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 공방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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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건설 공방 유감

김창식

2011년 04월 14일 (목) 01:27:02

이명박 정부가 대선 공약의 파기나 변경 추진을 내비칠 때마다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만 해도 그렇군요. 지난 3월 31일 정부에서 건설 불가 방침을 발표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약 불이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이튿날인 4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국익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하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습니다. 필자에게는 신공항 건설이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있는지, 밀양과 가덕도 두 곳 중 어느 지역이 후보지로 합당한지에 대한 전문지식과 자료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회견의 문맥과 이에 실린 대통령의 인식, 그리고 박 전 대표와의 사이에 오고 간 공방을 보며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나는 (착수) 결정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욕먹지 않는다."라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감정이 실린 극히 개인적인 말법입니다. 소규모 가까운 추종자, 허물없는 지인들과의 노변정담에서나 오갈 수 있는 사적인 말투이며 대국민 사과 형식의 회견에는 결코 맞지 않는 어법이죠. 어찌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국책사업의 불이행을 전체 국민에게 사과하는 자리에서 책임을 남에게 미루듯 자기합리화를 위한 구차한 변명으로 시작한단 말입니까. 시작부터 그러하니 '대통령의 고뇌어린 결단'이 마음에 와 닿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통령의 "나야 편하겠지만…"이란 모두 발언은 불필요합니다. 곧바로 공약불이행에 대한 백배 사죄로 회견을 시작했어야 옳습니다.

백번을 양보해 대상 지역 중 한 곳을 선정해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때 대통령이 말했듯 마음 편하리라고 대통령과 그 주변이 진정으로 믿고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탈락한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정서가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것쯤 불을 보듯 뻔합니다. 나라 전역이 들끓고 심각한 사회불안사태로 이어질 위험성도 엿보입니다.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자마자 대상 지역 두 곳 모두 실망감을 여과 없이 토로하며 섬뜩한 언어를 사용하여 결정사항에 대한 불복종 내지 중앙정부와의 결사항전의지를 다지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회견에 담긴 내용 또한 실망스럽습니다. 공약사업 수행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예산규모를 제시하며 신공항 건설 철회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정작 2009년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평가위원회의 부적격 평가가 나온 뒤 왜 침묵하며 이 문제를 끌어왔는지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빠져 있습니다. 이래서는 조사 결과를 모종의 일에 지렛대(leverage)로 활용하려 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자체가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관계를 다루는 방식이 투명하지 않으면 진위여부는 빛을 잃고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비근한 예로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불온한 소문이 아직도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지 않나요.

박근혜 전 대표의 이의제기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말한 요지는 "약속은 지켜야 하고 당장 경제성이 없어도 미래에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박 전 대표는 내내 침묵을 지키다 절묘한 시점에 한마디 툭 던져 이목을 집중시키는 비상한 재주가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도 그랬지만 국가 대소사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면 '어떻게'라는 구체성이 결여된 채 원론적 수준에 머물고 핵심을 비껴가며 감성에 호소하는 말법을 곧잘 사용합니다. 구체적 가치(경제성ㆍ타당성)와 비가시적 덕목(사회유대ㆍ공동체 정신)이 충돌할 때의 해법과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논리적 설명이 없어 아쉽습니다.

각 기관의 여론 조사를 보면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서는 경쟁자들을 멀찍이 앞서는 잠재적 대권 후보입니다.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앞으로 집권하면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것은 현재의 혼란과 대립을 단지 유예하는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나라 전체가 또다시 심각한 갈등 국면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박 전 대표의 "미래에는 필요할는지도…"란 말도 쉽게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사업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수지타산을 맞추게 될는지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국정을 수행한다면 국민은 불안할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가정은 허구로 판명날 위험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테니까요. 박 전 대표의 비판적 언급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은 다시 한 번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타당성 여부에 입각해야할 정책이 당위를 앞세운 정치 문제로 변질된 상황에서 이를 부추기듯 일개 지역구 사안으로 폄하해 지역주민을 의식한 편의적 발상이라고 간단히 정리해버린 것입니다.

집권여당 내부의 분란을 민주당에서는 꽃놀이 패인양 내심 즐기고 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비집고 끼어들어 출처불명의 시적 패러디로 박 전 대표의 뒷북치기를 공격합니다. "모란이 필 때까지 소쩍새가 울어야지 왜 모란이 지고 난 뒤 우느냐?" 신공항 건설 타당성을 둘러 싼 정치인들 간의 감정 섞인 날선 공방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이래저래 심란하기만 합니다.

김윤옥 (210.XXX.XXX.215)

마음이 통하는 한 친구가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 없음을 너무나 싫어합니다. 진정성 없음은 신뢰할 수 없음의 또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씨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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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6 22: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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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김윤옥님과 친구분 의견에 공감합니다.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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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7 18: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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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국방이나 치안이 좀 허술해도,국민들의 먹을 거리가 조금 부족해도 나라는 버틸 수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고 일찌기 공자께서 일갈하셨는데 세종시도,4대강사업도,동남권 신공항도,국제 비즈니즈 과학벨트도 죄 뒤짚고 있으니 신뢰를 할 수 있나요?
내년 4월,12월 기다릴 것 없이 이번 보선에서부터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수 밖에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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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4 18: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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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우리사회에 신뢰가 무너진지 사뭇 오래이니... 울울답답하기만 합니다, 인내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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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5 10: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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