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와 휴교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방사능 비와 휴교

김영환

2011년 04월 13일 (수) 01:18:54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어느새 10여 센티미터의 크기로 자란 귀여운 부추를, 퇴비를 섞어 잘 갈아놓은 밭으로 옮겨 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두리번거리며 밭 가운데로 걸어오더니 “이 냉이 캐먹어도 괜찮아요? 방사능 비 내렸는데…” 하십니다.

“글쎄요.” 우리는 벌써 여러 차례 봄 향기가 그윽한 냉이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 먹었지만 별 생각 없이 부정적으로 이야기해버렸습니다. 찜찜하게 생각할 서울 아주머니에게 선뜻 캐라고 권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아주머니의 냉이 이야기는 방사능비가 이 세상의 종말을 예고할 수도 있다는 선교(宣敎)의 서론이었습니다.

최근 전 국민의 입에 방사능 비가 오르내렸습니다. 생명의 약동을 상징하는 봄비가 저주받을 봄비로 매도된 것이 지난 주 한국의 풍경이었습니다. 매스컴의 위력입니다. 밀리시버트니, 베크렐이니 하는 낯선 방사선량과 방사능 단위 용어가 우리들의 생활을 휘젓는 가운데 지방교육청이 휴교를 권하고 이에 1백여 학교가 응한 것이 톱뉴스가 되었고 이 뉴스는 일본 신문은 물론이고 로이터 AFP 신화통신 등 중요 외신으로 세계에 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방사능이 포함된 빗물은 하루에 2리터씩 1년을 마셔도 엑스레이 사진 한 번 찍을 때의 방사선 피폭량보다 적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수돗물 정수장에서는 환경부의 권장으로 덮개를 씌우느라고 새벽 3시까지 일했답니다. 오사카에 다녀온 이웃 아주머니의 말로는 그곳 일본인들은 너무나 태연하다고 하는데요. 방사능에 대한 걱정이라면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인들을 능가하기는 어렵겠지요.

‘나 아니면 모두 남’이라는 세상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수백 명의 ‘원전 사무라이’ 결사대가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고 생명을 건 채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자로 주변에서 맞고 있는 방사선량은 우리가 비에서 맞는 것보다 엄청나게 높을 것입니다.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방사능 비를 안 맞게 하려고 교문을 닫거나 안 보내는 것도 권리라면 권리입이다. 그러나 이만한 방사능 비로 휴교했다는 한국의 소식은 외국 관광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값진 교육의 기회를 빼앗았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 21기이고, 7기가 건설 중이어서 앞으로는 거의 3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게 될 것이므로 상상을 뛰어넘는 불의의 사고를 상정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만일 계속 늘어나는 우리나라 원전에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수습에 나설까요? 우선 전문기술을 가진 원자력 전문가와 발전소 직원, 경찰관, 소방서, 군인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수습에 나서야할 사람들의 범위는 넓어질 것입니다.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하다가 방사능에 피폭되는 환자들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치료해야하고 환자는 구호차량에 실려야하므로 운전기사도 필요합니다. 그들이 입은 옷과 장비는 특수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농산물을 검사할 사람도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내 일이 아니니 나 몰라라‘하며 팔짱 끼고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방사능 비에 함유된 방사능이 과학적으로 별 것이 아니라는데도 교육청이 지레 겁을 먹어 휴교를 권장하고 또 학교들이 이에 따른 것은 아이들이 키워나가야 할 지혜를 막는 안이한 대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중에도 야외학습을 한 학교가 있었습니다. 휴교보다는 오히려 방사능 비의 원인과 대책, 일본이 원전 사고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더 배웠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된 배경, 에너지 절약, 대체 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적극적인 기회로 삼았어야 옳았다고 봅니다. 이 작은 것에 놀란다면 큰 것에는 얼마나 놀라야 하나요? 그렇게 미약한 방사능도 무섭다면 교육청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무슨 교육을 시켰나요?

