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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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와 김정일

임종건

2011년 03월 01일 (화) 01:34:56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민중의 시위를 진압하는 데 전투기와 외국인 용병을 동원했습니다. 보통 시위 진압에는 경찰의 곤봉과 방패와 최루탄과 물대포가 사용됩니다. 물론 계엄령 아래에서는 탱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이 나서기도 합니다.

선무용 삐라 살포나 선무방송을 위해 헬기나 정찰기가 동원되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폭격이라니, 이것은 백성에 대한 적대행위이고, 진압이 아니라 학살입니다. 용병은 살인행위에서 가족 친척 친구 동족 어느 것에도 일점의 유대가 없는 냉혈의 무리입니다. 카다피의 시위 진압에서 독재의 단말마적인 최후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는 지난달 22일 TV연설에서 “영원한 혁명의 지도자로서, 내 조국 내 조상의 땅에서 순교자로 죽겠다. 내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시위대를 ‘마약에 취한 쥐떼'라면서 그들을 이 시간 이후 가차없이 소탕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에 앞서 후계 1순위 자리에 있다는 그의 둘째 아들 세이프 알 이슬람은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 총알까지 싸우겠다”고 했습니다. 자기 일족만 남기고 모두를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카다피 부자의 발언은 이미 수 천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 리비아에서 더욱 참혹한 유혈사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집권 기간 42년으로 이슬람권 최장기간 독재자답게 그는 독종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은 유혈사태 뒤에 권좌를 서둘러 떠난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이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그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카다피를 통해서 북한의 김정일을 봅니다. 두 사람의 독재의 캐릭터에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독재를 오래한 것과 아들로의 권력 세습시도는 그 중에서 대표적입니다. 이슬람의 시민혁명 바람이 아시아에서 불어야 할 가장 절실한 땅이 북한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도 잠시 부는 듯했지만 크게 번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호금도(胡錦濤) 주석은 물러나라고 할 것도 없이 2013년 3월이면 물러나게 돼 있고 후임자도 습진평(習進平)으로 이미 결정돼 있습니다. 중국은 주석의 임기가 5년 중임(10년)으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의 나라입니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곳에서는 혁명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리비아 사태가 북한에서 벌어질 경우를 상상해 봅니다. 김정일의 잔혹함은 카다피보다 결코 덜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다피는 민중을 '쥐떼'라고 했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일족을 빼곤 일반 백성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난 민중에 의해 평양이 함락되는 사태는 엄청난 양민의 희생을 수반할 것이므로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일어나서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그는 전투기 폭격은 물론이고, 다급하면 핵무기마저 민중을 향해 던질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자폭입니다. 그것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남한에도 던지겠지요.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김영춘이 지난 1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핵참화’를 협박했습니다. 핵무기를 쓰겠다는 말이므로 그동안 ‘불바다’ ‘잿더미’ 협박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것입니다. 지난 달 27일에는 북한군 판문점 대표명의로 핵에는 핵으로, 미사일에는 미사일로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면서 예의 '서울 불바다' 협박을 되풀이 했습니다.

하지만 핵참화의 대상이 누구란 말입니까. 미국이겠습니까, 일본이겠습니까. 미국, 일본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 상대들입니까. 공격의 낌새만 보이면 가차 없이 파괴시킬 것이며 설령 발사된다 하더라도 요격을 해버릴 것입니다.

우리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지만 결국 던질 곳은 남한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초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핵으로 응징하게 될 것입니다. 핵확산 방지의 의지를 세계에 과시해야 할 필요 때문이죠. 나머지 핵보유국들도 거기에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한반도비핵화 정책에 따라 철거했던 핵무기를 재배치하려는 움직임도 그 일환일 것입니다.

남한에 북한의 핵무기가 떨어지고, 북한에 미국의 핵무기가 떨어지고, 남북이 갖고 있던 재래식 무기를 소진시키면 그게 민족 절멸의 참화이겠죠. 카다피의 잔혹무쌍한 시위진압을 바라보며 위험한 독재자에게 쥐어진 위험한 무기를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북한에서 민중시위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시위도 주먹을 흔들며 소리칠 기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에서의 민중혁명은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 듯합니다. 이슬람 국가들은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와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된 나라들입니다.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억압과 기근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체제의 필요가 만들어 낸 인위적인 재난입니다. 백성에게는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상책으로 삼고 있습니다. 백성이 등 따습고 배부른 상태는 체제에 위험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백성을 생존본능에 얽매 놓아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 김정일 체제의 본질입니다.

북한에서 음식호사를 누릴 계층은 김정일 일족을 비롯한 평양시민뿐일 겁니다. 김정일은 음식사치가 지나쳐서 지병을 얻었습니다.

이슬람 혁명의 와중에서 북한은 식량배급을 더 줄이고 외부소식 차단에 더 혈안이 돼있다고 합니다. 작년 농사가 풍년이어서 식량사정에 여유가 있음에도 그런 짓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일은 세계 여러 나라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에게 식량구걸을 시키고 있는데 식량확보의 목적보다는이런 사악한 범죄행위를 은폐하려는 술수인 듯합니다. 반면 우리 당국이 이슬람 혁명 소식과 생필품을 담은 풍선 보내기 심리전을 재개하자 임진각 조준사격 협박을 하고 나섰습니다.

더 이상 북한의 식량난을 공산체제의 모순이나, 기상재해나, 농업 기술의 낙후로 돌려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산지가 많다지만 곳곳에 강이 있고, 서쪽으로는 너른 평야도 있습니다. 그곳은 사막도 아니고, 동토도 아닙니다. 인구 또한 남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쌀이 아니면 다른 대체작물로도 백성을 배부르게 먹이기에 충분한 축복의 땅을 갖고도 굶기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북한에는 혁명할 민중은 없습니다. 우리가 구해내야 할 폭정과 굶주림에 신음하는 민중만 있을 뿐입니다. 민중혁명이 아니면서, 전쟁을 피하는 방법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김정일 권력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집권을 끝내게 하는 방법뿐입니다. 국가 정보기관들이 서두르고, 또 전심전력해야 할 일이 그것입니다. 호텔 근처를 얼쩡댈 때가 아닙니다.

차덕희 (121.XXX.XXX.130)

세계가 미니어쳐로 집적되어 진듯 느껴짐니다.
아프리카의 민주화 저력에 다소 놀래어 짐니다.
아프리카는 가까운 듯 느껴지나 북한은 아주 멀게 느껴짐니다.
일제 36년의 점령기간의 휴유증이 아직까지 잔존해 있느데,분단된 63여년의 이질감은 얼마나 많을까요?.
3.1절 날에 분단의 이질감의 정도를 가늠해 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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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1 1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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