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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_ 성선택(하)
박시룡 2011년 04월 20일 (수) 01:19:51
성 선택은 좋은 유전자를 갖도록, 그리고 그런 자손을 많이 퍼지도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를 원합니다.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자연 선택에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권한를 갖고 있고,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여성이 남성을 선택합니다. 암컷의 배우자 선택은 직접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간접적 이익, 즉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수컷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유전자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한 가지 방법이 바로 냄새인데, 이 냄새라는 물질이 바로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은 냄새신호에 이끌려 사랑을 속삭이고, 때로 천적이 있는지 경계하는 것도 소홀히 한 채 마법에 걸린 듯 황홀경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페로몬(Pheromone)으로 불리는 이 냄새물질은 분비선에서 나와 피부를 통해 방출되는데, 특히 성적인 행동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쓰입니다. 이 마법과 같은 냄새가 수컷의 몸에서 발산되면 암컷은 상대 수컷이 누구냐를 따지는 절차를 거쳐서 그 수컷을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을 합니다.

최근 쥐 같은 설치류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상대 수컷이 근친(近親)일 때는 암컷이 짝짓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과 인간이 짝을 선택할 때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로 불리는 유전자 집합이 관여한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즉 암컷 쥐가 수컷의 냄새를 맡은 뒤 짝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MH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암컷 쥐는 수컷이 풍기는 냄새를 통해 그 수컷의 몸이 ‘자신의 것’과 유사한지, 아니면 ‘외부의 다른 것’인지 판단하는데, MHC 유전자가 자신과 비슷할 경우 짝짓기를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이 유전자는 질병 저항성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똑 같은 MHC유전자를 지닌 개체들은 거의 없습니다. 배우자 간에 유전자가 서로 다르면 다를수록 거기서 나온 자손들은 새로운 MHC 유전자 조합을 갖게 됩니다. 새로운 MHC조합은 면역계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병원체들은 빠른 속도로 번식을 하기 때문에 아주 급속히 진화합니다. 새로 출현하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한 가지 방법은 면역계에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체들은 서로 다른 MHC를 가진 상대와 짝을 짓기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MHC가 서로 다른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유전자를 지닌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설치류 연구가 그 한 단서가 됩니다. 그럼 사람은 어떨까요?

이 MHC 유전자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스위스 베른 대학의 베데킨트(C. Wedekind)는 남녀가 MHC를 서로 맞춰봄으로써 더 좋은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혜택을 얻을지 모르며, 실제로 동물처럼 냄새를 이용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짝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습니다. 베데킨트는 남녀 대학생 지원자를 모아 이른바 ‘냄새 나는 티셔츠’ 실험을 했습니다. 남성 44명에게 이틀 밤 동안 면 티셔츠를 입도록 한 뒤, 이 기간에 강하게 풍기는 다른 냄새는 되도록 피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 남성의 혈액을 채취해 MHC를 조사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성 49명의 혈액을 채취해 MHC를 분석한 뒤 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MHC와 비슷한 남성들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이 입었던 티셔츠를 각각 건네준 뒤 호감도를 조사했습니다. 티셔츠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한결같이 MHC가 더 차이 나는 남성들의 냄새에 더 큰 성적 호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랑의 냄새는 아마도 ‘생물학적 궁합’이 아닐까? 남녀간 사주(四柱)를 따져 궁합을 맞추기보다 앞으로는 이 MHC 유전자 검사로 짝을 선택하면 어떨까요. 요즘처럼 결혼 정보업체사가 흥행하는 이때 이 MHC 유전자 검사로 짝을 맺어주면 우선 이혼율은 절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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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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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7)
흥미롭군요. 자연스레 선택한다는 것. 그게 진화하는 길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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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12: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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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un (211.XXX.XXX.146)
재미있는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디에서 사람의 MHC 검사를 할 수 있고, 그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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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10: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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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210.XXX.XXX.73)
아직 MHC를 검사하는 곳은 없습니다. 이 분야의 연구자로써 상당히 과학적 근거가 있어, 앞으로 부부금슬이 좋은 사람과 이혼한 사람들의 MHC를 검사해볼 생각입니다. 만일 부부금슬이 좋은 사람사이의 MHC의 유전자가 이혼부부보다 과학적으로 의미있게 차이가 난다면, 필히 결혼전 이 검사를 하는데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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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0 10: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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