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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존중
안진의 2011년 02월 15일 (화) 02:11:37
연초에 고등학생들이 개를 훔쳐가 발로 밟고, 주먹으로 때리고, 벽돌로 치고, 날카로운 기구로 찌르는 등 집단적으로 구타하여 죽였다는 뉴스에 소름이 돋았었습니다.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지고 어린 학생들이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들을 내놓았지만, 재미로 동물을 살해했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 저지른 실수라고 양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며칠 전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중국산 모피 제작의 불편한 진실이 보도되었습니다. 너구리 가죽을 벗기는데, 작업을 쉽게 하고 상품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폭력을 가해 기절시킨 후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가죽이 벗겨진 너구리의 의식이 남아 앞발을 움직이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전국에 퍼진 구제역으로 소·돼지 등이 살처분되어 갑니다. 마취제나 안락사 시킬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처분할 가축들이 많으니, 주로 산채로 땅속에 묻는 매몰방법을 사용합니다. 산속에서는 죽음에 내몰린 가축이 비명을 지릅니다. 축산농가뿐 아니라 죽이는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군인·수의사들도 심리적 상처로 제정신일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동물들의 의도된 비명횡사에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모든 죽음의 이유에 인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이 태어났을 때는 그 어린 새끼들을 보며 얼마나 환호하고 기뻐했을까요. 그런데 그들이 맞이하는 죽음 앞에서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학창시절 개구리 해부를 마치고 뒷산에 무덤을 만들어주던 예의는 행방을 잃은 듯합니다.

마음속이 답답해지는 가운데 인간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던 동물, 그 가운데에서도 반려동물인 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개 소재의 영화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뛰고 눈물이 맺힙니다. 개는 가족이 되어 우리의 순수성을 깨워주는 아름다운 존재로 함께합니다. 이런 따듯한 영화를 본다면 동물학대는 상상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개에 관한 좋은 영화는 많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더욱 감동을 자아내기 마련입니다. 먼저 잘 알려진 <하치이야기(Hachiko-Monogatari)>는 1923년부터 1935년까지 살았던 아키타 견의 이야기입니다. 서있는 모습이 앞에서 보면 일본어로 하치(八)의 모습이라 그렇게 이름 지어진 충견인데, 이 영화는 리처드 기어의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판에서 하치는 우에노 교수가 시부야역을 통해 통근할 때 늘 그를 배웅합니다. 그러던 중 교수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져 죽고, 하치는 어느 곳으로도 떠나지 않고 역에서 늙어죽을 때까지 내내 그를 기다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생전에 교수와 하치가 나누는 살가운 교감과 죽음 후에도 하치의 애끊는 충절을 보자면 눈과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실화는 1983년 일본의 <남극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영화 <에이트 빌로우(Eight Below)>입니다. 남극을 배경으로 시베리안 허스키와 알래스칸 말라뮤트 썰매개들이 등장합니다. 미국인 지질학자는 탐사대원 제리와 숙련된 여덟 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운석을 찾습니다. 그러나 지질학자의 다리 부상과 제리의 손가락 동상으로 급히 남극을 떠나게 됩니다.

팀원들은 개들을 곧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갈 수가 없게 됩니다. 악천후와 배고픔에 버려진 개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175일이라는 생존 불가능의 시간을 버티고 주인을 기다립니다. 마침내 탐사대원 제리의 노력 끝에 늙은 개와 추락사로 죽은 두 마리의 개만 제외하고, 여섯 마리의 개와 재회하는 가슴 뭉클한 영화입니다.

<퀼(Quill)>이라는 영화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맹인안내견 퀼의 일생>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맹도견 훈련을 배우는 것은 더디지만, 멈추라고 하면 언제까지나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재능을 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주인공입니다. 퀼이 맹인안내견으로 키워지면서 이름처럼 앞을 못 보는 사람의 '날개 깃털'이 되어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맹인안내견이 된 퀼은 고집불통 시각장애인 미츠루와 함께 파트너로서 호흡을 맞추는데, 어느 날 미츠루가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하게 되고, 3년의 시간동안 퀼은 미츠루를 기다리며 훈련을 쌓게 됩니다. 그리고 미츠루가 퀼과 재회했을 때, 퀼은 미츠루의 냄새를 맡으며 반기고 미츠루는 퀼과 30미터의 짧은 보행을 마지막으로 죽습니다.

남은 퀼은 제 소임을 다하고 나이가 들어 조용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런 퀼은 그야말로 고마운 존재입니다. 여덟 마리의 버려진 개를 뜻하는 ‘에이트 빌로우’나 ‘하치’나 ‘퀼’이나 그 영리함과 인간에 순종하는 끝없는 미더움을 보면 “고마워”를 속삭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본다면 동물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도 사뭇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곁에서 기쁨이 되고 도움을 주었던 개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을 훑어보니, 많은 영화 속 개들은 대부분 10살 조금 넘어 수명을 다하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자연사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만 보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동물들의 탄생을 기뻐했던 만큼 죽음에 대한 예도 다하는 세상이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존중해 주는 마음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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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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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기 (64.XXX.XXX.154)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건의사항입니다) 이 자유칼럼그룹의 칼럼들을 가끔씩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내주고 싶은데 현재는 이메일 보내기밖에 없는것 같네요. 보다 다양한 전달 방법이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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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23:24:44
0 0
자유칼럼그룹 (121.XXX.XXX.155)
현재로서는 저희 자유칼럼 홈페이지나 이메일을 통해서만 전달이 가능합니다만 말씀하신 방법은 연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이원기 님께서 지인들에게 위 두 가지 방법으로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손수 트위터로 퍼나르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좋겠습니다.

관심과 충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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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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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제 주위에서도, 사랑해주던 주인이 죽자 3일 뒤에 아프지도 않고 다치지지도 않았는데 죽어버린 개를 봤습니다.
또한 멀쩡하던 석류나무도 시들시들 죽어 갔구요. 미물의 짐승이나 식물들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에 대한 보은을 잊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그렇질 못하니 문젭니다.
맨날 컴에 매달려 쏘고 찌르는 폭력물에 심취되어 있으니 까짓 개 정도는 재미삼아...... 무서운 사회현상입니다. 나중엔 사람에게도 그런식으로 대할테니까요.
정치인 여러분! 이런 망국적 현상에 대한 고민 하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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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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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9)
청소년들의 잔혹성이 혹 부모나 가족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한데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합니다. 이웃집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봄날 새로 사온 병아리를 4층 베란다에서 밖으로 내던지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그 어린이는 아버지가 늘 못마땅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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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16: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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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un (211.XXX.XXX.146)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필자가 소개한 영화들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모두 보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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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10: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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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59)
어린 조카의 엉덩이를 개미가 물어서 손바닥 만큼 부풀어 올랐습니다.
마당은 개미집이니 죽이지 말고,마루에 올라오면 죽여도 된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동물애호가는 못되어도 경계를 두고 사랑하지요.
작은 미물이라도 공격성이 있는 것이 있지요.
식물의 생명에의 끈기는 공격성이 없어 더 좋지요.
그 무엇보다 서로 공존하는 환경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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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09: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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