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판 M R A 운동’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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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판 M R A 운동’이라도

방석순

2010년 10월 29일 (금) 00:05:35

'MRA' 하면 요즘엔 신체검사와 관련된 의학용어로 알아듣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혈관 이상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MRA(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자기공명혈관조영)는 뇌병변을 진단할 때 사용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e; 자기공명영상)와 함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해진 말입니다.

그러나 반세기 전에만 하더라도 ‘MRA’는 도덕 재무장을 부르짖는 정신운동으로 널리 알려졌던 말입니다. 미국의 부크먼(Frank Buchman) 목사가 제창했다는 ‘MRA(Moral Re-Armament) 운동’은 ‘정직·무사(無私)·순결·사랑’을 외치며 도덕 재무장을 통해 인간성 상실과 정신의 피폐,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 인류 평화를 수립하자던 범세계적 정신운동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던 이 운동은 시류에 밀려난 탓인지 지금은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첨단기계 덕분에 우리의 육신은 한결 더 건강해지고 수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정신, 영혼의 세계는 어떠할까요. 나라의 경제력과 도덕성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공정 사회를 만들자는 요즘 오히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부당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들이 끊임없이 들추어져 얼굴이 뜨겁습니다.

최근 국제투명성기구는 ‘2010년 부패인지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평가 결과 한국이 10점 만점에 5.4점을 얻어 전체 조사대상 국가 178개국 가운데 39위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점수는 조사 대상 전체의 평균(4.1점)보다는 높지만 OECD 30개국 평균(6.97점)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라 합니다. 또 지난 2년간 계속 하락한 것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와 비리가 그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강력한 반부패·청렴 정책 추진과정에서 그 동안의 잘못된 관행들이 드러나고 부정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우리 스스로 느끼는 나라의 청렴도 역시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무총리 한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앞선 정부 때도 그랬고 현 정부에서도 그랬습니다. 정치인, 대학 총장, 언론사 사장, 감사원장을 내세워도 감춰졌던 비리나 범법, 탈법 사실들이 드러나 망신을 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병역기피, 뇌물수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공직 특채 등등 드러난 허물도 가지가지입니다. 그런 재주 덕에 그런 지위까지 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장관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내각 쇄신을 위해 개각을 발표하고서도 정작 내정했던 장관감의 허물이 너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물러나기 위해 보따리 쌌던 장관이 엉거주춤 국정감사장에서 혼이 나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합니다. 그렇게 총리나 장관 후보들의 허물을 들춰내며 혼 구멍을 내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사정은 또 어떨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픕니다.

며칠 전 감사원은 공공기관들의 경영에 대한 감사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 데다 감사에서 지적된 이후에도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한마디로 감사원 감사쯤은 이제 무섭지도 않게 된 것이지요.

지적된 내용을 훑어보면 갖가지 묘수가 다 등장합니다. 월차 보전 수당 지급, 임차 사택 부당 운영, 대학생 자녀 학자금 과다지급, 적자 운영을 눈 감은 성과급 지급 등등.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지요. 위 사정이 그러하니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구호양곡을 차떼기로 빼다 팔아먹는 업자, 그런 범죄를 눈감아 주고 돈을 챙긴 공무원도 등장합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의 어디서 어디까지 맑고 흐린지 분간조차 어렵습니다.

정부의 변명대로 그동안 관행처럼 저질러져온 비리들을 다잡는 과정이어서 더 많은 허물들이 쏟아져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업무에 밝고 책임감 강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공직자 한 사람이 어느 날 느닷없이 뇌물수수로 실형을 받았습니다. 주변의 어려움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던 성품으로 늘 베풀며 살던 사람이기에 놀라움은 더 컸습니다. 그의 해명은 그동안 도움 준 이들의 보은이 오히려 화로 덮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역시 관행으로 치부하던 것 중 하나였습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결혼식장에는 으레 하객들이 장사진을 치게 마련입니다. 서울 삼성동 어느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는 하객이 대로를 넘어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정치인들이 때만 되면 남의 손을 빌어서까지 책을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도 알 만합니다.

세상 살다 보면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피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또 누군가와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로 인해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되기도 하고 더욱 혼탁한 사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다시 세워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 상황에 맞는 도덕적인 기준을 세우고 위에서부터, 힘 있는 자부터, 가진 자부터 그 기준을 지키고 따른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도덕적 기준은 법과 규칙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판 MRA 운동’이라도 벌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김윤옥 (210.XXX.XXX.145)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도록 온통 악취가 진동하는 작금의 우리를 돌아보면서 말씀 하신대로 도덕재무장 운동이 벌어지길 간절히 바란적도 있습니다.그러나 윗물이 절대로 그럴맘이 없는 지금은 그럴 희망이 전혀 없어보입니다.생물이 순수한 근본이랄까, 無로 돌아가려면 죽은 뒤에 깨끗이 썩어야 하기에 완전히 썩어 無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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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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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진 (121.XXX.XXX.155)

새삼 동감입니다. 다시한번 돌이켜 생각할 기회를 주신것에 내마음 자세를 추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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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1 10: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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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건국 초기의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쳑결이 이뤄지지 못해 지금까지 흙탕물이 흐르고 있네요. 바르게 사는 자는 어렵고 기회주의자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으니 누가 착해지려 할까요? 소원하신대로 신판 MRA운동이라도 벌여야겠습니다! 더 썩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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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17: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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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56)

공직자의 세계가 청정지역이 되어 "인사 청문회"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가 가속화 될수록 부정 부패가 심화되어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젊은이들이 늘어감니다.
새로운 각오로 사회에 발을 디딜 젊은이들에 본이되는 어른들이 도덕 재무장 운동의 주연으로 등장하길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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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13: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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