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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마술이다
안진의 2010년 11월 17일 (수) 02:44:24
해마다 거르지 않는 감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감기도 제 친구 같습니다. 지인들이 전하는 염려의 인사에는 아프기보다는 불편하다며 연신 코를 훌쩍거립니다. 눈이 휑해졌다며 안색을 살피는 친구에겐 아프니까 예뻐 보이지 않느냐며 너스레도 떱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지식인처럼 보이기 위해서 여인들이 창백한 피부화장을 하고, 검은색 아이섀도(eyeshadow)로 눈 밑에 다크 서클(dark circle)을 그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다는 것을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 사교계의 여인들은 자신이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밤새 유희의 시간을 보냈고, 그로 인한 피로감의 증표로 검은색 아이섀도를 애용하기도 합니다. 하얀 피부와 검은색 아이섀도의 대조는 그것이 책읽기가 되었든 은밀한 성애가 되었든 상대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임은 분명합니다.

어쨌거나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상대방의 수척한 모습을 보며 “아프니 더 사랑스럽다”는 말에 수긍이 갈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면서 아프다고 드러눕기라도 하면 시중들 일에 귀찮아지겠다고 인상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사랑이 저만치 가버린 존재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대개 집안에 ‘엄마’가 아프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니게 됩니다. 집안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콜록거리며 쉬어버린 목소리로 강의를 하다보면 학생들의 시선이 자꾸 땅으로 떨어지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러니 얼른 나아야겠지요. 감기는 쉬면 낫는다고 하지만 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니, 약을 복용하는 일과 함께 특별한 품이 들지 않는 색채치료법으로 마음을 즐겁게 하기로 해봅니다.

우선 제 감기 증상은 열은 없으며 몸이 처지고 기운도 없어지고 입맛도 없어지니 빨간색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빨간 치마에 빨간 꽃이 그려진 상의에 빨간색 코트를 걸치고 빨간색 가방도 들고 나섭니다. 감기에 날까지 추워지니 어릴 적 입었던 빨간 내복이 슬그머니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파란 접시가 아닌 오렌지색 붉은 접시에 담으니 기분이 상당히 들떠지는 느낌입니다.

고대로부터 상처회복이라는 치유의 주술적 사용을 제하고서도, 여러 가지 임상실험을 통해 빨간 색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액 흐름을 빠르게 하며 식욕을 돋우는 데도 효과적임이 밝혀졌습니다. 반대로 파란 색은 진정의 역할을 합니다. 불면증, 긴장이나 스트레스, 두통에 시달릴 때는 파란색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노란색은 따뜻한 색채로서 밝은 기분과 함께 뇌에 활력을 줍니다. 관절을 풀어줄 때나 운동하다가 생긴 통증을 완화시키려 할 때 효과적이기도 합니다. 초록색은 긴장을 완화하고 혈압을 낮추며 감정을 느긋하게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삼림욕에서도 느낄 수 있듯 신선한 공기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주황색은 쾌활하고 기쁨을 주는 색으로 빨간색과 같이 혈액 순환을 돕고 신체에 에너지를 주는 색입니다. 보라색은 신체를 정화하고 파란색과 같이 수면을 돕습니다. 명상프로그램에 보라색의 빛이 자주 애용되는 것도 내적인 자각을 촉진하면서 자기성찰을 통한 정화를 느끼고 휴식을 제공하는 의미입니다.

색은 빛입니다. 눈으로 본 빛은 뇌의 중앙에 위치한 시상하부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곳은 뇌 속의 작은 내분비기관이라 불리는 송과선(松果腺)과 뇌하수체(腦下垂體)를 통제하는 곳으로 우리 몸의 호르몬과 신경화학물질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송과선과 뇌하수체는 감정표현뿐 아니라 심장박동, 혈액순환 등에 관여하게 되는데, 빛의 영향을 쉽게 받는 곳이기에 색채치료의 효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빛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피부로도 받아들입니다. 사람도 빛에 반응하기에 뒤에서 불빛을 비추면 빛이 비추는 방향으로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피부는 빛을 받아들이고 멜라닌을 형성하고 비타민 D를 저장하고 보충해줍니다. 특히 바깥 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햇빛 부족으로 무기력감이 생기기도 쉬우니 적절한 햇빛 보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 의사가 들어온다.'는 이탈리아의 속담도 있고, 햇빛이 감기를 낫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빛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빛 곧 색은 마술과도 같습니다. 마술이란 믿어야 그 힘을 발휘하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색을 가까이 하며,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움직인다면, 마음 가는 대로 몸도 반응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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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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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47)
이 글을 읽어보니 제게는 파란색, 초록색이 잘 맞겠네요.그런데 저는 붉은 계열의 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샛빨간 버버리 코트를 자주 입지요.딸아이가 '소방차' 같다고 놀려도 못들은체 합니다. 밖에 나가면 주로 60대 할머니들이 제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늙을수록 빨간색에 끌리는 탓인가봅니다. 색채 심리학에서는 빨간색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색이라 하던가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어느 시인이 그렇게 노래했는데 이제 저도 사람이 다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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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22: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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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72)
계절 날씨와 상관없이 슬픔,우울의 감정으로 감기가 오는데 한의사 말씀에 의하면 신기질(귀신이 잘따라 붙는?)이라 하던데요.
색감의 치료와 음악 음식 정다운 사람과의 대화로 감기예방이 되네요
제가 특이한 체질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부류의 사람이 꽤있더라고요
샤마니즘적인 기질이요
안진희님의 글을 읽어보니 공통점이 있어 제가 감기를 잘 다스리고 잇음을 알겠네요
글 공감하며 감사하며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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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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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의 (112.XXX.XXX.148)
신기질이라.. 흥미롭네요^^ 저도 기운 없다가도 잘먹을때는 괜찮구요, 신나게 강의하고 있을때는 기침도 않나오고 ㅎㅎ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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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6: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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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감이 노랗게 되면 의사 얼굴이 노랗게 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여기서 일컫는 노란색은 안 교수님이 이르신 색상의 의미가 아니라 단백질이 풍부한 홍시를 먹게되면 아프지 않아 병원에 갈 일이 없어 의사들은 파리를 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든다는 의미랍니다.
감기에 효험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홍시를 한번 드셔보십쇼~~
혹여 효험을 보시면 홍보대사로 나서주시구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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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3: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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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의 (112.XXX.XXX.148)
그런 이야기도 있군요 고맙습니다. 오늘 들어가는 길에 꼭 홍시 챙겨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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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7 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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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7)
요즘 청도홍시에 빠져 있습니다. 씨도 없고 맛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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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10: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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