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하는 건지, 코미디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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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묵

2010년 12월 06일 (월) 01:20:43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우릴 믿고
단잠을 이룬다’

출신학교 교가와 애국가 후절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해도 40여 년 전 불렀던 군가 가사는 생생합니다. 아마 인내의 한계를 느끼며 피와 땀에 젖어 악을 쓰며 불러댔던 노래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연평도가 북한군의 포격으로 쑥대밭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국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군부대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민간인 2명도 희생됐습니다. 북한군은 지난달 23일 오후 두 차례(2시 34분~55분, 3시 10분~41분)에 걸쳐 170여발의 해안포를 퍼부었고, 우리 군은 13분 만에 K-9자주포 80발로 대응사격을 했습니다. 북측의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연평도의 피해 현황을 보면 보건지소 완파, 해경통제소, 파출소, 면사무소 창고 반파, 우체국과 면사무소 유리창 파손 등으로 ‘준비된 포격’ ‘계획된 도발’ 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6·25 남침 이후의 남한 영토에 대한 첫 포격이자, 민간인에 대한 직접 공격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약 포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말 폭탄입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찢는 언어공격입니다.

△똥뀐 놈이 성내는 격, 北의 궤변

- 도발자들의 불질을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다스리는 것은 우리 군대의 전통적 대응 방식이다. 남조선은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엄숙한 경고를 똑똑히 새겨들어야 한다.(23일 저녁 7시 조선중앙통신)
- ‘호국’이라는 북침전쟁 연습을 벌여 정세를 전쟁상태로 몰아간 이명박 패당의 반민족적 범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24일 북한 적십자 중앙위, 25일로 예정된 남북 적십자 회담 연기에 대해)
- 남조선 당국이 진정한 북남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탁(卓)에 나와야 한다.(2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은 이번 도발을 준비하면서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하여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있다.(27일 조선 중앙통신)
- 사실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사망한 민간인 2명은 연평도 주민이 아니라 본토에서 온 사람들이다.(27일 조총련 내부 교양자료)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중국

- 정보의 한계로 누가 포격을 시작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24일 신화통신)
- ‘북한 포격으로 한국 측 2명 사망’보도에서 ‘남북한 서부해역서 교전 발생’으로 수정.(23·24일 신화통신)
- 북한의 포탄이 한국 국방장관을 때려 떨어뜨렸다. (26일 인민일보의 인터넷 인민망)
- 12월 상순에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 단장 긴급 협상을 해 현재 각 측의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자. 이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동북아 긴장 국면 완화에 공헌할 수 있다. (27일 다이빙궈<戴秉國> 특사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 후, 중 외교부 중대 발표라며)

△자중지란에 빠진 靑ㆍ党ㆍ軍

- ‘확전 자제 지시 받았다’고 했다가 ‘회의 자리에 없었다’고 수정.(24일 김태영 국방 장관, 국회 국방위에서)
-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북의 도발 직후 한민구 합참의장 등 군 지회부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몇 배로 보복하라” “북한 해안포 기지 부근에 미사일 기지가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 쪽의 도발 조짐이 보이면 타격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25일 청와대, 김 국방 사표를 수리하면서)
- 북의 포격 직후 대통령으로 하여금 확전하지 말고 상황을 잘 관리하라고 말하게 한 청와대와 정부 내 개자식들을 이참에 청소해야 한다.(24일 해병대 출신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
-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이게 몇 mm 포입니까?(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
이건 76mm 같고, 요거는 아마 122mm 방사포 같고(포병 중장 출신 황진하 한나라당 국회의원) - (24일 연평도 피격 현장에서 있은 해프닝. ‘2개의 포탄’은 현장 취재진이 상표를 확인한 결과 보온병으로 밝혀져)

