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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지 말아요
임철순 2011년 04월 05일 (화) 01:57:03
과학영재 양성기관인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최근 석 달 새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습니다. 1월에 ‘로봇영재’로 알려진 학생이 약 먹고 자살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자살해 큰 충격을 준 데 이어, 3월 하순에는 두 명이 9일 간격으로 세상을 버렸습니다.

이렇게 자살이 잇따르자 과도한 학업 부담과 경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내로라 하는 전국의 영재들이 모여 경쟁하다 보니 친구를 사귈 수도 없고, 학교나 교수와의 관계에서도 마음 붙일 곳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터에 새 학기 등록하기 직전 두 학기의 성적이 평점 3.0 미만이면 0.01점당 6만원 가량을 내야 하는 차등 등록금제의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문제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징벌적 등록금제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대학 개혁작업의 일환으로 2007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점차 확산돼 지난해부터 1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1971년 설립 이래 등록금을 받지 않았던 카이스트는 “정부 돈으로 학교에 다니면서도 성실하게 공부하지 않고 수년째 졸업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불가피하게 차등 등록금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학 측은 자살한 학생들이 이 제도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월에 자살한 ‘로봇영재’는 성적 고민도 컸지만 여자친구와 결별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3월 20일 자살학생은 성적이 좋아 차등등록금 징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3월 29일 자살학생도 2004년 입학자여서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나 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보가 죽음의 원인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경위가 어떻든 자살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목숨을 끊지는 않습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된 자살의 원인을 한마디로 명확하게 단정 짓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또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설명하면서 원한이 있는 자에게 치명적 복수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누구든지 죽기 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나를 구해 달라는 SOS신호를 다양한 형태로 보낸다고 합니다. 그걸 잘 알아채 마음을 되돌리게 하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일상의 삶에서 실제로 남의 구명 사인을 해독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자살에 관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사연이 의외로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살기 싫다, 죽고 싶다는 글을 올린 이들은 주로 청소년이었는데, 장난기로 올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몇 명의 사연과 그에 대한 반응ㆍ처방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중 1 여학생=부모가 이혼해 엄마, 여섯 살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가 이유 없이 화를 내고 너 같은 건 필요 없다, 아빠한테 가서 살라고 해서 빨리 이 세상 떠나고 싶다. 엄마에게 대든다고 반장 임명장 상장도 던지며 욕을 한다. 잠깐 아프다가 쉽게 죽는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이에 대해 제발 죽지 말라고 설득한 사람이 있었지만, “나는 고아로 너보다 더 힘들지만 왜 안 죽는지 아느냐, 내 인생에 끼어들고 해를 준 인간들에게 복수하려고 산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30세라는 네티즌은 오빠를 자처하며 “지금 너 하나 죽어봤자 슬퍼할 사람 100명도 안 된다”며 인생의 4분의 1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최선을 다해 보지 않고 벌써 죽으려 하느냐, 기운 내라고 격려했습니다.

▦해외 국제학교에 다니는 중 3학생=초등 6학년 때 외국에 왔는데 아직도 영어 초보반인 EAP반에 있다. 학기마다 시험에 떨어져 EAP반에 머무르자 ㅅㅂ년이 너 같은 건 뒈져라, 쓰레기나 짐승보다 못하고 살 가치가 없으니 죽으라며 온갖 욕을 한다. 아버지는 나를 위해 4년 동안 2억원을 썼다. ㅅㅂ년은 키 크고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는 내 친구와 나를 매일 비교한다. 죽고 싶다.

이 글에 대해서는 어머니(ㅅㅂ년)가 너무한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아버지와 진지하게 상의하라(함께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엄마에게 말할 때 절대로 징징대지 말고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고, 엄마가 너무 심하게 대해 힘들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솔직히 말하라는 충고가 읽을 만했습니다.

▦며칠 전 전역한 군인=군대에서도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려 했다가 동기 덕분에 하지 않았다. 중 1 때 어머니가 카드 빚 때문에 자살했고, 지금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데 뭘 먹고 살지 막막하다. 여자하고도 인연이 없는지 만날 차이고 있다. 자살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미래를 생각하면 죽고 싶다.

