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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에서 느닷없이 생긴 일
고영회 2010년 11월 12일 (금) 01:45:05
2010년 11월 4일 아침 10시 서울고등법원 서관 30호 법정에서는 5가지 사건의 재판결과가 선고될 예정이었습니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오고 재판장과 배석 판사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재판장이 첫 번째 사건번호와 당사자를 불렀지만 당사자는 양쪽 모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은 간단하게 결론만 선고했습니다. 재판장은 다음 사건으로 넘어갔습니다.

   
  2010.11.4 선고예정사건

 
재판장이 “2010나33219호, 원고 ○○○씨, 피고 ○○○씨”라고 불렀습니다. “예, 원고 대리인 변리사 고영회입니다.”라고 대답하니 재판장은 “원고, 피고 불출석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민사 본안에서의 소송대리권 허용 여부에 대해 답변 드립니다. 형식은 판결문 일부로 넣었습니다. 고 변리사님께서 출석하셨으니까, 요지만 설명드리면, 변리사에게 민사본안 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허용할지는 입법자의 결단 문제입니다. 변리사법 2조, 8조와 민사소송법 제87조 사이에서는 문리적(文理的)으로 해석할 수 없는 그런 면이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현재의 변리사법으로는 민사본안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허용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고영회 변리사님의 소송대리 행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은 각하합니다.”하고는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때, 방청석에 있던 어느 사람이 소리를 지릅니다. “아니, 내 사건을 선고하지 않고 그냥 나가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맨 뒤에 나가던 배석 판사 한 사람이 되돌아 나와 법원직원과 얘기를 나눕니다. 그러고 나서 법원직원이 “나머지 사건은 선고연기됐습니다. 선고연기서류는 나중에 보내겠습니다.”하고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이날 5개 사건을 선고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재판부는 2개를 선고하고 나머지 3개 사건이 남아 있는 줄도 모르고 퇴정하는데, 사건 당사자가 항의하는 바람에, 느닷없이 선고를 연기한다고 알리고 허둥지둥 법정을 빠져나간 것입니다. 재판을 진행하고 선고를 밥 먹듯 하는 판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선고할 사건이 있다는 것도 잊고 나가버리는 사태가 생겼을까요?

필자와 관련된 위 사건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이 있느냐에 대해 법원의 결정이유를 밝히는 사건이어서 법률계의 관심이 쏠리던 사건이었습니다. 변리사법 2조에는 ‘법원에 대하여 하여야 할 사항의 대리’가 변리사의 업무로, 변리사법 8조에는 ‘변리사는 특허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명백한 규정을 두고도 법원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해오지 않았습니다. 어느 국민이 이런 법조문을 읽고 변리사에게는 소송대리권이 없구나 하고 해석하겠습니까. 그동안 법원은 소송을 대리하려는 변리사에게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못하게 막아왔습니다. 막는 방법이 상당히 독특했죠.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 재판부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가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언상 명백하지 않다’하거나 ‘입법자 결단의 문제’라 하면서 끝내 소송대리권을 부인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칼을 휘두른 것이지요. 법률전문가이고 사회의 공정한 심판자라고 자처하는 법원으로서는 낯 뜨거운 이유를 붙였지요.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재판부가 허둥지둥 법정을 떠난 이유가 아닐까요?

칼을 가진 사람이 칼을 잘못 휘두르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 억울하게 다칩니다. 법원이 사건의 실체를 잘못 판단하거나 정한 의도를 갖고 판단한다면, 그 사건의 주인공은 감당 못할 피해를 입습니다.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법원은, 잘못 판단할 수 있으니 재판은 3심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억울하면 항소해서 다툴 일이지 해당 판사를 공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변명도 해왔습니다.

