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부르면 달려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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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면 달려올 거야?

김영환

2010년 12월 13일 (월) 02:01:52

‘체인지’라는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 10부작을 흥미롭게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들은 요즘 우리 드라마들도 매우 그렇게 되었지만 전문성이 아주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앵커우먼의 세계를 다룬, ‘톱 캐스터’, 학원 문제를 다룬 ‘여왕의 교실’, ‘고쿠센’, ‘철강 산업’ 이야기인 ‘화려한 일족’, 음악도의 이야기를 명연주로 선사하는 ‘노다메 칸타빌레’, 성(性)정체성 장애를 그린 ‘라스트 프렌즈’, 식품수입회사를 파헤치는 ‘호타루의 빛’, 광고기획사의 애환과 사랑을 묘파한 ‘사랑의 힘’, 포도주 만화를 드라마화한 ‘신의 물방울‘등 열거하자면 길어지죠.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기무라 다쿠야가 주연을 한 ‘체인지’는 소학교 선생님이 총리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여당 중진의원의 아들인 소학교 교사는 정치에 혐오감을 갖고 별이나 관측하면서 아버지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아버지가 동남아 여행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공석이 된 보궐선거에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당은 먼저 부인에게 접촉하지만 한사코 반대하여 결국 아들인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공천을 받는데 당 중진은 정치 문외한인 그를 위해 선거 전문가와 자신의 여성 보좌관을 투입하여 선거를 승리로 장식합니다. 중진은 그를 로봇으로 만들어 조종하려들지만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총리가 됩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대물’이 화제입니다. 텔레비전 어린이 프로 아나운서가 방송기자인 남편이 아프가니스탄에 특파되어 반군에게 살해되자 무력한 국가의 현실에 통탄하면서 정계에 투신하는 설정입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는 ‘드라마 대물과 2012년 한국대통령選-한 걸음 빠른 여성대통령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대물의 주인공 고현정과 박근혜 의원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면서 ‘대물’의 인기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런 드라마는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을 읊조리지만 실제 행동은 딴판인 정치와 정치꾼들을 경멸하는 국민들에게, 눈높이가 같은 ‘참 정치인’들로 하여금 난도질하게 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준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체인지’에서 기무라 다쿠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거 때만 머리를 숙이고 당선되자마자 특권계급인양 행동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의 행복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진정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믿고 싶은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총리대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본 정치 세계는 그런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약속드립니다. 여러분과 같은 눈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정치의 문제점을 찾아내 그것을 바로잡을 것을 저는 약속합니다. 여러분과 같은 귀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진지하게 들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과 같은 다리로 문제가 일어난 곳에 망설임 없이 달려갈 것을 약속합니다….”

올해 6․2 지방선거 유세 차량에서 유난히 많이 들렸던 ‘캠페인 송’이 생각납니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작정 달려갈 거야…(가수 박상철의 ‘무조건’).” 그런데 그런 노래를 부르면서 당선된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처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6․2지방선거의 당선무효로 직을 상실할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물’ 같은 드라마는 고부간의 갈등,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 혼외정사와 그 결과물인 출생의 비밀, 심지어는 옛 애인이 장모가 되는 해괴한 드라마들을 잠재우는 데 존재 가치가 빛날 것 같죠. 곧 유사한 경쟁 드라마도 이어질 모양입니다.

이런 전문 드라마들이 훌륭하게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억지 설정도 있지만 매스컴으로는 결코 일반 대중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정치의 이면과 정치사건 수사의 단면을 짐작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눈을 가정 밖으로 돌려 드라마의 사회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물’이 ‘체인지’의 영향을 받았는지의 여부는 모르겠으나 일본 언론의 분석처럼 높은 시청률로 흥미를 모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럼 2012년에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 드라마의 영향을 저울질하며 가장 난감해하는 것은 여성 대통령 탄생을 저지하고 싶은 남성 예비주자들과 그 지지 세력이겠죠. 극중의 당명이 어떻다는 둥 비난의 소리도 나왔습니다.

‘대물’은 우리나라에서의 여성 대통령 출현에 대한 놀라움 내지는 거부감을 사전에 일정 부분 소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죠. 약자의 눈물을 씻어주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인공 ‘서혜림류’의 모성본능이 나라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견과 국가를 보위하자면 강철 같은 의지와 사자보다 더한 역동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을 테니까요. 어쨌거나 대통령을 뽑는 것은 투표장이지 텔레비전 화면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은 정치적으로 이 드라마를 비판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도 모두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강대호 (115.XXX.XXX.148)

좋은글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일본 드라마 내옹이 더 흥미로워지네요, 우리의 드라마는 역사성이 부족한 감이 많은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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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2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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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115.XXX.XXX.148)

시대의 소명에 따라 대통령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건국 당시에는 그에 걸맞는 대통령이, 가난을 탈출해야하는 시대에는 성실하고 독선적인 사람이, 도약을 이룩해야할 시대에는 그런 인물이, 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는 철저한 대비가 된 사람이, 그리고 조용한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야 하는 때에는 분위기가 부드러운 사람이, 여성 또는 미국과 같이 타국에서 온 이민자가 필요한 시절도 오겠지요. 그런것이 그 나라의 운명이 아닐까요. 우리나라도 모든 경우를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국가가 되어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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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23: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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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제발 다음 대선에선 국민 두려워할 줄 알고 작은 목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대통령을 선출했음 좋겠습니다.
그 기준은 성을 초월해야 하고, 지역을 초월해야 하고,씨족을 초월해야 하고,출신학교를 초월해야 하고,학력을 초월해야 하며 병역 미필자,세금 탈루자,이중국적자,부동산 투기의혹자,논문 표절자,그리고 독재자나 친일파 후손은 절대로 안됩니다!
대물에 등장하는 그런 대통령,하도야 같은 검사,우리라고 갖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세계 모든 나라는 그 나라의 국민 수준에 부합하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이 걸리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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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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