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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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한국의 선택

허영섭

2010년 11월 04일 (목) 02:47:05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
G20 서울 정상회의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광화문 대로변의 높은 건물에 회의 개최를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언론들도 앞다투어 이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뭔가 우쭐해지고 긴장되는 기분입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림으로써 세계의 이목이 서울로 집중된다는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G20 정상회의가 기존의 G7 국가가 아닌 나라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도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껏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2000년), 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APEC, 2005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2009년) 같은 굵직굵직한 회의를 몇 차례나 치렀지만 이번 회의가 과거의 어느 정상회의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들 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서울 정상회의의 비중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표현은 약간씩 다르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도국'이나 '리더(leader) 나라'라는 찬사도 비슷한 뜻이라고 여겨집니다. 더 나아가 이번 정상회의의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30조원 이상에 이를 것이며 일자리 창출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정상회의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무엇보다 G20가 ‘부자나라 모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져서 이들 국가의 비중이 전 세계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교역량에 있어서도 80% 안팎에 이른다니 추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CEO 120여명도 회의 기간에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하도록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런 회의의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실 공히 세계의 중심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할 만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회의 주최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은 벌써 부분적으로나마 확인됐다고 생각됩니다. 보름 전,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경주에서 회동할 당시 위기에 봉착했던 ‘환율 전쟁’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당사국들 사이에 전개되던 주먹다짐의 난타전을 무난히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합의 내용이 구속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사국들이 환율 다툼을 서로 자제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그 결과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거나 환율개입 가능성을 은근히 언론에 퍼뜨리는 경우가 여전한 것을 보면 조짐이 그리 심상치가 않습니다. 따라서 정상회의가 끝난 다음에는 환율문제가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모릅니다.

사실, 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당초 환율문제는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보다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제금융기구 개혁 및 개발도상국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습니다. 의장국으로서 의제설정에서부터 토론 및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한다는 계획은 세계의 중심국가를 지향하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선진국의 입장을 표방하기보다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이 세계의 균형발전에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의의 슬로건인 ‘다 함께 성장’의 의미와도 부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듯이, 단순히 재정적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을 키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정상회의가 자칫 경제 강대국들 사이의 기득권 싸움터로 변하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입니다. 환율 다툼에서 드러났듯이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가 의장국인 우리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한국을 들러리로 내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입니다.

더구나 환율 논의과정에서 G20의 결집력이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사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겉으로는 서로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얘기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이 조금이라도 침해받는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전투태세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화합과 타협보다는 적자생존의 패권다툼으로 치닫기 십상입니다.

이러다간 잘사는 나라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G20 이외의 나라들은 자꾸만 빈곤과 기아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의 G7 체제나 지금의 G20 체제가 지구촌의 빈부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회의장 주변에서 NGO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것도 그런 때문이겠지요. 이번이라고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언급에 대해 귀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몇몇 해외언론은 이번 회의가 합의된 진전을 내놓지 못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거나, '환율 전쟁'을 중재했던 한국이 성과를 너무 부풀리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회의 준비에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보도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지적에 일일이 과민반응해서도 안되겠지만 단순한 헐뜯기라고 무시하고 넘어가서도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의 개최국 국민으로서 회의가 원활히 진행되길 바라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마지막까지 회의 진행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보완작업이 따라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과 책임감을 발휘해 내실을 기하려는 자세입니다. 그런 노력이 다른 나라들과 우리 국민들로부터 동시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의 중심국’ 으로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김윤옥 (210.XXX.XXX.145)

흔히 우리가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인정(?)받을 때마다 무언가 선물을 건넸다는 뒷소문을 듣습니다.이번에도 실속없이 남좋은 결과를 만들고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랑하는 실속없는 결과를 얻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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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4 14: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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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국민과의 소통도 부재하고, 동족인 북한과의 소통도 부재하고,자연과의 소통도 부재한 우리가 부자나라에 끼었다고 우쭐댈 이유가 있을까요?
배부른 돼지로 비춰질까 두렵습니다.
빈국을 대변하는 NGO들의 평화적 시위도 보장되는 의젓한 회의가 이루질 때 우리의 품격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외회내빈이 아닌 내실있는 회의가 진행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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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4 09: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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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59.XXX.XXX.68)

늘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그런 일반적인 분위기를 윗 사람들도 알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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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4 10: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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