이리 외쳐도 저리 외쳐도 진실이 외면될 때, 진실을 외면 당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나는 석궁 사건의 진실은 모릅니다. 그렇지만 석궁을 날릴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그 사람의 심정이 진하게 다가옵니다. 재판부가 허둥지둥 재판정을 빠져 나가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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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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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119.XXX.XXX.227)
당신들은 특허에 대한 대리권여부는 모르겟지만 법률대리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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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09: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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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61.XXX.XXX.205)
이미 특허법원에서 하는 특허 소송 잘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냥 특허 침해 소송을 특허법원으로 들고올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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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2 20: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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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역시 (115.XXX.XXX.194)
허둥지둥 재판을 빠져나가는 것에 대단히 감동을 받으셨나 봅니다.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으려면 재판의 가장 기본인 요건사실을 아셔야합니다. 변리사들이 당사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만큼의 실력이 있다면 누가 소송대리를 허가하지 않겠습니까만. 이런 글을 보니 역시 변리사는 소송대리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송대리를 하시면서 재판부의 행동 같은 사안과 관계없는 부분에 흥분하여 그부분을 중점적으로 변론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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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11: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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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61.XXX.XXX.205)
권익보호 측면에서 변리사가 능력이 모자라다면 배척되는 게 맞겠지요? 하지만 그건 특허 침해 소송대리권 인정해주시고 하실 말씀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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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2 20: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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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21.XXX.XXX.219)
변호사도 특허소송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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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08: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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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순 (119.XXX.XXX.227)
선배님의 글을 통해서 국내 법해석이 밥그릇으로 비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유익한 내용 감사합니다 - 서열창89 안현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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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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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복 (119.XXX.XXX.227)
참으로 한심한 판결입니다. 특허 등의 업무변호를 전담하는 변리사야말로 변호사보다 전문성이 더 우월할 거라 판단하는데요. 그리고 언급된 판사의 자질문제도 심각하군요. 고변리사님 참 황당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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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9: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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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옥 (119.XXX.XXX.227)
내가 그입장에서 생각하니 안타갑네요..제가 모르는 곳에서 수고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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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09: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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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9.XXX.XXX.227)
고영회 변리사님!
용기를 잃지 마십시요.
사법부에도 양심적인 인사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힘내시길 빕니다. 유 희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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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2: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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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111.XXX.XXX.170)
판사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누가 자기 밥그릇을 발로 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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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1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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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그렇습니다!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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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2: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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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3.XXX.XXX.4)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니 5개의 판결 중 2개만 하고...... 3개가 남아있는지도 모르고...... 아무 절차(사과문 등)없이 다음으로 연기되었다며 총총걸음으로 나갔다면......
이것은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글로만 주고받아서 안될일 이네요.
법을 직업으로 삼는 관련단체에서 분명히 크게 문제삼아야되고
그렇게 해오지 않아서 이런 몰상식한 직무유기에 세금낭비에 국민무시에
권유주의에...... 물들어 그것이 본인들의 잘못임도 모를 겁니다.
아침부터 정신건강을 상당히 훼손하는 무모하게 사는 계층들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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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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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변호사가 주요 회원인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해 주면 좋겠지만, 기대할 수 있을지요. 그들도 이런 문제에 닥치면 입을 다물어버리겠죠...ㅠ.ㅠ
글을 읽어주시고, 관심가져 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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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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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진실 규명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행태가 이럴진대 아무리 공정사회를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약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두드리는 재판정이(가난한 사람은 그도 못하지만) 공정하고 정대해야 함에도 어거지 이유를 들이대며 소송대리권을 박탈하고, 남아있는 판결도 뒤로 한 체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법원의 풍경이 씁쓸합니다~~ 이런 수준으로는 G20 이 아니라 쥐20 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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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10: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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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법원이 바뀌어야 할 텐데요. 법원이 '디케상'을 법원의 상징그림으로 쓰고 있으면서요...ㅠ.ㅠ
인내천 님, 관심가져 주시고 의견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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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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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11 (121.XXX.XXX.251)
험한 세상에서 양심을 지키고 살기에는 판사도 예외가 될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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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2 09: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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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그런 현실이 서글프죠. 관심과 의견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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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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