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 카다피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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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카다피와 김정일

임종건

2011년 04월 01일 (금) 06:44:09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운명이 나토군의 공격으로 풍전등화(風前燈火)입니다. 아랍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60~1980년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와 함께 반 서방테러를 주도하던 그는 2003년 핵개발 포기 결단을 내린 뒤 2006년에는 미국과 수교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케냐 출신의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됐을 때 크게 고무되었음이 틀림없었습니다. 2009년 유엔총회 연설을 위해 난생 처음 미국을 방문했던 그는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아프리카의 아들’이라며 “8년의 어둠(부시정부) 뒤에 온 한 줄기 빛으로 미국의 영구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최상급의 찬사를 동원했습니다.

그는 민중 시위 초기에 시위대는 알카에다 조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알카에다는 9·11테러의 주범으로 미국이 섬멸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정점으로 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입니다.

미국이 반군을 도우는 것은 자국의 적을 돕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군이 리비아를 수중에 넣게 되면 리비아는 아프간이나 이란처럼 된다는 말입니다. 그는 나아가 중국의 민주화운동인 천안문 사태 때 미국이 개입을 하지 않았듯이 리비아 사태에도 개입하지 말아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오디세이 여명' 작전을 주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다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이라크 아프간에 이어 중동에서 제3의 전선을 새로이 펼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음인지 군사개입에 한동안 주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이 리비아 공습을 결정한 뒤로도 카다피는 오바마가 주위의 나쁜 사람의 말을 듣는 듯하다고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민주적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으로서는 리비아의 민주세력이 카다피 독재에 제압당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미 국방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세계의 양심을 더럽히는 대량학살을 막는 것은 미국의 국익”이라고 군사개입의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카다피의 축출을 목표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다음 날 런던에서 열린 나토 수뇌부 회담에선 카다피의 축출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고 합니다. 카다피의 축출은 시간의 문제일 뿐 피하기는 어려운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아프리카 북부의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해안을 따라 도시들이 세워졌습니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는 그 중 대표적입니다. 남쪽으로는 사하라 사막이어서 숨을 곳도 없습니다. 지형적으로 해양세력의 공격에 취약한 환경입니다. 1986년 미국과 영국이 합동으로 전개한 ‘엘도라도 작전’ 때는 영국에서 발진한 장거리 폭격기만으로 트리폴리는 초토화 됐습니다.

카다피가 핵무기를 버리고 서방과 화해를 한 것도 리비아의 지형적 취약성을 알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핵무기를 만들어 봐야 숨겨둘 곳이 없는 것입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적대관계가 지속됐다면 훨씬 전에 공격을 당했을 것입니다. 사정권 안에 있게 될 지중해 건너편의 유럽국가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카다피의 42년 독재는 재스민 혁명 바람만 아니었으면, 또 카다피가 시위 진압에 폭격기를 동원하지 않고 민주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지속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 수습되기에는 독재의 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다피에게서 배울 것이 두가지 입니다. 핵 포기와 세습 포기입니다. 북한은 험준한 산악지대가 있다고는 하나 동해와 서해, 양 옆구리는 훤히 뚫려 있습니다. 위성으로 내려다 보고 있어 핵무기를 감춰둘 곳도 없습니다. 리비아 보다 별로 나을 게 없는 지형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리비아 사태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문단속 차원에서 하는 얘기겠지만 리비아가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공격을 받게 됐다면서 핵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남한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응전을 자제하는 것은 피땀으로 쌓아올린 인적 물적 자산의 파괴를 피해보려는 인내일 뿐입니다. 전쟁이 난다면 핵이 아니라 휴전선 양쪽에 배치돼 있는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만으로도 남북 모두 초토화되고도 남습니다. 결국 북한의 체제를 보호해주는 것은 북한의 무기가 아니라 남한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그들이 체제를 지키는데는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충분한 겁니다.

3대 세습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카다피가 아들들에게로 세습을 하려한 것이 주요한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것으로 충분치 않습니까. 북한이 핵 포기와 함께 명확하게 개방의 길로 들어선다면 3대 세습에 대한 재평가의 여지도 없지는 않겠지만 보다 확실한 길은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미국에 경제시찰단을 파견한 것이 눈속임의 쇼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리비아 내전의 현장에서 카다피 군이 사용한 북한제 무기가 발견됐습니다. 독재자에게 무기를 팔아 연명하는 방법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에 유익이 되는 물건을 만들어 팔 수 있어야 북한은 삽니다. 우리가 리비아에 대수로를 지어주고 돈을 벌었듯이.

김윤옥 (210.XXX.XXX.68)

저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햇볕정책이 조금만 더 진행되었더라면, 그러는 동안 북한 주민이 조금 만 더 여유가 생겼더라면, 남북한의 극심한 차이도 우리가 굳이 알려주지않아도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사회 변혁을 이끌 수 있었을 것이며 더 이상 세습이 용이하지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자신이 북한주민이 자신을 좋아하지않는다는 것을 토로한 것만으로도 그가 자신의 신변만 보장되면 다른 선택도 고려해 볼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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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2 22: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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