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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에 벌인 일
고영회 2011년 03월 14일 (월) 01:04:14
지난 주말 반포 잠수교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어 건넜습니다. 한강을 걸어 건너기 좋도록 해 뒀더군요. 반포대교는 서초구 반포큰길(반포대로)에서 남산3호터널을 통하여 시청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반포대로 주변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고, 반포대로 남쪽은 우면산 터널을 통해 과천과 연결됩니다. 경기도에서 오는 광역버스가 반포대로에 많이 다닙니다. 반포대교 2층은 왕복 6차선이고 남쪽 끝은 올림픽대로와 서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신호등이 있지만, 옛날 반포대교 아래층인 잠수교는 신호등 없이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 서울에 디자인 바람이 불었습니다. 디자인이란 이름으로 서울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정책인지 아니면 한강살리기인지 그런 종류로 잠수교도 고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옛날 잠수교에는 오가는 찻길 4개가 있었고, 다리 양쪽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잠수교를 오가는 찻길 2개, 걷는 길 2개, 자전거 길 2개로 나눴습니다. 건널목도 여러 곳 만들었습니다.

지금 잠수교는 차가 다니는 길이 옛날 4개에서 반으로 줄었습니다. 찻길이 줄어든데 비해 우면산 터널도 생겨 반포대로로 들어오는 차는 더 늘었습니다. 반포대로는 항상 차로 빼곡합니다. 잠수교를 손 본 뒤부터 길사정이 아주 나빠졌습니다.

서울을 가로질러 한강이 흐릅니다. 한강을 건너는 다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한강다리를 설계할 때는 차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잠수교도 당연히 차가 다니도록 설계했을 겁니다. 갑자기 차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니는 다리로 쓰임새를 바꿨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정책하는 사람은 걷는 길과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을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한강 주변에 걷는 길과 자전거 길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한강 둑길과 둔치 길을 걸으니 참 좋긴 합니다.

그렇지만 있던 찻길을 없애고 걷는 길을 만드는 게 환경에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환경을 아끼는 일은 자원을 효율 높게 쓰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연환경을 건드려야 합니다. 사람을 없애는 게 가장 자연을 보호하는 길일지 모릅니다! 사람이 먹고 입고 자는 것 모든 것이 환경을 건드립니다. 환경정책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을 건드리지만 가장 적게 건드리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걷는 길을 만드는 게 무조건 환경에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찻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을 걷는 길로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환경정책에 거꾸로 가는 일이죠.

교통량을 고려하면 한강다리는 여전히 모자랄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강을 건널 교통량은 계속 늘어납니다. 한강다리를 개선하는 공사를 계속해야 하고, 다리를 더 놓을 계획도 잡아야 합니다. 이런 형편에 차가 다니고 있는 길을 빼앗아 걷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걷는 길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필요하죠.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걷는 길이나 자전거 길이 필요하다면 찻길을 없애 만들게 아니라, 기존 찻길은 그대로 두고 지금 다리 옆에 덧붙여 만들거나 아예 걷는 사람을 위한 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몸무게(하중)에 맞게 설계할 것이니 자원이나 돈을 버리지 않습니다. 한강을 건너는 찻길은 여전히 모자라는데, 찻길을 없애면서 걷는 길을 만들어야 했느냐는 물음입니다. 서울시는 잠수교를 저렇게 바꿀 때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했는지 궁금합니다.

고개를 들어 반포대교 바닥 끝자락을 바라보니 우스개 삼아 ‘떼 쉬’라고 부르던 분수대 배관이 보입니다. 강 쪽을 보니 ‘뜬 섬’을 만들고 있네요. 잠수교를 걸으면서 여러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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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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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당연한 지적입니다.
지금의 조치가 정당화돨려면 한강 다리를 더 건설하던가 자동차를 줄이면 됩니다. 이런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잠수교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졸속행정이고 전시행정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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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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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같이 생각해 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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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6 14: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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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13)
디자인 살리기를 통해서 개인의 업적이 번쩍번쩍 빛나길바라는 조급증이 부른 수많은 시행착오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 부드러운 표정 뒤에 어울리지않는 야심이 숨어있었다는 자각이 실망에 실망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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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0:43:59
0 0
고영회 (119.XXX.XXX.227)
디자인 서울 정책을 평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견 달아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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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2:53:08
0 0
최진택 (119.XXX.XXX.227)
저자가 대한기술사회장을 역임했다고 했는데, 한국기술사회 외의 단체가
따로 있는지 해명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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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09:13:00
0 0
고영회 (119.XXX.XXX.227)
대한기술사회를 모르셨군요. 기술사가 아닌모양이죠? 대한기술사회는 2003. 2. 과학기술부 인가를 받아 설립한 기술사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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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0:46:59
0 0
이대로 (119.XXX.XXX.227)
짝! 짝! 짝!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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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09:11:54
0 0
유희열 (119.XXX.XXX.227)
통쾌한지적입니다. 오세훈의 전시행정 빨리 고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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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09:10:0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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