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_(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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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김영환

2011년 03월 10일 (목) 00:56:49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근조.’” 신문기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1942년에 쓴 실존주의 소설 ‘이방인(l'étranger)’의 첫 대목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어머니 장례식 후 이유 없는 아랍인 살해로 기소된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별세를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습니다. 대학 시절에 배운 소설의 서두가 머리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지난 2월18일 주말에 돌아가셨습니다. 아우들 덕분에 조화 속에 파묻혀 계신 어머니의 영정을 바라보면서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했습니다. 상조 회사의 서류에 주민등록번호를 쓰면서 어머니가 3․1독립운동 이태 전에 태어났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부잣집 막내로 태어난 교하 노 씨 어머니는 격동의 시대를 견딘 이 나라의 모든 어머니들과 닮았습니다.

6.25전쟁으로 와륵(瓦礫)과 주춧돌만 남은, 내가 태어난 집의 참상이 불행의 상징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위에 천막이라도 치고 버티자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대지는 어떤 영문인지 인근 고등학교에 빼앗기고 우리는 알거지가 되어 친척집을 전전했습니다.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동아일보를 하루에 두 번 돌리기 위해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머니가 지어주시는 밥을 먹고 몇 킬로미터를 걸어서 지사(支社)에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필자가 군에 있을 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하루는 하얀 천으로 군용 텐트를 두르는 기분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텔레파시’였습니다. 그날 오후 ‘부친 사망’이라는 거짓말 같은 관보(官報)를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고생은 말할 수 없었지만 친정에 손을 벌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서야 어머니의 셈은 피었습니다. 나는 어머니를 끔찍이 좋아하여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서울에서 일을 보고 오실 때면 캄캄한 시외버스 정거장에 희미한 회중전등을 들고 나가 기다렸고 집에 돌아오면 차디찬 발을 가슴에 품고 녹여드리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필자는 중학교 반항기 시절 ‘왜 나를 낳았느냐“고 대들었습니다. 마치 이용복이 부른 노래 가사처럼. ”그래, 아들을 낳고 싶어서 그랬지“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실 법 했지만 입을 다물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보다 근 40년을 더 사신 어머니는 최후의 몇 년 동안 요양병원에 계셨습니다. 유달리 고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몇 달 전까지 통닭 튀김을 사가면 맛있게 드셨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두 달로 접어들자 고혈압과 당뇨의 합병증인지 음식을 물고 계시기만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코 줄로 영양을 공급했고 더 찌를 데 없는 살갗으로 약이 들어갔습니다. 심장의 박동을 위한 무리로 폐에 물이 고였고 마지막 초음파 검사에서 간암 소견까지 나왔습니다. 노인들은 암과 공존한다는 말이 맞았습니다.

돌아가시기 보름 전 주치의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렀습니다. 호흡부전으로 산소마스크를 쓴 어머니는 어떤 의식이 남아있는지 뭔가를 잡으려고 자꾸 손가락을 피셨고 아내와 함께 주물러드린 것이 생전의 마지막 효도가 되었습니다.

그제 김포시청에 들러 어머니 매장신고를 했습니다. 94세의 천수를 누리셨지만 그런 요식절차가 또 슬픔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같은 공원묘지에서 아버지와 지호지간(指呼之間)의 거리에 잠드셨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김포시청 앞의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측천무후(則天武后)’라는 중국전시공사의 20부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들을 지배하는 것은 여자이니라.” 측천의 대사입니다. 측천이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 몸으로 말미암아 평범한 나를 이 세상에 낳아주신 어머니를 떠나보내면서 누군가의 어머니가 될 여성 노인들을 전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손자가 생기면 세상의 모든 아기가 귀여워 보이는 것처럼…. 그러나 늦었습니다. 좀처럼 어머니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어머니를 부를 기회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어머니!”

서정수 (210.XXX.XXX.29)

저는 어머님 아버님을 보냈습니다 건방진 얘기지만 제가 보낸 건 아니지만 제가 보낸것 같습니다. 가정 핑계삼아 어머님이 먼저 돌아거셨지만 어머님이 내가 결혼을 작정하였을때 맞을 겁니다 어머님은 자궁암에 걸리겼는데도 내 결혼식때문에 모른척 하셨고요 결혼하고나서 피뭍은 팬티를 모고 느겼습니다. 그 때 알ㅆ았을 때는 늦었지요. 그리고 아버님도 돌아가셨어요 눈 병 수술 후유증으로(의사는 수술 안하는게 좋다겠는데..) 긴세월을 침대에서 지냈지요. 무조건 잘 못했습니다
후회안하도록 잘 하십시요 나는 이래 말하지만 못됐으면서 아주 비겁하고 이기주의 아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자식들 한테 뭐라고 해야될지 후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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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17: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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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114.XXX.XXX.212)

나 또한 선생님처럼 어머니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게시다가 위급해서 일반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치매에다 난청에다--- 마지막 우리 상제들의 사모곡은 "어머니!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소서"라고 정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멀리서 긴장해 있으면서
간병하는 아우의 숨가쁜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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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4 18: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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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115.XXX.XXX.148)

삼사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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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17: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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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115.XXX.XXX.148)

모친을 떠나보내신 슬픔속에서도 이렇게 좋을 글을 보내주심에 가슴이 짠해 옵니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선생님의 건강또한 염려해 봅니다. 단지 마음으로나마 빌어보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건강한 글, 좋은 말씀 많이 많이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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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17: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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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 (115.XXX.XXX.148)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머님도 싸에라님을 자랑스럽게 생각햐셨을 겁니다. 제 생일에 떠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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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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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7)

침묵으로 읽게 되네요.
어머니 어머니 엄마 엄마...
그 희생의 삶...가슴에 이세상 끝날때까지...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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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0 12: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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