미약한 방사능에 이 소란이라면 더 시급한 것은 청소년들이 흡연으로 피폭하는 방사능 물질입니다. 특히 담배에는 폴로늄210이라는 악성 방사능 물질이 있어 흡연으로 폐에 머물면서 세포의 DNA를 공격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직접 흡연자에게 폐암을 유발하고 간접 흡연자에게도 막심한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담배 한 개비에 있는 폴로늄210의 양은 1년에 가슴 엑스선 사진을 300번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능 양과 같다는 것입니다.

혹시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잣대로 처신해 센세이셔널한 보도의 중심에 서면서 한 건 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유발하는 방사능 오염은 엎질러진 물이지만 나라 안에서 방사능 오염 방지를 위해 청소년 흡연의 증가를 막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요즘은 어리거나 젊은 여성들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시대입니다. 이들은 언제 담배를 배웠을까요. 중고교에서 보다 철저한 금연교육을 실시했다면 흡연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들이 흡연으로 25% 정도는 자신이 흡입하고 나머지 75%의 연기로 주변 사람에게 방사능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까요?

학교에서는 단속이 심한지 차마 못 피우고 이웃한 아파트로 넘어와 어린이 놀이터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합니다. 교육청은 왜 이런 것은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흡연도 학생들의 중요한 인권이라서 그러나요? 방사능을 교육에 적용하려면 하고 싶은 것만 하지 말고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제대로 하라는 것이죠.

고칩니다 : 지난 번 싸에라 칼럼의 ‘우끼요에’ 한자는 ‘浮世繪’로 정정합니다.

이재기 (115.XXX.XXX.181)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나라로 날아온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은 1년에 0.1밀리시버트도 안되는데 온갖 과민반응이 난무합니다. 0.1밀리시버트도 나쁜 것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이웃집에서는 이렇게 겁내고 있는 당신들을 위해 당신들이 2000년 동안 맞을 방사선을 며칠 사이에 맞으면서 사력을 다하는 수백명의 결사대가 있다는 것을. 이들의 희생정신 앞에 당신들의 치졸한 이기심을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야 사람입니다.

답변달기 ▼

2011-04-14 23:11:17

0		0

인내천 (112.XXX.XXX.244)

저는 휴교령을 내린 교육감,교장이야말로 제대로 대처한 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확실하게 직무를 유기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보는 관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염려와 조심은 백번 옳지 않을까요?
지진이나 쓰나미,화재와 전쟁,전염병은 일시적인 것이고 회복 가능한 재앙이지만 적게는 수십년.많게는 수만년이 걸리는 방사능은 인간의 지혜로는 어쩔 수 없는 저주의 불이기에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대처라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에서 1만키로나 떨어진 프랑스에서는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반원전을 외치는데 지척에 있는 우리가 무방비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프랑스가 우리보다 지적 수준이 열등해서 그런가요?
이 저주의 불 앞에서 끽연의 방사능이나 X레이의 방사능 타령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나요? 북한의 알량한 최저급 핵무기는 난리를 치며 반대하는 분들이 그보다 몇배 위험한 21기의 원전에 대해선 왜 침묵하시죠?
우리의 실수나 적국의 공격으로 1기만 터지면 전멸하는데도 말입니다.
지극히 초보적인 휴교령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우리리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입니다! 원전의 순기능만 알고 역기능에 무지했던 우리가 이제라도 대오 반성하고 추스려야할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와 정치인들은 제발 직무를 유기하지 말고 본질적인 대처를 해야할 것입니다. 방관하시면 내년 4월과 12월에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테니까요.

답변달기 ▼

2011-04-14 12:19:42

0		0

강ㅇ강 (211.XXX.XXX.131)

맞는거 같습니다. 저도 글재주는 없지만
이분글은 그냥 흡연에 관한 글을 쓰려고 방사능을억지로 끼워맟춘것같내요

답변달기 ▼

2011-04-15 18:38:39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