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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공격성
박시룡 2010년 12월 15일 (수) 00:23:05
인간과 동물은 갈등상황에서 공격을 하게 됩니다. 갈등은 공격과 도피라는 두 개의 행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행동을 빚게 합니다. 서열이 높은 개체와 낮은 개체가 먹이를 놓고 만날 경우, 서열이 낮은 개체가 서열이 높은 개체를 공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피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제3의 행동이 일어납니다. 이를 전이(轉移)행동이라고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새들은 종종 서열이 높은 개체 앞에서 부리를 등 쪽으로 돌려 깃에 파묻고 잠을 자는 척합니다. 선생님의 꾸중을 듣는 학생이 선생님을 공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도피할 수도 없어 그저 머리를 긁적거린다면 이것도 전이행동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갈등행동은 대상전가(對象轉嫁)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서열이 높은 개체를 공격할 수 없고 도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다른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빠한테 크게 꾸중 듣고 아빠한테 대들 수 없으니 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식입니다. 동물들도 이런 행동을 합니다. 갈매기가 먹이를 먹고 있을 때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개체가 나타나면 먹는 것을 멈추고 옆에 있던 풀뿌리를 마구 쪼아댑니다. 이 대상전가 행동에서는 자기보다 서열이 낮은 개체나 물체가 표적이 됩니다. 사람의 경우도 어른에게 혼나고 문을 ‘꽝’하고 닫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상전가 행동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똑 같습니다. 모두 본능행동입니다.

세 번째 갈등행동으로는 위협행동이 있습니다. 위협행동은 두 개체의 서열이 비슷할 때 나타납니다. 한 개체가 위협하면 이 위협행동은 공격성으로 변하고, 그 공격성은 상대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심지어는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런 공격성은 서로 다른 종에서 일어나지 않고 동종에서 일어나는 것이 인간과 동물 모두 공통적입니다.

공격행동이 나타나기 전에는 위협행동이 항상 먼저 일어납니다. 위협행동을 행동학에서는 상반감정공존(相反感情共存) 행동이라고도 하는데, 두 개의 감정이 공존하는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두 마리의 개가 싸우는 것을 보면 먼저 서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이때 개는 공격하려는 욕구와 도피행동을 으르렁거리는 위협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이 위협으로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행동으로 변할 수 있고, 상대가 힘이 세어 좀처럼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면 도피행동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남한에 대해 강도 높은 위협행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남한 역시 위협으로 맞서고 있는 매우 심각한 위험수준에 와 있습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입니다. 쌍방의 힘이 비슷할 경우 싸움은 종종 곧바로 심각한 상해로 끝나고 맙니다.

그럼 동물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 걸까요? 터 때문입니다. 제 영토에 들어왔을 때 위협으로 맞서는 것이 동물의 세계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사건은 터를 두고, 그것도 터 경계선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동물들의 세계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터는 동물들에게 생존을 위한 보장 수단입니다. 터는 번식과 먹이를 보장해 줍니다. 그래서 모든 동물은 자신의 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물들이 터 때문에 상대를 죽이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보통 위협행동을 보여 해결하려고 합니다. 연적(戀敵)끼리 싸울 때 고양이들은 쉭쉭거리고, 으르렁거리고, 등을 활처럼 굽게 만들고, 털을 곤두세우고, 눈동자의 동공을 크게 확대시킵니다. 그러나 같은 종 사이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히는 싸움이 벌어지는 예는 극히 드뭅니다.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을 실제로 공격하거나, 역으로 그런 공격을 유발하는 유전적 경향은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기 힘듭니다. 그런 개체가 설사 모든 싸움에서 계속 이긴다 하더라도, 심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유혈사태를 피하고 위협적인 행동으로 대체하는 편이 훨씬 더 현실적입니다.

봄에 터 경계의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노래는 터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입니다. 터 경계 안에서 포격훈련을 하는 것도 바로 새가 노래로 터를 관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새가 노래를 게을리하면 그 터는 상대에게 금방 점령 당하고, 터를 되찾고자 할 때는 심각한 상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동물들은 상대보다 힘이 약할 때 동맹을 맺습니다. 개코원숭이의 동맹상대는 친한 동료입니다. 나중에 자기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지원을 받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이들 동물사회에서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 동물들은 뭔가 보상이 없이는 남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도 압니다. 물론 도와주고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말하자면 자기는 도움을 받고 나중에 도와주지 않는 배신자가 생기는 거죠. 이 배신자는 다음 번에 다시 만났을 때는 동료들이 절대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배신자 유전자는 진화를 통해 자연 선택되지 못하는 것도 생물진화법칙입니다.

지금의 남과 북, 어떻게 될까요? 정말 전면전이 벌어질까요? 아니면 그냥 위협으로 끝나고 말까요? 지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형국입니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위협을 하면 할수록 내심의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 위협의 공포 때문에 동맹자를 찾고, 그 동맹을 통해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고 싶어 합니다. 물론 공격을 받아 잃는 것보다 동맹으로 얻는 이득이 분명 더 크다는 것도 동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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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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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211.XXX.XXX.129)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생존을 위한 이치라는 점에서는 동물, 인간, 단체, 국가를 막론하고 적용이 되는군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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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7: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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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화 (211.XXX.XXX.129)
동물의 왕국같은 프로그램에서 보면 맹수들은 경계선에 오줌이나 똥을 싸두고 스스로 이 경계선을 넘지 않을 뿐 아니라 경계선을 넘어오는 적은 사정정없이 물어죽이더군요. 사람은 동물의 오줌이니 똥 냄새 같은 애매한 경계의 표시가 아니라 위도와 경도로 정확한 좌표경계선을 서로 치고 있습니다. 전면전이라는 말은 함부로 쓸 용어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응전의지를 죽이려는 용어이지 정확한 군사용어도 아니고 군사지식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이고 그 국경을 넘어 평화를 깨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정없는 징벌을 가해야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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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5: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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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동 (211.XXX.XXX.129)
글을 읽고 나니 인간이 정말 동물이구나 하는생각이 듭니다. 동물은 자연의 법칙을 따라 존재하니 우리 앞에 닥친 일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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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5: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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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동물도 양보와 협상을 통해 공존을 추구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대결과 응징만을 주장하는 것은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못난 행동이 아닌가 합니다.
인명을 살상한 북한군의 포격이야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서도 규명되고 보완되어야할 것입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생존의 경계선이 정당하게 그어졌는지의 여부가 다툼의 원인일테니까요.
지도상으로 봐선 서해5도는 바로 북한의 턱이나 옆구리에 해당하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수만명이 동원되어 실전을 방물케하는 훈련을 독자적으로,연합으로 수시로 실시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가는 생각해봐얄 것 같습니다,
본토에서 12해리를 영해로 인정하는 국제법을 적용한다면 서해5도는 염연히 북한의 영토에 해당하니까요. 차제에 그곳을 평화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는 협정을 체결해 분쟁의 요소를 없애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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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3: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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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3.XXX.XXX.99)
60년전 개나 짐승보다 못 한짓하고도 또 같은 짓하여 다시 동족을 죽이려 하는 자들에게 부디 깨달음을 가졌으면...... 진화된 짐승에 불과하나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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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0: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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