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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와 함께 한 월요일
신아연 2011년 04월 04일 (월) 01:44:09
월요일은 식당을 열지 않는 날이지만 청소나 뒷설거지, 밀린 서류 따위를 정리하느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합니다. 하지만 환기를 위해 열어 둔 문으로 손님 대신 밖에서 놀던 새들이 자작짜작 걸어들어오는 것이 평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라도 얻어 먹을까 하여 인근의 새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앙증맞게 가게 문을 들어서는 모습이 손님 이상 가는 반가움을 자아냅니다.

그 날도 활짝 열린 출입문으로 작은 새 두 마리가 포르릉 날아들었습니다. 귀여운 마음에 하는 양을 보려고 짐짓 모른 체하고 있는 사이,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태평하게 바닥을 누비며 한동안 뭔가를 쪼아먹는 시늉을 하더니 갑자기 두 마리 모두가 동시에 몸을 날려 벽에 힘껏 부딪히는 것이었습니다. 연거푸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푸드득대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사태가 갑자기 심각해졌습니다.

가게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터라 새들의 눈에는 바깥인지 안인지 구분이 안 되었던 것입니다. 한 장소에서 놀 만큼 놀다가 제 딴엔 늘 하던 대로 날갯짓을 했는데 뭔가가 번번이 막아서니 기가 차지 않겠습니까.
한두 번 해서 안 되니까 계속해서 더 높게 더 힘껏 유리벽에 몸을 부딪히고는 더 커진 반동만큼 바닥에 나뒹굴어지는 본새가 처음에는 우습더니 이내 가엾고 처절하게 다가왔습니다.

크기라야 조막 만한 것들이 저러다 골병 들어 죽게 생겼다 싶어 제 마음도 다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쉬는 날, 잠시잠깐의 한가함과 평온함이 작은 새들을 살려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급변하는 순간, 가게 지하 휴식공간에서 모처럼 오수를 즐기고 있는 남편부터 무조건 흔들어 깨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기가 무슨 풍랑을 만나 호들갑을 떠는 제자들에는 아랑곳없이 태평스레 잠을 자는 예수라고 비몽사몽 중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둥, 그러다 나가겠지 하며 잠결대꾸를 할 뿐입니다.

혼자 “이를 어째”를 연발하며 동동거리며 다시 올라와보니 어느 결에 한 마리는 이미 날아가고 안 보였습니다.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는 사이에도 남은 한 마리는 끊임없이 창에 몸을 부딪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반만 돌려도 제 발로 걸어들어온 문이 그대로 활짝 열려 있건만 어쩌자고 자꾸만 구석으로 구석으로 한 발짝씩 더 옮겨가며 매번 유리벽을 뚫기라도 할 기세로 필사적 몸부림을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녀석도 그렇지, 출구를 찾았으면 함께 나갈 일이지 의리없이 저 혼자 훌쩍 날아갈 건 뭐란 말입니까.

저 또한 어쩌지 못한 채 궁색하지만 문쪽으로 새를 쫓는 시늉을 하니 가뜩이나 두려운데 공포가 배가된 듯 퍼덕이는 날갯짓에 더해 몸을 부르르 떱니다. 이것도 안 되겠다 싶어 궁여지책, 음식 부스러기를 신문지에 담아 새의 시선이 닿되 문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놓고 새가 몸의 방향을 틀도록 유도해 보았습니다. 상황을 보아가며 신문지를 문가로 살살 이동시킬 참에, 옳거니, 그 와중에도 먹을 것이 눈에 띄자 생사가 걸린 일은 잠시 뒷전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먹는 데 열중합니다.

그러더니 미련하게도 먹을 걸 다 먹은 후 도로 몸을 돌려 다시 유리벽에 몸 부딪히기를 계속하는 게 아닙니까. 먹고 나니 기운이 나는지 이번에는 더 세게 시도를 합니다.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더는 안 되겠다 싶어 겁을 잔뜩 줄 요량으로 마구잡이로 다가가 바닥에 발을 쾅 굴렀습니다.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잠시 퍼덕이더니 그 기세로 반사적인 날갯짓을 하며 출구쪽으로 밀려나가듯 훌쩍 날아올랐습니다.

사태가 종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며 잠시 숨이라도 고를 듯 그대로 가까운 울타리에 앉아 있는 새 만큼이나 제 가슴도 그 때까지 콩닥거렸습니다.

제 딴엔 얼마나 놀랐으면 사투를 벌인 주변엔 지려놓은 똥이 즐비합니다. 여기저기 빠져 있는 깃털과 새똥을 닦아내며 혹여 새가 뇌진탕으로 죽었더라면 어쩔 뻔 했나, 내가 지금 치우고 있는 것이 새똥이니 망정이지 죽은 새였다면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겠나 싶으니 살아서 나간 새가 대견하고 고맙기조차 했습니다.

