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부르는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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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부르는 재앙

김영환

2011년 01월 17일 (월) 00:34:22

지난해 11월28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거의 전국으로 확산돼 최근까지 15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가 생죽음을 당했습니다. 구제역에 걸렸다는 확진을 받은 것도 아니고 구제역 발생지의 500~3,000미터 이내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몰살에 처해지는 21세기 동물잔혹사가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 봄 3만 여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될 정도로 구제역을 호되게 앓아 지역 최대의 행사인 고려산 진달래축제마저 취소되고 축산농가의 주부가 자살하기까지 한 강화읍을 지난 토요일 가보았습니다. 풍물시장에 들러 특산물인 순무나 순무김치도 살 작정이었습니다. 김포와 강화를 가로지르는 강화대교 밑 염하(鹽河)의 양안은 얼어있었습니다. 강화대교를 건너니 작년에 마치 세차장처럼 위․아래․옆으로 구제역 소독약을 퍼부었던 방역소는 약을 뿌리지 않고 있었는데 얼었는지 말랐는지 바닥엔 하얀 먼지만 날리고 있었습니다. 낮 기온이 영하 10도의 혹한이었습니다.

방역 자세로 볼 때 이번 구제역은 강화도에 작년 봄처럼 강력한 피해를 유발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강화군은 “(지난해)12월 23일 오전 9시 30분경 구제역 의심가축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현장에 공수의 투입과 주변 차단, 긴급 방역을 실시했고 오후 들어 구제역 양성 조짐이 증가함에 따라 군은 살처분을 위한 인력동원과 장비, 물품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밤 9시경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군은 밤새 강추위 속에서 굴삭기 5대와 공무원 20여 명을 투입해 양도면에 대한 가축 매몰 작업을 벌여 890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살처분 대상은 9개 농가에 한우 등 4,220두로 알려졌다.“

급박한 작전 상황을 전하는 것 같은 군 인터넷 홈페이지 내용입니다. 인간에게는 성탄절 전야, 축제의 밤인 12월24일이 이곳 동물들에게는 죽음의 날이었습니다. 강화군은 작년 봄 구제역 때 생매장 살처분으로 동물사랑실천협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령에서는 수의사가 경북의 구제역 발생 농가에 다녀온 후 신발을 갈아 신지 않고 방문했다는 이유로 2만5,000여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도대체 몇 마리가 걸렸고 몇 마리가 감염 우려가 있길래 150만 마리나 죽여야 했는지요. 작년 12월 현재로 우리나라에는 소가 335만 마리, 돼지가 988만 마리였다니 10퍼센트 이상을 죽인 것입니다. 병이 발생한 축산 농가는 110곳을 좀 넘는다고 하는데요.

어린 돼지들은 소처럼 살처분 하지도 않고 부대에 넣어 구덩이에 던졌는가 하면 포크레인 삽으로 구덩이에 밀어 떨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눈뜨고는 못 볼 생매장 살처분에 “아무리 돈을 많이 주더라도 이 짓은 못하겠다”는 포클레인 기사의 한탄이 나왔습니다. 직업을 잘못 택했다는 관련 공무원들의 눈물과 탄식이 쏟아졌고 이들 중 과로 등으로 순직한 사람도 발생했습니다.

담당 공무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고통 받고 있습니다. 강아지를 기르면서 스스로를 ‘엄마’ ‘아빠’라고 말하는 ‘양부모’들이 허다한 세상입니다. 가축 살처분 뉴스는 누구에게나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영리한 돼지가 주인공인 ‘꼬마 돼지 베이브’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꽤 큰 돼지를 집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있죠. 생각과는 달리 깨끗한 돼지들에게 구제역을 처음 오염시킨 것은 해외여행을 한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돼지는 살처분하려고 하면 벌써 우리에서부터 알아채고 꿀꿀대면서 발버둥 친다는데 소는 말할 것도 없을 테죠. 외양간을 지나다가 멈추어 쳐다보면 소는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크고 선한 눈망울로 마치 말이라도 걸려는 것처럼…. 죽음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는 소도 많을 것입니다.

파죽지세로 전국을 향해 퍼지는 구제역과 참살의 잔혹상을 보면서, 구제역 해결책이 살처분 밖에 없는 것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비극의 연례행사를 되풀이해야할 건지 우리나라 축산 보건행정은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개탄합니다.

대수로운 육류 수출국도 아니면서 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청정국가라는 지위를 되찾으려고 마구 살처분하는 처사를 중단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애초부터 예방백신 접종을 실시했어야했다는 비판론이 나옵니다. 그럴 리야 절대로 없겠지만 사육두수를 줄여 외국에서 고기를 수입하려는 책략으로 대량 살처분한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육식인간이 부른 탐욕의 재앙’이라는 채식주의자들의 비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너는 병 걸렸으니 죽어야 한다’가 아니라 ‘네 이웃들이 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있으니 너도 함께 죽어야한다.’ 비록 나중에는 인간에게 잡아먹힐 운명이지만 생매장되는 축생(畜生)은 가엾기 짝이 없습니다.

일본 미야자키 현은 작년에 살처분된 동물의 넋을 위로하는 ‘구제역 위령비’를 세웠습니다. 비문에 이렇게 새겼습니다. “헤이세이(平成) 22년(2010년) 4월20일 미야자키 현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28만8천두 남짓의 소, 돼지를 살처분하는 희생을 강요하여, 생산자들에게 미증유의 대참사를 가져왔으나 방역작업에 임하는 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종식되었습니다. 전국의 축산관계자들은 구제역을 조기에 방압(防壓)할 수 없어 생명이 도중에 끊긴 가축 및 깊은 마음의 고통을 입은 생산자에 대해 충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 여기에 전국의 축산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이번 참사를 반성함과 아울러 이를 교훈으로 하여 후세에 전하고자 위령비를 건립합니다. 헤이세이 22년 11월29일.”

인내천 (112.XXX.XXX.244)

맞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공장식 밀집사육이 구제역을 초래한 것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축산농가의 잘못만도 아닙니다. 사료를 거의 100% 외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급을 통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없어 사료의 인상분 만큼 수익이 줄게 됩니다. 이러한 마진의 축소를 메우기 위해선 한정된 공간에 마릿수를 늘일 수 밖에 없어 자연히 공장식 대규모 밀집사육을 하게된 것이니까요.
이런 와중에서도 경기도 명인구씨나 충북 옥천의 이욱희씨는 EM효소의 사용과 친환경 사육으로 거뜬히 구제역을 극복하고 소와 돼지를 기르고 있으니 막지 못하는 재앙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정부의 축산정책입니다. 이제라도 네델란드나 벨기에처럼 가축총량제를 실시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친환경적 사육을 의무화하고 가격보장을 해줘야 합니다. 물론 거기에다 축산농가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가 뒷받침 되어야 하구요.사람에겐 전혀 전염이 되지 않고, 새끼는 치사율이 50%지만 어미는 5~10%에 불과하고,치료 기간도 15일이면 충분한데 몇푼 안되는 기업축산의 수출을 위한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과도한 살처분을 강행하고 있어 경제적 타산도 맞지 않고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도 효과가 없습니다. 지하수에 대한 오염으로 2,3차 피해도 우려되구요.
무참히 죽어간 가축들의 원혼들이 구천을 헤매지 않도록 이제라도 모든 가축들의 친환경 사육을 제도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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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7 14: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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