3분의 1이하이고, 그것도 생물들에게 보다 안전한 농약을 사용하다 보니, 생물다양성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들 들면, 땅의 지표생물인 지렁이가 우리나라는 평방미터 당 68마리인데, 그곳은 446마리였습니다. 7배 가까이 생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이 이야기를 최근 유럽을 다녀온 선배에게 해줬더니 자기도 운전하면서 느꼈다고 합니다. 한여름 밤에 차를 운전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깨끗한데, 유럽은 벌레로 인해 금방 헤드라이트 커버가 더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하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입니다. 죽을 때까지 병을 앓는 햇수가 미국 독일 프랑스,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평균 6~7년인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13년이라는 사실에서 바로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병에 취약한 체질은 아닙니다. 평균 수명은 우리와 미국, 그리고 유럽이 비슷하고 일본 사람만이 조금 더 오래 사는 편입니다.

행복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지, 오래 사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누구든지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살기를 원합니다. 결국 이런 면에서 우리는 선진국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못합니다. 국가적으로도 큰 재앙입니다.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비용도 연간 수십조원, 여기에 6~7년을 곱하면 수백조원을 선진국보다 더 부담하고 사는 셈입니다.

모르면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 생태계의 현주소를 모르는 것이 약이 될까요? 요즘 제가 황새를 복원하면서 저도 정치가들에게 불쑥불쑥 화가 치밀 때가 많습니다. 제발 녹색과 그린의 색깔만 바라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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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짝!짝!짝!
옳으신 주장입니다.농업은 하늘,땅,사람의 합작품인데 그 중에서 하늘과 땅은 병들지 않는데 사람이 병들어서 하늘은 어쩌지 못하지만 만만한 땅에겐 온갖 못된 짓을 일삼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농민을 포함해서 비농민도 농민 못지 않게 땅을 병들게 합니다.
건강한 흙 1그램 속에는 2억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농지의 1그램 속에는 겨우 4천만 마리가 살고 있다는 발표가 있은지 10여년이 흘렀으니 지금은 더 줄었겠지요? 문제는 여기에 비례해서 우리 젊은이들의 정자 숫자도 줄어들어 불임을 걱정할 단계라니 보통 심각한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누가 농민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질 수 있겠습니까?
저농약 내지는 점차 무농약 재배로 유도하고 거기에 따른 기술지도와 가격보장을 정부가 담보하면 쉽게 해결 될 일입니다.
땅을 살리는 일이 생태복원의 근본이고 그 일을 해내는 농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면 될 것입니다.
제발 반 생태적인 4대강에 헛 돈 쏟아붓지 말고 땅 살리는 일에 매진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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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11: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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