새와 씨름한 그날, 사람살이와 빗대어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만 미련하달 것 없이 사람도 고개만 잠시 돌리면,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살 길이 생길 텐데 제 고집대로, 늘 하던 대로만 하려고 드니 죽겠다고 해봤자 말짱 헛고생을 하는 일이 생기지 않나 말입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잠깐 돌아서기만 해도 해결책이 열릴 텐데 기껏 낸 꾀가 죽을 꾀라더니, 사람이 해야 할 일은 하나님도 부처님도 도무지 대신 해 줄 수 없겠다 싶은 깨달음 비슷한 것도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촉즉발, 상황은 다급한데 당장 눈 앞의 먹을 것에 한눈을 파는 것, 조금 살 만하다 싶으면 금세 잊어버리는 것도 인간이라고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들로 하찮다면 하찮은 그날의 일이 제게는 일상의 교훈처럼 다가왔습니다. 무서운 자연의 힘에 생명이 쓸려가는 것과 뜻하지 않은 큰 사고는 어쩔 수 없지만 세상살이의 많은 부분은 지혜로움과 이성적인 판단, 침착함, 인내, 심사숙고 따위를 통해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힘든 시기에 만났던 한 지인이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고 조언해 준 적이 있는데 그날 이후 그 사람의 말도 겹쳐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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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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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석 (110.XXX.XXX.249)
신아연 선생님, 작은새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은 새 때문에 가슴조리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래, 이게 인간이야.' 알퐁스 도오태의 '별이 생각났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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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6 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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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71)
순식간에 읽히는 글, 아름답습니다. 작은 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얼마동안 컬럼이 안 올라와 무척 아쉬웠습니다만 오늘 이 글이 나의 작은 기다린 노력을 충분히 보상해 주었습니다. 글 내용이 수채화도 같아서 읽고 난 기분이 한결 가뿐합니다. 일상이 바쁘시더라도 자주 글을 올려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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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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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플리 (110.XXX.XXX.249)
오늘 글을 반갑게 접하였습니다.

역시 섬세하게 뭍어나는 관찰력과 삶의 일상에서 베어있는 자상함이 잠시 상념에 잠기게 하여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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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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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110.XXX.XXX.249)
너무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이렇듯 글로 표현함에도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네요. 그리고 작은새는 자작짜작 걷고, 포르릉 난다는 것도 새로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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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5: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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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덕 (110.XXX.XXX.249)
잘 읽었습니다.우리네 인생과 다를 것 없지요. 아둔하고 미련하면서도 자기만 옳다고 노인네 무릎세우듯 세우는 군상들 이야기지요.우리와 다르다면 호주 새들은 내보내는 가게 주인이 있지만 우리에겐 서로를 죽을 때까지 몰아부치는 이기심 가득한 사람들만 있는 점이 다르지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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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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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민 (110.XXX.XXX.249)
늘 좋은 글이라고 느끼면서 읽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거창한 철학 교과서보다 자기 살과 피가 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식당일로 바쁘시더라도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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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5: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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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5)
먼 타국땅에서도 가끔 이런 만남을 통해서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여유로움이 살아있는 기쁨을 안겨주는 것일까요. 봄볕이 유난한 오후입니다. 지난 겨울처럼 혹독한 추위에선 꿈도 못꿀 따뜻함, 창조주의 변화무쌍 광대함이 끝없는 신비를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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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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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49)
아연씨!,안녕!하고플 정도로 좋은 날씨예요.
저는 조그만 한옥에 살때 비슷한 경험을 했지요.
와우!!!
행복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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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2: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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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ㅋㅋ...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저의 대상은 새가 아니라 쬐끄만 꿀벌이란 것이 다를 뿐~~ 어떻게 현관문으로 들어온 녀석이 환한 통유리창으로만 돌진하니 번번히 부딪칠 밖에요. 식구들은 쏘일까봐 빨리 파리채로 죽이라고 성화인데 무슨 소리냐고,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고,미물의 곤충이지만 생명은 귀한 것이라고 항변하며 살려서 보내려고 하는데 환한 유리창으로만 날다 지쳐 떨어진 뒤에야 종기에 담아 보관했다 다음날 낮에 살려줬더랬습니다.
어째서 왔던데로 가지 못하고 ...... 말씀하신대로 우리 사람들도 새나 꿀벌처럼 찬찬이 되돌아보지 못하고 편리함만 좇아 원전까지 건설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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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4 10: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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