이 호소에는 전문 상담을 받아 보라고 충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살하면 그 슬픔은 가족이 넘겨 받는다면서 가족을 위해, 내일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라고 의젓하게 훈수한 고2 학생의 글이었습니다.

▦중 1학생=부모가 이혼하고 동생은 미쳤고 초등 6학년 때부터 자살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24시간 내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다. 학교나 집 할머니집 고모집 어디 가도 편한 느낌이 없다. 이번 주 안에 세상 뜰 거다.

이에 대한 답변 중에서는 욕설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야이 십셰끼야 죽긴 왜죽어 개새꺄. 중 1에 자살이면 난 시발 지금 제일 졷같은 고3이다 개새꺄. 난 벌써 요단강 수영해서 건넛겟다.” 이렇게 욕부터 한 고3은 두 가지 처방을 내렸습니다. 1)죤나 열심히 행복하게 살기. 인생 한 번 사는 거 시발 재밌게 2)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게 북한 김정은 김정일 부자 모가지 따그라.

이 고3 학생의 글을 읽으며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그러는 사람에게는 이런 식의 처방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면서 고통이 훨씬 컸던 사람의 말이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는 가장 유효한 충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죽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나라면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나도 청소년기에 자살 욕구를 가까스로 넘긴 적이 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내가 클 때보다 더욱더 힘이 드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이들은 살기 싫어 자살을 하고, 어른들은 살기 힘들어 자살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슬그머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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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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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222.XXX.XXX.80)
동감입니다. 살면서 자살을 수도 없이 생각했지요.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지 않게 죽을 수 있는가, 아니 무섭지 않게
갈 수 있는지, 그것을 생각하다가 한 평생이 지나갑니다.
그저 개나리의 봄, 노란 꽃의 축제를 기억하면 자살충동이 멀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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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7 19: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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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5)
세상에는 나 아니면 안되는, 내가 꼭 필요한 그 무엇이 반드시 있기마련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에 남과 비교하거나 남보다 뛰어나기만을 기대한다면 죽고싶은자녀로 만들 수도 있겠지요. 나를 필요로하는 그 무엇은 일등과는 하등 관계가 없습니다. 어려서 부터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을 접고 스스로 꿈꿀 수 있게 한 발 물러나주는 부모가 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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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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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211.XXX.XXX.129)
자살하려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말 저말 다 필요없을 듯하고..저는 청소년기에 가출을 그렇게 망설였던적이 있었는데 실행은 못하고 지금 생각하면 유치찬란의 극치였죠..지금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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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4: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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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임 (211.XXX.XXX.129)
나는 김수종과 임철순의 왕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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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4: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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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11.XXX.XXX.129)
임철순 선생님
자살하지 말라는 글을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전쟁 때 사고로 오른 팔에 중상을 입어 자살하고 싶었으나 나 때문에 고생하신 홀어마니가 불쌍해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19세 였는데 오른 팔을 못 써도 남들 하는것을 다 할수 있다는 어느 한의사의 격려로 용기를 찾았습니다. 사람이 죽음이 두렵지 않을 때 몹시 용감해집니다. 모든 것이 미쩌야 본전입니다. 죽을 용기를 가지고 못 할 일이 없습니다. 저는 죽으려는 마음 때문에 용감해졌고 죽고 싶은 생각 때문에 의욕이 생겼습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면 위로 튀어 오릅니다.
이종완, 연변 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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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3: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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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살면서 자살을 생각치 않은 사람 몇이나 될까요?
문제는, 너무 개인적인 탓으로만 치부해버리고 범 사회적 치유를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사회 성장동력의 하나인 경쟁의 순기능만 강조했지 역기능에 대한 보완엔 소홀했기에 자살이 늘었지 않았나 합니다. 이제라도 뒤처진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시급히 이뤄져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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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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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석 (211.XXX.XXX.129)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준 충고가 참 구체적이네요. 욕설 속에 이렇게 절절한 진심이 담겨있는 것도 처음 경험입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제 경험으로는, 자살은 개인적 사정도 중요하지만 성격이 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낮은 자존감이나 자학적 성격 같은 이유들이 불리한 환경을 더욱 절망적으로 해석하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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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1: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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