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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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을 보며

김영환

2010년 10월 26일 (화) 01:28:37

2012년 11월에는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시대가 열릴 모양입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 전체회의는 10월18일 시 씨를 군의 최고기관인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뽑았습니다. 군의 인사를 장악하는 것으로 10년을 이끌어갈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13억 인구인 중국의 공산당원은 작년에 7,799만 명, 이중 중앙위원은 후보위원 167명을 합쳐 371명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투표로 부주석을 뽑았으니 중국식 민주주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국은 2조6,000억 달러로 우리의 여덟 배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뽐내는 G2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우리들을 여러모로 긴장하게 만듭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밝힌 시진핑 발언도 그랬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10월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시 부주석이 작년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왜 현 한국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 교류협력을 안 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이고 이적행위나 다름없다”고 반박하자 박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해본 적이 없다”고 응수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식 부인했죠. 일부 외교관 출신들은 통역이 부주석 발언을 북한식 어법으로 압축한 오역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정말로 사실이었다면 반이명박 투쟁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이 왜 이런 ‘재료’를 지금껏 은닉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광우병 시위를 직접민주주의라고 찬양하며 정부에 공격을 가했던 사람들의 침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진핑 혹은 박지원 발언 논란을 보면서 핵심 정치인이란 사람들의 자질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시진핑 부주석은 칭화대에서 유기화학, 후진타오 주석은 수리공정을 전공했고 원자바오 총리는 북경지질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했습니다. 중국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모두 이과 출신인 테크노크라트입니다. 이런 이공계 득세는 문화대혁명과 함께 중국의 경제건설과정에서 ‘문과 무용론’을 앞세운 이공계 권장과 개인의 보신(保身) 및 직업 선택의 편의성 등이 빚은 역사적, 사회적 상황의 소산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도 이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심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성장하고 있으니 앞으로 핵심 지도부의 전공도 조금씩 달라지겠지요. 요즘엔 테크노크라시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이과 중시, 문과 경시(重理輕文)’에 대한 반론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도 너무 한 것이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조차 이공계출신이 아니죠. 법(法)․경(經) 계열이 너무 많습니다. 일례로 4명인 자유선진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은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지, 이회창 총재를 닮아 모두 법과대 출신입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 본질과 거리가 먼 현상입니다.

젊은이들의 직업적 희망은 나라의 미래입니다. 전공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펀드매니저를 비롯하여 탤런트, 댄싱 가수가 되기 위해 성형을 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뭔가 ‘거품’으로 들떠 있는 풍조입니다. 공대에서 의대로 간 학생도 있었죠. 그러나 어떤 문명도 물건의 신발명 없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구상의 거리는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으로 단축되기 시작했죠. 국경을 비롯하여 모든 경계를 허물며 사이버로 통합하는 인터넷은 몇 개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룩된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시스템의 발명입니다. 우리는 노벨상은 탐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할 노력은 게을리 하는 감입니다.

일본 주오대 이공학부 시스템공학부 곤노 히로시 교수는 ‘이공계 이탈이 경제력을 빼앗는다’고 갈파했습니다. 이것은 국가 경쟁력에 관한 사안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3류 정치로 2만 달러 소득의 벽을 못 넘고 질척거리는 사이에 중국은 물론 인도, 베트남이 맹추격할 것입니다. 이면우 교수는 3년 전에 ‘우리의 3대 효자 상품인 휴대폰, LCD, 자동차 산업이 5년 안에 중국의 추격을 받아 자멸할 운명이다’라고 썼습니다. 다행히 아직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전경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철강, 화학, 선박, 무선통신,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수출 분야의 대중국 격차가 불과 3~4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과학과 교육으로 나라를 발전시키자(科敎興國)‘는 구호로 전력 질주하고 있죠.

중국 지도부가 아니더라도 독일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이론물리학 박사이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네소타대 공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습니다. 일본의 간 나오토 현 총리는 특허법률사무소장을 역임한 변리사이고 히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스탠퍼드대 공학박사입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치는 과학과 같이 실험을 할 수 없지만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닮았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려는지요. 정치인들이 권력을 거머쥐려고 투쟁만 하면 앞날이 어둡지요. 지금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에 목마른 국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하는 말 다른, 실천보다 말만 앞세우며 경박한 공리공론을 펼치는 전공자들의 ‘거버넌스(국정관리체계)’보다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적을 만드는 데 철저한 이공계 출신들의 ‘거버넌스’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고 중후하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