△국론분열로 치닫는 좌우 설전

- ‘MB 한심’ 때문에 뇌혈관이 터져 죽을 것만 같다. 저런 대통령을 뽑은 이 방정맞은 손 모강댕이를 도끼로 팍 쳐서 잘라버리고 싶다.(언론인 유근일 24일 조갑제닷컴 기고)
-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집권 이래 벌여온 대결 광란, 전쟁 광란을 멈춰야 한다. 천안함 사건 조작과 모략을 사죄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더는 벌이지 말아야 한다.(조국통일 범민족연합 25일 성명에서)
- 북한의 1차 공격 뒤 우리 군이 강하게 대응한 탓에 2차 공격이 있어 민간인이 집중 피해를 입었다.(송영길 인천시장 24일 기자간담회에서)
- 북한은 한·미 연합 전쟁연습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왔으나 한·미 당국이 그 충고를 무시해 국지전이 연평도에서 발생했다.(한국진보연대 26일 기자회견에서)
- 정부나 대통령이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 그렇게 몰고 간 것은 범죄행위다. 한상열 목사(60,진보연대 상임고문)처럼 북한에 가서 ‘어떻게 합시다’하는 건 범죄가 아니라 애국자 아니냐(조성우 민족화해협력국민위원회 공동의장, 29일 한 목사 재판 증인진술에서)

포격이 발발한 지 보름 가까이 쏟아진 말의 유희는 과연 세금을 내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누가 만들지 불안과 분노만 더해주고 있습니다. ‘나라 지키는 영광’은 군복도 입어보지 못한 고위층의 구두선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녹슬고 고장난 방어태세를 보면 군을 믿고 ‘단잠’을 이루기는커녕 ‘선잠’도 못 잘 판입니다.

말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신조어가 이채롭습니다. 헤이트리어트(hateriot)는 증오(hate)와 애국(patriot)의 조합언어로,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과격한 진보주의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길 안내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조수석에서 투덜대기만 하는 사람을 내기베이터(nagivator)라고 합니다. 잔소리(nag)와 길 안내자(navigator)의 합성어입니다.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이 소개한 이 같은 새 말들이 만에 하나 한국을 모델로 만들어진 조소꺼리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오리진 (211.XXX.XXX.124)

햇볕정책을 접었으면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이를 대비하지 못한것은 현 정권의 불찰이다.안퍼줘도 평화로운 삶이 보장 된다면 그보다 좋을일이 있겠는가? 대화의 구실로 우리 국방예산의 100/1정도 쓰고 평화를 보장 받는다면 이보다 더 남는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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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4: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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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38)

저도 모르고 있던 신조어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침략에 대한 방어연습만 하자,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자동차를 몰고갈 때 방어운전엔 신경을 씁니다. 그러나 방어운전만 한다고 완전 방어가 되는지요? 상대방이 무작정 뛰어들 땐 그냥 다칠 수밖에
없지요.
어떻게 평화공존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배우고 싶어집니다. 평화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요. 한쪽은 계속 공격하고 한쪽은 계속 방어만 하다가
계속 방어만 하던 쪽은 인명살상을 당하고 있는 것이 평화공존의 방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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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12: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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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36)

북쪽의 사투리는 일상 언어도 너무 과격한 면이 있습니다.부모님을 따라 월남했던 언니가 여중 시절에 국어선생님이 장래의 희망을 물으셨을 때 어머니의 일상 회화로 익히 써오던 말로 의사가 되겠다는 말을 '의사질' 을 하겠다고 써서 몹시 꾸중을 들었다고 두고두고 부끄러워했습니다. 더우기 그 선생님은 여중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하얀길' 이라는 소설을 쓴 신지식 선생님이어서 더욱 상처가 컸나봅니다............... 작금의 웃지못할 이런 저런 말의 해프닝은 진정성 없이 인기에 영합해서 깊은 사고없이 즉흥적으로 해대는 무뇌적 망발탓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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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22: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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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어떤 이유에서건 전쟁은 안됩니다.
무차별적인 인명살상과 더불어 자연도 함께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인들의 훈련도 방어연습이어야 하고 만에 하나라도 침략연습이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칫 전쟁과 무력도발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집단의 선동에 부아뇌동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입니다. 한줌도 안되는 그들을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평화공존이 가능하고 통일의 문도 열어놨는데 굳이 위험한 불장난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제발 속좁은 대응으로 민족의 제단에 생체기를 내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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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6 11: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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