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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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황경춘

2010년 11월 25일 (목) 00:26:54

고등학교 동기생 한 사람이 1990년대 중반에 <125세에의 도전>이라는 꾀 의욕적인 제목의 책을 낸 일이 있습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겨우 70대 초반에 머물던 때에 적지 않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일이 기억납니다. 이 친구는 서울대 약대에 재학 중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한때 경찰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만학(晩學)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꾸어 박사학위까지 받고 난 뒤 건강 관계 글을 쓰기 시작해 70이 넘은 나이에 400쪽의 단행본을 만들어 내 화제가 되었습니다.

정작 글을 쓴 본인은 책이 나온 지 얼마 있다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인간 수명이 125세까지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모든 동물이 뇌 성장기간의 다섯 배까지 생존 가능하다는 학계의 정설에 의거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뇌나 다른 부분도 25세까지는 성장을 하니 그 다섯 배인 125세가 생존가능 상한선이란 이론입니다.

금년 들어 어느 일본 학자도 만능세포와 장기이식(臟器移植) 등 의학기술의 발달로 악성 유전자에 의한 암 등 불치병과 치명적 사고 등을 피하면 인간 수명은 120세까지는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자는 인간이 120세까지 살게 됨으로써 곧 그만큼 행복해지느냐의 문제는 별도 이야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의 한 조건이라고 모두들 말합니다. 거기에 대해 이 학자는 좀 다른 의견을 말했습니다. 즉 많은 인간이 120세 가까이 오래 살게 되면 60 전후를 정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 사회제도는 물론이고 인구구조나 가족제도 등에 혁신적 변화가 따르지 않는 한, 인류는 큰 불행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이 조금씩 얼굴을 내미는 우리나리에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차츰 허물어져 가는 우리나라에서 노인층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가 충분하지 않아 빚어지는 비극이 하나둘씩 전해질 때마다 자기 건강이나마 착실히 챙겨야 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서가(書架)에서 잠자고 있는 친구의 책을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 봅니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 교토(京都)대학 총장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박사는 금년 여름에 <‘지구 백억인 정원(定員)’설의 공포>라는 글을 어느 일본 잡지에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세계 인구는 약 천년 걸려 두 배로 늘어 18세기에 8~9억이 되었는데,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9년에 68억으로 추산되는 세계 인구는 매년 1억씩 늘어나는 추세이고, 세계인구회의(World Population Conference)의 추산으로는 2050년에 지구 인구가 90억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70년경에 100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학자가 다수였다고 합니다.

이미 선진국 권에서는 이러한 인구 팽창에 위기를 느껴 1990년 후 여러 가지 인구 억제 조치를 취해 온 결과 2010년 이후 10년간의 인구 증가율이 0.17%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 밖의 그룹에서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합니다. 인도는 가까운 장래에 중국을 앞질러 인구가 15억 선으로 증가할 추세이며, 발전도상국의 인구 총수는 2025년에 67억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지구 인구 증가는 먼저 식량과 자원의 심각한 쟁탈전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마쓰모토 박사는 보고 있습니다. 뒤이어 기후변화 식수난 등의 재앙이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인류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힘쓰겠지만, 시간과의 경쟁에서 인류가 불리하다는 것입니다. 즉 역사상의 선례를 볼 때 전파(電波)의 존재를 예측한 뒤 100년 이상 걸려 지금의 휴대전화가 개발되었고, 현재 첨단과학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노테크놀로지도 19세기 후반의 원소(元素) 연구와 20세기 초의 소립자론(素粒子論)이 등장한 지 1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려 이루어졌고, 라이트(Wright)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뒤 제트기(機)가 나오는 데 50년이 걸리는 등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요는 과학의 힘도 중요하지만 각 국가나 개인이 자원과 식량 소비절약의 중요성을 통감하여 새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사태완화의 수단을 실천에 옮겨야 인류 공통의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박사의 의견이었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본 같이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담수(淡水)라고 마쓰모토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담수를 어느 정도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것도 인구 억제 문제를 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유럽을 여행할 때 여러 도시에서 100년 넘게 걸려 지은 교회나 성당에 마주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인 천진암에 100년 계획으로 대성당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기 생전에 연구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를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도 많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고교 동기생은 지병인 간경화증의 악화로 병원에서 복수(腹水)를 뽑아가며 책을 완성했습니다. 자기처럼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여 고생할 분을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을 꼭 마쳐야 하겠다고 무리를 무릅쓰고 집필을 계속했습니다.

짧은 인생에 몇 십 년 후의 지구 온난화나 인구폭발을 걱정하는 학자나, 환자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생각으로 몹쓸 병의 바이러스와 악전고투하는 의학도의 숭고한 모습에 저 자신을 비추어보며 자식이나 친구들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고 여생을 마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김휘동 (210.XXX.XXX.77)

글 잘 읽었습니다.
물리적 삶의 길이보다 정신적 삶의 질적 농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친구분의 세상과 사회를 위한 삶이야말로 농도가 진한 진정의 장수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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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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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210.XXX.XXX.77)

지난번의 아르바이트 글, 오늘 보내주신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 참 좋아요. 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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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19: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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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경 (210.XXX.XXX.77)

황경춘선생님의 언제나 좋으신 글 고맙습니다. 어르신의 글들속에는
항상 깊은 지혜가 베어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1950년생으로 한국동란
직전에 태어나 늘 20대 30대에 머무를 것같던 생활이 벌써 60대로 막 들어섰습니다. 저 자신이 정말 믿어지질 않습니다. 인생의 선배님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삶의 패턴을 단순하게 변화시키고, 제 맘속의
욕심같은 것 다 버리고 평안함을 누리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엔
빈손으로 가려고 애를 씁니다. 쉽진 않겠지만 노력하렵니다. 황경춘선생님,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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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6 19: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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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1)

콩비지가 맛있게 되어,성당할머니 댁에 한 그릇 가져다 드렸습니다.
동네 노인 분들이 골목에 안보이니 힘없이 들어가시는 뒷모습이...
"사는 것이(혼자) 지루해"하시네요.
가족제도가 핵가족에서 대가족 제도로 환원된다면 장수가 복의 의미가 되겠지만,..
누구나 가는 길이라도,어떻게 갈지는 희망사항 인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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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9: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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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17)

말씀하신 대로 "사는 게 지루해" 대신 모든 분이 장수가 복이라 느끼는
세상을 간절히 원합니다. 콩비지를 받은 할머니는 잠시나마 그런 행복을
느꼈을 거에요. 고맙습니다, 차 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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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20: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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