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의 송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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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의 송창식

김창식

2011년 05월 02일 (월) 01:25:36

작년 추석 연휴 기간 중 TV에서 방영된 '놀러와'의 '세시봉 친구 들'은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뜻밖에 젊은 층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고 그 열기가 사뭇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나중 이장희와 양희은 가세)이 출연하여 음악과 함께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주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추억을 선사했지요. 통기타라는 원시적(?)인 악기에 실린 갓 세수한 듯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노랫말이 아이돌 가수의 댄싱과 기계음의 믹싱에 식상한 시청자들 마음속 감성의 현을 건드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에 걸쳐 세시봉을 본거지 삼아 삼수갑산, 오비스 캐빈 등을 연고지로 활약한 여러 포크 가수 중 대표 주자는 단연 송창식입니다. 그는 윤형주와 함께 트윈폴리오를 결성하여 '하얀 손수건(나나 무스쿠리 곡)', '웨딩 케이크(카니 프란시스 곡)' 같은 번안 히트곡을 양산하였지요. 이 그룹은 한국의 '에벌리 브라더스', '사이먼 & 가펑클'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나타난 후배 듀오들의 전범(典範)이 되었지요. 그러나 트윈폴리오는 활동기간이 2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룹이 해체되고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송창식은 솔로로 활동을 계속하는데 오히려 이때부터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음악평론가 이백천과 '송골매'의 배철수는 송창식을 제일가는 가수로 평가합니다. 특히 매일 저녁 '배철수의 음악 캠프'를 진행하며 평생을 음악에 헌신하는 배철수 같은 장인은 송창식을 대중가요사에서 '가왕(歌王) 조용필'에 견줄 만한 유일한 가수로 우러릅니다. 필자도 송창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송창식은 음악 실력(가창력과 작곡)과 영향력(대중성과 새로운 형식의 실험)에서 역대 베스트 10에 포함될 만한 가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싱어 송 라이터인 그는 포크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서정 짙은 노래를 연이어 발표하며 성공을 거두었지요. '상아의 노래', '비의 나그네', '한 번쯤', '맨 처음 고백', '창밖에는 비오고요', '딩동댕, 지난여름' 등입니다.

송창식은 포크의 또 다른 정신인 기성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이 담긴 문제작들을 발표했는데 '피리 부는 사나이', '왜 불러'와 '고래사냥' 같은 노래를 들 수 있습니다. 피리 하나 들고서 언제나 웃고 다니는 '피리 부는 사나이'는 서정적인 노래지만 도가(道家)정신이 엿보이는 소극적 저항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엄혹한 일제 식민지배 시절 기다림의 삶을 에둘러 표현한 김상용의 시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가 생각납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가사의 기승전결이나 멜로디의 점증 없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왜 불러'는 적극적인 저항의 노래였습니다. 권위에 도전하듯 반말투의 독특한 노랫말로 강한 인상을 주며 가요계를 강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하게도 금지곡으로 묶입니다. 공권력에 반항한다는(두발 단속 차 부르는 경찰에게 대들다니!) 치사찬란한 이유였죠.

송창식 최대의 히트곡 '고래사냥'은 또 어떤지요? '자아~ 떠어나자~ 동해 바아~다로~'로 시작하는 강렬한 노래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최인호 원작,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주제가이기도 하죠. 허접한 청춘의 꿈과 좌절, 방황을 노래했고, 응원가나 운동권의 애창가요로도 많이 불리운 이 노래 역시 금지곡으로 묶이고 맙니다. 국가 원수를 고래로 은유했다나요? 믿거나 말거나! 서슬 퍼런 시대의 어둠이 드리운 세상이니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나중 송창식 본인은 그런 의도의 노래가 아니었다고 부인했지만 어디 한 군데 마음 둘 곳 없는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준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왜 송창식인가요? 그는 가요 사상 서정성(대중성)과 저항정신(시대성)을 공유한 특이한 존재인 데다 음악세계를 끊임없이 변모, 확충시켜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창(唱)과의 결합을 시도하고('새는', '토함산'), 위트‧유머를 차용한다거나('가나다라', '담배 가게 아가씨'), 클래식한 창법을 도입한다든지, 시와의 접목을 시도한다거나(예술가곡 못지않은 '우리는'‧'사랑이야',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푸르른 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작사‧작곡하고 부른 '선운사'는 노랫말과 멜로디, 가창력이 어우러진 절창(絶唱)입니다. 처음엔 서정주의 시에 곡을 붙인 줄 알았지 뭡니까.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인내천 (112.XXX.XXX.244)

아!~ 옛날이여~~
송창식, 참 멋진 가수죠. 그의 노래는 모두 넘넘 좋아요!
해학적이고 철학이 담긴 가사하며 표정이 생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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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0: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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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그렇습니다, 인내천님. 송창식은 정말 범상치 않은 가수입니다. 또래 가수와 구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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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7: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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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5)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접어들었을 때 과 친구들이 여름 방학동안 인천 근방의 어느 작은 섬에 피서를 갔다가 밤에 바닷가에서 누군가가 칸소네 *마마*를 부르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캄캄한 어둠을 더듬어 찾아갔다가 만난 '송창식'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부러웠느지 모릅니다.그 해 가을 트윈폴리오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던걸로 기억되는군요.그 시절 저는 이상하게 세시봉에는 별로 갈 기회가 없었고 주로 광교입구 음악감상실 '아폴로'에 자주갔었습니다. 그리운 시절, 그 때를 함께 공유했던 우리들, 언제나 청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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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0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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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아마 '트윈폴리오'가 결성된 게 그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감상실 '아폴로'에 앉아 있던 그 여대생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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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08: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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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혜자 (121.XXX.XXX.20)

특히, 문학과 예술영역(영화나 음악 그리고 문학작품 등)에 관한 박식한 선생님의 체계적이고도 자세한 해설, 그 정리된 글에 매번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또한 많은 것을 배움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동안의 독일체류 경험이(study) 있는 저로서 호감도 가고요!(선생님의'글쓰기'에도 선생님의 독문학의 그리고 독일의 경험이 좀은 반영이 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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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3: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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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최헤자 선생님, 반갑습니다. 더구나 제 글을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문학에 향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요소가 알게 모르게 글에 반영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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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8: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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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112.XXX.XXX.231)

김 작가님의 머리는 청춘 시절(특히 대학)에 붙들려있는 것 같습니다. 어쩜, 마음이 그렇게 젊으신지....옛날 추억을 번데기에서 명주실을 끊임없이 줄줄이 뽑아내듯하시니... 참, 대단하시네요. 송 창식 가수의 노래 제목을 보니, 옛날 생각 많이, 많이 나게 하는군요. 당시 종로, 세시봉 음악 감상실에 가끔 가면 조영남씨의 후질그레한? 모습도 보였었구요. 대각선 방향 의자에 예쁜 아가씨들이 앉아있으면,나도몰래 가슴이 콩닥거리던 그랬던 시절도 생각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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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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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happy 님 표현 '번데기에서...' 재밌습니다. 혹시 제가 그 앞에서 주름잡은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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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1: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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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36)

미팅이 있는 연령에 걸쳐 사시면(지금도 유효) 즐거운 담소를 나눌 분이네요.
황사가 조금 있지만 산책하며 흥얼거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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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0: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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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43)

송창식은 노래도 그렇거니와 저와 이름이 같아 특히 좋아합니다, 차덕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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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2 1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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