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C919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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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C919 프로젝트

김수종

2010년 11월 24일 (수) 01:54:51

앞으로 10년 후 한국인은 중국을 여행하면서 보잉이나 에어버스보다는 C919라는 비행기를 더 많이 타야 할지 모릅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느냐 하면 요 며칠 사이에 나온 두 가지 뉴스 때문입니다.

첫 번째 소식은 중국이 지난 16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개막한 ‘주하이 국제 에어쇼’에 자체 기술로 개발 중인 제트여객기 C919의 전시용 모델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수주경쟁에 돌입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또 두 번째 소식은 중국 정부가 자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반대하여 다른 나라 대표들의 수상식 참석을 못하게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는 보도였습니다.

C919는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가 개발하고 있는 여객기로 중국의 비전과 야심이 실려 있는 항공기입니다. 이 비행기의 좌석수는 166~200석이고 항속 거리가 4천~5천5백 킬로미터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규모의 여객기입니다. 현재 중단거리 용으로 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있는 보잉737과 에어버스320에 대적하는 비행기가 될 것입니다.

주하이 에어쇼에서 COMAC이 발표한 것을 보면 2014년 첫 실험비행이 실시되고 2016년부터 항공사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써 중국 민항회사들만 아니라 해외 항공서비스업계와 100대의 구매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을 보면 국제 항공운송업계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제작은 제조업의 첨단 분야입니다. 어쩌면 한 국가의 기술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척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계의 여객기 제작은 미국의 보잉과 유럽컨소시엄의 에어버스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선진 기술을 대변하는 상징이라 할 만합니다. 사실 일본은 항공기 부품 제조 기술에서 앞서 있습니다. 보잉 항공기의 동체를 비롯해서 상당한 부품이 일본 기업에서 조달됩니다. 그러나 30년 이상 세계 경제 2위국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은 여객기 조립 산업에 도전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 콘소시엄이 양분하고 있는 민간항공기 제작 분야에 새로운 경쟁자로 끼어들겠다고 나선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항공 수요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면 항공여객이 늘어나는 것은 미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구가 미국의 4배가 넘는 중국에서 2030년까지 새로 필요한 여객기는 약 3천대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풍요로운 비행기 시장을 보잉과 에어버스의 독무대로 놓아두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국의 전략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은 당연합니다.

강대국의 꿈을 키워나가는 중국은 21세기의 경쟁력이 항공우주산업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개혁개방 정책으로 선진 산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습니다. 철강, 자동차, 조선, 정보통신기기, 전자제품에서 선진국 수준에 급속히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수함, 핵무기, 미사일, 잠수함 등 선진국이 기술전수를 꺼리는 군수산업과 항공우주산업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간격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상업적으로 선진국에 도전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산업 분야 중 하나가 민간항공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C919 비행기가 본격적으로 출고되기 시작하면 한국이 그 구매압력을 가장 심하게 받게 될 나라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경제, 정치, 또는 인적 교류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C919를 한국에 팔고 싶어 하는 중국의 욕구도 치열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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