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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젊은이들의 진로선택(2)
서재경 2007년 04월 19일 (목) 09:34:26
얼마 전 정운찬 박사에게 황우석교수 사건을 처리하던 서울대총장 당시의 심경을 물었습니다. 당시 황박사 문제는 진위에서 사후처리에 이르기까지 지지자와 반대자가 나뉘어 있었고 언론도 두 갈래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서울대의 판결은 세간의 비상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높아지는 세상의 압력 속에서 당시 정총장은 학문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집중했습니다. 그는 교수가 논문을 조작한 것은 진리 탐구의 길을 벗어난 행위로 간주했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 공무원과 공기업이 단연 인기가 높습니다. 공직을 영어로는 퍼블릭 서비스(public services)라 합니다. 공공에의 봉사를 의미합니다. 이런 직업은 봉사와 서비스를 기본 가치로 합니다. 만약 그런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가 공직으로 간다면 그것은 크게 격려할 일입니다. 장차 그런 사람들이 크게 성공할 것이니까요. 그러나 만약 공직이 목에 힘주고, 큰소리치며, 편히 살수 있다는 이유로 지망한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사회가 선진화되면 그런 공직자는 먼저 도태될 것이니까요. 이미 공직 사회에 그런 바람이 불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가치 중심의 진로를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단계는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입니다. 가치에는 종류가 많기 때문에 사람마다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예를 들자면 진, 선, 미를 비롯하여 용기, 헌신, 충성, 효도, 인애, 자유, 민주, 정의, 평등, 박애, 우정, 사랑, 봉사, 해탈, 천국, 극락, 민주, 돈, 권력, 명예, 학식, 재미, 인기 등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단어들을 골라낸 다음 우선순위를 매겨봅니다.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가치가 있거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경중을 가리기 어려울 때는 내면의 자신과 진실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화는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명확해지고, 우선순위가 가려질 때까지 지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어떤 가치를 선호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때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역사속의 인물이나 현존하는 인물 중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누군가를 존경하면 대개의 경우 그의 가치를 닮아가게 마련이니까요.

제2단계는 골라낸 가치를 찾아가는 로드맵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정해 놓고 어떻게 하면 거기에 도달할 수 있겠는지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어느 직업이 과연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가? 그 직업 중에서도 어느 직장이 나에게 잘 맞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직업과 직장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 경우 창업자의 사람 됨됨이와 기업의 조직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기업은 좋든 나쁘든 창업자를 닮게 되어 있으니까요.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은 대학을 졸업할 때 삼성그룹과 유한양행 두 곳을 놓고 진로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당시 문사장은 회사의 외형에서는 뒤지지만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마음에 들어 유한양행을 택했습니다. 경영자의 가치가 젊은 문국현을 매료시키고 이내 그를 가치의 계승자로 발전시켰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문사장이 이끄는 유한킴벌리는 ‘참지도자’의 가치를 갖춘 젊은이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참지도자란 자신의 머리로 타인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직업을 찾는 젊은이가 문국현 사장처럼 곧장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는 직업을 만난다면 큰 행운이겠지요. 그러나 그런 행운이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므로 처음에는 우회하는 기분으로 지도를 만드는 것도 권할만합니다. 가령 자신의 일생을 30대, 40대, 50대, 60대 등 10년 단위로 구분해서 개략적인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30대에는 공부를 더 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40대에는 경제적 기반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완비하고, 50대에 마음에 품은 가치실현에 도전하며 60대에 그 꿈을 이룬다는 식입니다.

가치 중심의 진로 선택의 마지막 단계는 철저한 실천입니다. 오늘날 많은 경영전문가들은 ‘실천’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래리 보시디는『실천(execution)』에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발표하고 나서 이를 증명하는데 10년의 세월을 바쳤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론 증명을 위한 철저한 실천이 없었더라면 위대한 과학자의 탄생도 불가능했다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치 중심의 진로선택을 위한 앞선 두 단계를 잘 설정했더라도 철저한 실천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그것은 도상연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표방해도 자신이 현실적으로 실천할 능력이 없거나 그 가치를 이룰 유효한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허황한 꿈을 꾸는 몽상가에 불과하니까요.

가치를 중심으로 진로를 설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처음에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어쩌면 가능성 중심으로 출발한 직업이 초기에는 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쪽사이에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가치 중심의 진로를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심고 보람을 거두게 됩니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느끼게 되고, 주변에도 가치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그에게는 가치가 인생의 궁극적 목표요, 직업은 가치실현을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사람은 비록 돈을 많이 벌고, 혹은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하더라도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한국인들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가치를 모르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혹은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즐기는 일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기 마련인데, 일을 즐기려면 먼저 가치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가치 중심의 진로선택은 인생의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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