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 우리의 대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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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 우리의 대비는

임종건

2010년 11월 01일 (월) 02:30:48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10월 18일 중국공산당 17기 5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차기 대권 후계자로 확정된 이후 그는 세계의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는 시진핑으로 인해 가장 먼저 시끄러운 지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그가 했는지 안했는지도 불분명한 얘기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야당 지도자가 있는가하면, 시 부주석 스스로도 혁명가의 자제를 일컫는 태자당(太子黨) 출신답게 한국전쟁에 대해 ‘정의로운 전쟁’ 운운하며 우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의 당 군사위 부주석 선출을 다룬 19일자 인민일보는 회의내용을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 말미에 ‘전원회의는 시진핑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심의해 증선(增選)하기로 했다’고 단 한 줄의 1단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런 뉴스를 다룰 때 그가 마치 국가주석이라도 된 듯이 요란을 떠는 것은 서방언론의 속성이라고는 하지만 그 중에서 한국 언론은 유별났던 것 같습니다. 중국에도 레임덕 현상이 있겠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현직의 위력은 막강한 법입니다. 차기권력에 대한 과공(過恭)으로 외교적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당국은 신경을 써야할 것입니다. 그가 주석 직에 오르기 까지는 앞으로 2년이상 남아 있습니다.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 등극하는 2012년을 학수고대하는 분위기일 듯도 합니다. 국무원 부총리를 지냈던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6·25때 중공군사령관 팽더후이(彭德懷)의 부하였습니다. 김정은으로의 3대세습을 혁명의 세습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으로선 태자당 주석의 등장을 더없이 좋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재료로 삼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말한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얘기는 실망스럽습니다. 시 부주석이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명박 정부를 가리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인데,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은 했지만 그 역시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가 설령 그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6자회담의 주재국인 중국의 지도자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훼방하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요.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을 포기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시진핑이 단순한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햇볕정책의 설계 및 집행자였던 DJ 앞에서 한 외교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안에서는 싸우더라도 밖에서는 발을 맞추는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대표의 말은 여야를 막론하고 외세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고질적인 사대주의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진핑의 ‘정의로운 전쟁론’은 어떻습니까. 6·25참전 60주년을 맞아 노병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가 태자당이 아니라도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중국의 참전이 잘못된 것이라면 중공군의 희생은 헛된 것이 되고 말 것이니까요.

당시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장군은 만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해서라도 중국의 참전을 저지하고, 대만으로 패퇴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를 고토회복(故土回復)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므로 참전결정이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주장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중국내부에서 마오저둥(毛澤東)주석 시절부터 6·25 참전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또 6·25가 북한의 남침이란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에 대해서도 충분한 인식을 갖고 있던 게 사실입니다. 중국이 6·25는 ‘조선 내전’이고 중국 참전이후의 6·25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구분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처음엔 남침에 의한 내전이었으나 유엔군의 북진으로 중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져 북한을 도왔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이 참전을 하지 않았다면 한반도에는 통일이 왔고, 세계는 좀 더 일찍부터 평화로워 졌을지도 모릅니다. 그것 보다 확실한 것은 중국이 지금의 G2시대를 훨씬 전에 맞았을 것입니다.

중국이 이룩한 지금의 성취에 비추어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인식은 참전 대신 외교로 풀었어야 할 사태로서 ‘후회스런 참전’이었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맞습니다.

지금도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 전쟁협박을 일삼는 북한을 부추기는 것이 중국의 안보에도 해가 된다는 보다 명확한 인식을 지녀야 합니다. 중국은 북한을 패권주의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합니다. 그것이 미래의 지도자로서 시진핑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중국의 커진 국제적 위상에도 걸맞는 자세라고 봅니다.

국내의 정치인들도 외세를 업고 우물 안 개구리 싸움이나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것은 우리의 외교력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상대에게 얕보이는 지름길입니다. 중국의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꼴을 보기란 북한 하나만으로도 지겹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