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를 접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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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접하다 3

김창식

2011년 02월 24일 (목) 00:23:35

기굴분방(奇崛奔放)

추사 글씨를 형용하는 대표적 사자성어 중 하나는 기굴분방입니다. 기이하며 우뚝 솟아 걸림이 없고 자유롭다는 뜻이지요. 혹자는 글씨의 괴특함을 들어 개성이 지나침을 논박하나 추사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추사를 넘어서는 예술세계를 펼쳐 보인 이가 없고 추사의 유풍이 아직 작금의 서단을 떨어 울림에 부러움과 일푼(一分)의 시샘이 더하여진 평이 아닐까 헤아려 봅니다.

추사에 관한 평전 성격의 책을 읽던 중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추사와 다른 서예가들이 쓴 같은 문장이거나 비슷한 대련의 글씨를 비교한 대목인데 단연 추사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장은 '春風大雅能容物秋水文章不染塵(봄바람은 부드러워 능히 만물을 포용하고 가을물 같은 선비의 문장은 속세의 먼지에 물들지 않는다)'이며, 추사를 제외한 다른 세 사람의 서예가는 등석여(鄧石如ㆍ청나라 서예가), 매원첩(梅員捷ㆍ청나라 서예가), 우리나라의 손재형(孫在馨ㆍ1903~1981) 선생입니다.

사진으로 본 글씨인 데다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 개성이 다르고 나름 일가를 이룬 서예가들의 수위를 함부로 논할 바 못되지만, 추사의 글씨는 기세가 준엄하고 음양의 교체와 필획의 굵고 가늠의 배분이 잘 이루어져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선입견 탓일는지 모르지만 한편 다른 이들의 글씨는 단정한 듯 판에 박히고, 회화성이 드러나나 습기가 느껴지며, 달필이되 멋스러움이 지나쳐 상투성이 엿보인다고 할까요. 이에 비해 추사의 글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 침잠하고, 평온한 듯 돌출하여 생동하는 듯.

추사 글씨처럼 금석 기운이 깃들고 칼 같은 준엄한 기상이 느껴진다 해서 꼭 좋은 글씨는 아닐 것입니다. 전아ㆍ단정하거나 화려ㆍ연미한 글씨도 능히 일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시대 트렌드, 서자의 인품과 의취, 스타일의 문제겠지요. 그러니 정통에 입각한 순혈주의든 테두리를 뛰어넘어 다양성을 추구하든 관건은 작품의 완결성 여부가 아닐까요. 열과 성을 쏟고 혼을 실은 결과물이 보는 이의 마음에 얼마나 와 닿느냐 하는. 추사의 글씨는 고답적이지만 뛰어난 조형성으로 대중성(친밀함)도 확보한 경우로 여겨집니다. 워즈워스는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뛰노누나'*라고 노래했지요. 추사의 글씨를 접함에 내 마음이 정녕 그러하더이다.

다른 예술이 추구하는 경지도 서예의 이치와 같다고 여깁니다. '문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문학의 제1과 제1장은 '사상과 감정을 언어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해서 감동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는 헌법의 전문 정신과 같아서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문학의 정체성을 규정한 개념입니다. 들뢰즈는 지식을 3가지(철학적 지식, 과학적 지식, 예술적 지식)로 구분하고 그 중 예술적 지식은 '형상의 창조'에 있다고 했지요. 문학적 형상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게 그려 보이는 힘'을 말하며 이를 위해 여러 기법(묘사, 은유, 대화, 함축, 생략, 낯설게하기 등)이 동원됨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학 작품의 경우 어떤 장르든 우선 읽혀야(흥미와 소통)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독자와의 접점을 애써 폄하하는 문인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왜 굳이 발표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감동과 변화)일 것입니다.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가르침을 주는 것은 다음가는 효능이겠지요. 미감을 전달하는 일 역시 소재나 주제의 형상화(문학적 의미부여)와 관련이 있으니 형상화야말로 문학을 설명하는 핵심적 가치라 할 수 있으려나요.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A Rainbow)'에서 따옴.

김윤옥 (210.XXX.XXX.96)

좀 더 좋은 글을 쓰는데 힘쓰다보면 어떤 문장이 좋은 문장일까 고심하게 돼지요. 말씀 하신대로<묘사, 은유, 대화, 함축, 생략, 낯설게하기> 등가장 기본적인 작법만 잘 활용해도 좋은 글 쓰기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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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5: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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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김윤옥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문학은 가능한 한 설명을 피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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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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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0)

단락마다 적절한 표현이 좋습니다.
어렸을때 보다 나이들음이 관조의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드여짐이 있어 좋은데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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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04: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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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차덕희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제 글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깊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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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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