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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을 늘려주겠다는데도
고영회 2011년 03월 30일 (수) 01:54:37
지난 3월 11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6인 소위는 사법개혁안을 밝혔고, 개혁안에는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2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들어 있습니다. 이안을 두고 전국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한나라당이 대법관을 5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반대한 적이 있습니다. 대법관을 늘리면 법률심인 대법원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대법관을 늘리는 대신 상고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상고사건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지금 대법원 사건에는 심리불속행제도를 적용합니다. 상고이유가 법정 요건(헌법을 부당하게 해석, 법률위반을 부당하게 판단,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따위)이 이유가 아닐 때에는 사건을 아예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1994년 시행할 때부터 논란거리였습니다.

사건 당사자는 2심에서 판결을 승복할 수 없기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대하며 상고장을 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고 사건을 끝내버립니다. 이는 대법관 한 사람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2,000건을 넘어 모든 사건을 심리해서 판단할 수 없으므로 도입한 제도인가 봅니다. 대법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다한들 어떻게 1년에 2,000건 이상이나 처리하겠습니까?

상식으로 생각하면 대법관 정원은, 사건 수와 처리능력이 균형을 이루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처리할 사건이 많으면 처리능력을 높이는 게 정상입니다. 대법관을 늘리자는 방안은 대법원의 자기 고민꺼리를 해결해 주겠다는 것인데도 반대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법원의 사건처리 능력을 그대로 두려고 한다면 대법원에 오는 사건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제시한 것이 상고심사제입니다. 대법원 판단을 받고 싶어도 기준에 들지 않으면 자르겠다는 것인데, 사법기관이 있는 이유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송사를 전략 삼아 벌이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원에 호소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희망으로 마지막 재판인 대법원까지 온갖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지면서 사건을 가져갑니다. 심리불속행이나 상고심사제도는 그런 사건을 심리도 하지 않고, 이유도 붙이지 않고 삭둑 자릅니다.

대법원에 사건이 몰리는 것을 두고, 법원은 끝장을 보려고 하는 국민성 때문이라고 국민을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앞서, 사건이 왜 대법원에 그렇게 몰리는지 이유가 뭔지 찾아야 합니다. 시대 상황이나 이념에 민감한 사건은 어느 법원 어느 판사가 맡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판결을 내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런 사건이야 판단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치지요. 그렇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 특히 기술사건에서 법원은 전문성을 갖추고 실체를 제대로 밝힐까요?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던 판사가 느닷없이 특허와 상표사건을 다루는 재판부를 맡는다면 당사자는 판결을 불만 없이 받아들일까요? 기술유출사건을 다루는 판사는 기술 실체를 제대로 알고 판결할까요? 이런 사건은 아무리 판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전문분야 지식을 공부하여 판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술사건에서 억울하다고 생각한 당사자는 끝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유출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비율을 보면, 1심에서 0.19% : 12.23%, 2심에서 1.32% : 21.48%로 일반사건보다 훨씬 높습니다(윤건일 지음, 도난당한 열정 135쪽과 141쪽). 대법원 사건에서는 어떤 비율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역시 일반사건보다 상당히 높을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법원은 판결에 신뢰를 심는 길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을 처리할 전문판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이며, 전문법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죠. 그런데 특허법원에서 특허침해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도록 하자는 법안에 반대하고, 변리사법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규정하지만 법원은 억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필요없다는 뜻일까요?

대법원은 법관을 늘려 상고사건을 문턱에서 자르지 말고 심리해야 합니다.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건이 많은 것은 하급심 법원 판결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억울함을 풀겠다는 사람을 문 앞에서 막아서는 안 됩니다. 근본은 대법관 숫자가 아니라 판결의 신뢰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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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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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용 (119.XXX.XXX.227)
공감이 갑니다. 법이 판검사들 만의 리그가 돼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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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8:27:07
0 0
홍정욱 (119.XXX.XXX.227)
끝없는 이익추구와 이에 따른 이합집산..이 시대의 율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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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8:26:14
0 0
인내천 (112.XXX.XXX.244)
그렇습니다!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신뢰성 그리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법의 준엄함이 문제입니다.역사적 변환기에 알마나 숱한 사법살인이 횡행했습니까! 애국적인 진보 정치인 조봉암 선생님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완전히 권력의 시녀였습니다.
슬픈 것은 오늘의 사법부도 역시나라는 것입니다~~
사회정의가 선 나라에서 어떻게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권좌에 오른 사람이 사형장으로 가지 않고 29만원의 재산으로 대로를 활보하며 호의호식할 수 있단말입니까!
명문대 졸업하고 고시합격해서 법원에 들어가신 판검사 나리들 뭐라 변명좀 하시죠? 자신 없으심 대법관이라도 늘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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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5: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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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좀 원칙을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아니 지키게 눈을 부릅떠야 하나요?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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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1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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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118.XXX.XXX.100)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식이 통용되지 않으면, 학생이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듣지 않으며, 청년이 원로의 경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몰상식한 사회로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법부가 명예와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위상을 쌓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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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0:48:19
0 0
고영회 (119.XXX.XXX.227)
그렇습니다. 사법부는 법 정신으로 돌아가길 기대합니다. 아니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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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3 19: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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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119.XXX.XXX.227)
후배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침 조간 사설에도 후배와 같은 취지로 사법제도 운영의 문제점을 꼬집어서 지적하였습니다.
여의도 쪽 법사위원중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역할에 대하여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아시기나 하십니까 하고 여의도 선량들에게 충고하는 내용입니다.
얼마전 자유칼럼그룹에서 '국회의원 어디에 쓰는 물건이던고'라는 칼럼을 읽엇지요
대법원의 법관수를 국민은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정의가 살아 숨쉬도록 하는 법원의 역할을 원하는 것 이지요
고영회 변리사의 주장은 옳습니다.
변호사는 공학도의 전문성을 배워야 합니다.
여의도 아저씨들 샌들교수가 열강하는 EBS 사회정의 강의를 시청하도록
권하고 싶네요.
역대 대통령이 쉽게 말하는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국회법사위원들이 모르실 일은 없을 테고요... 건투를 빕니다.201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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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0 1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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