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을 포스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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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을 포스코처럼

임종건

2010년 12월 22일 (수) 00:14:17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그룹-현대자동차간의 다툼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예비협상대상자 현대차 측의 반격으로 발목이 잡혀 인수가 좌초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채권은행 가운데 현대건설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고 한국에서 떠날 계획인데, 현대건설 매각을 마지막 한 몫을 챙길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팔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현대건설 매각이 성사돼야 외환은행을 차지하게 되는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공동운명체입니다.

현대건설 매각은 이처럼 기업과 은행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의 대결장입니다. 먼저 기업측면에서 보면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 간의 대결입니다. 이번 대결은 2003년의 1라운드에 이은 2라운드입니다.

1라운드에서의 대결논리는 적통(嫡統)의 문제였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KCC 회장이 앞장을 섰습니다. 그는 현대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주인은 현씨가 아니라 정씨가 돼야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습니다.이에 대해 작고한 정몽헌 회장의 아내로 정씨가의 며느리인 현 회장도 정씨가의 일원이건대 굳이 현씨와 정씨를 구분할 게 뭐냐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1라운드에선 현 회장에 대한 동정여론이 우세해 정씨들이 후퇴했습니다. 형제들 간에도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었고, 누구보다 장자(長子)격인 정몽구 회장이 중립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번엔 정몽구 회장이 인수의 주체로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자금조달 능력을 둘러싼 대결인 듯이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적통의 문제가 더 강화된 상황입니다.

이번에도 입찰과정에서 현 회장은 약자의 입장을 내세워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리고 자금력에 있어서 현대그룹은 현대차의 상대가 못 된다는 여론의 허를 찔러 현대차보다 입찰가를 더 높게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습니다.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된 정 회장 쪽에서 조달자금의 투명성을 고리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봅시다. 현대건설의 주인이 왜 정씨(현씨도 마찬가지지만)여야만 합니까. 고 정주영 회장이 세운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못 됩니다. 기업이 부도나면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현대건설은 정주영 회장이 대북사업에 실패함으로써 부도가 나 은행 관리로 넘어간 기업일 뿐입니다.

현대자동차는 IMF위기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며 완성차 기준 빅5 자동차메이커로 발돋움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가문의 영광을 되찾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차의 발전에 어떤 기여가 되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현대차는 이미 엠코라는 공장전문건설회사를 설립해서 키워가고 있습니다. 자체 물량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건설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건설회사를 갖는다면 아파트를 짓고 토목공사를 하는 현대건설 형태보다는 엠코 류의 전문건설회사가 바람직 할 것입니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배경이 현대건설 부도 당시 현대해상이 매각한 자동차수송사업 부문을 되찾기 위한 수순이라면 다소간 일리는 있을 듯합니다. 당시 현대그룹은 외자 유치차원에서 알토란 같은 자동차운송 사업을 스웨덴·노르웨이합작 WW해운사에 팔아야만 했습니다.

세계 톱5의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자체 수송선단이 없다는 것은 경영상의 손실은 물론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불명예입니다. 물류입국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국적(國籍) 수송선단의 원상회복은 절실한 과제입니다.

현정은 회장이 명확히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우선 현대건설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경영권 양도계획의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그것은 현대상선의 자동차수송사업 매각 이상으로 치명적입니다.

건설의 설계 및 감리를 담당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두뇌에 해당됩니다. 높은 부가가치와 뛰어난 사업성으로 지난 5년 사이에 이 회사의 매출액과 이익이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현대그룹이 이 회사의 경영권을 프랑스 금융회사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돈을 조달했다면 국부유출 면에서나 현대건설의 수익성 차원에서도 매우 잘못된 거래입니다.

현 회장이 분명히 해야 할 일은 또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북사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회장이 현대건설을 차지하게 되면 대북사업 참여는 불가피해질 수 있습니다. 대북사업에 현대건설을 끌어들이는 것은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현대건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신(立身)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기업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 회사의 향방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합니다. 바로 그 점으로 인해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팔아 매각에 개입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청와대는 이 점을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론스타가 현대건설을 비싼 값에 팔고 나가려는 것은 나무랄 바가 아닙니다. 가격이나 경영능력에서 적정성을 가려줄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금융위나 채권단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요? 오락가락하기는 민간보다 더했다는게 대체적인 여론인듯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현대건설을 꼭 매각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 됩니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채권단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만 하면 안 되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대건설은 그동안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회사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주인을 찾아준다는 별로 선명치도 않은 명분으로 현대건설 매각을 이용해 저마다 한몫을 잡으려는 사람들만 우글거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듯합니다. 전문경영인에게 동기부여와, 신상필벌을 확실히 한다면 현대건설은 시공, 설계, 재무면에서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방법으로 현대건설이 제2의 포스코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임종건 (211.XXX.XXX.176)

사실은 저도 잘 모르는 일입니다. 권력이든 기업이든 혈통세습하는 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죠. 허나 현대건설을 누가 가져가야 맞느냐하는 문제에선 정답이 없다고 봅니다. 현대차나 현대그룹은 다른 누구보다 명분과 기득권과 능력과 연고권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선 다른 어느 기업보다 우월적 입장에 있다고 하겠지요.
문제는 현대건설을 차지하는 측이 현대상선도 갖게될 가능성이 큰데 현대차가 상선을 갖게되면 현대그룹은 그룹의 기둥이 빠지는 셈이어서 타격이 크다는 점이 이 사태를 보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숙과 계수간의 지리한 골육상쟁으로 가는 것 보다는 지배주주 없이도 잘 굴러가는 포스코처럼 지분을 잘개쪼개 나눠팔아보면 어떠냐는 것이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만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실현가능성이 낮은 얘기라는 것을 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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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13: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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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07)

머리(이성)로는 포스코의 지분처럼,마음(감정)으로는 연어의"회귀본능"으로(전에 동화은행 출범시) 두가지로 나뉨니다.
갈등이 생겼을 경우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염두에 둡니다.
제경우에는 마음의 법에 따르는 경향이 있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어서 저의 성향을 전하고 싶군요.
그리고 동화은행 출범시절이 자꾸 떠오르네요.
졸견이나마 의견으로 올려 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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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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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38)

저도 차덕희님과 동감입니다. 좀 어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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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5 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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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47)

너무 어려운 문제여서 댓글 올릴 능력이 못되지만,관심의 끈은 놓지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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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1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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