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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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연아의 ‘오마주 투 코리아’

방석순

2011년 05월 04일 (수) 00:29:41

피겨 퀸 연아가 또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달 말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서였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연아도, 그의 눈물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가슴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연아가 지난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쳐 금메달을 따낸 후 13개월 만에 처음 나서는 공식무대였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연아 자신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는 아이스링크에서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답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습니다. 그런 저런 이야기들이 모두 이쉬운 결과에 대한 미련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점수로는 비록 2위에 머물렀지만 연아의 아름다운 스케이팅은 여전했습니다. 군계일학의 자태 그대로였습니다. 우아한 활주와 사랑스러운 표정 연기… 점프가 문제였습니다. 긴 공백을 극복한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아마추어 관중의 눈에도 드러날 정도로 두 차례나 실수가 있었습니다.

발표된 점수에서나 실제 발휘된 연기에서 연아는 제 실력의 8할 정도밖에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반면 우승한 일본의 안도 미키(23, 安藤美姬)는 능력 이상의 열연을 펼쳤습니다. 그 차이가 겨우 1.29점. 연아가 정상적인 선수 활동을 재개한다면, 다시 한 번 스케이트화의 끈을 죈다면 깃털처럼 가볍게 떨쳐버릴 수 있는 차이로 여겨집니다.

어쭙잖은 안목으로도 지금 정상 컨디션을 갖춘 김연아를 능가할 수 있는 선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방년 21세, 그에게는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천하의 퀸 연아라도 스스로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다지지 않는다면 뜻하는 바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연아는 때때로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회의에 빠지곤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확실한 목표를 찾지 못한 탓이겠지요. 시즌 내내 벌어지는 그랑프리를 외면하고, 심판들의 시야에서 아득히 사라졌다가 세계대회 우승만 챙기겠다는 계획은 아무래도 좀 무모하고 위험해 보입니다.

‘오마주 투 코리아(Hommage to Korea)’. 연아가 준비한 이번 대회의 프리스케이팅은 타이틀처럼 그동안 자신에게 베풀어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살얼음판 같은 피겨스케이팅 세계 경연에서 그처럼 생소한 연기를 펼치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채점판을 든 심판들도 처음 대하는 연기의 완성도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고,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아가 아리랑 가락에 얹은 새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이유는? 당연히 온 국민의 사랑에 대한 보답의 뜻일 겁니다. 세계 정상의 스케이터가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그러나 혹시 그렇게 공식적인 무대에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제 그만 얼음판을 떠나겠다며 고별의 뜻을 전하려던 건 아니었던지, 가슴이 찡해집니다.

올림픽 우승의 꿈을 이룬 직후부터 연아는 줄곧 “앞으로 편안하게 스케이팅을 즐기고 싶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선수 생활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애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환상의 콤비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언짢은 결별도 그런 분위기에서 싹튼 것이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마치면서 연아는 또 다시 올림픽 직후와 같은 ‘애매모호’ 모드로 돌아갔습니다. 당분간은 아이스쇼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선수 활동의 재개는? 지금은 연아조차 알 수 없는 일로 보입니다.

한편 생각해 보면 이렇게 조급증을 내는 것 자체가 우리의 미련일 뿐, 연아에게는 미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연아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안겨준 자랑과 긍지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연아는 우리의 영원한 퀸, 영원한 연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만 언젠가 결심이 섰을 때 연아 스스로 고별의 무대를 선택하고, 거기서 ‘오마주 투 코리아’를 연기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점프를 하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즐겁고 스핀을 하다 미끄러져 넘어져도 유쾌할 것입니다. 연아에게도 우리에게도 서로가 감사를 전하는 행복한 무대가 될 테니까요.

* 오마주(hommage): 영화에서 다른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데서 비롯된 말. 존경, 경의의 뜻을 나타냄.

김윤옥 (210.XXX.XXX.215)

저 같은 문외한의 생각으론 경기엔 우승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임하고 경기 후의 갈라콘서트에 '오마주 투 코리아'를 연기 했어야 옳지않았을까 아쉽습니다.경기에 또 한 번 우승하는 것 또한 국민의 사랑에 감사하는 표현이 되지않을까 내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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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4 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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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112.XXX.XXX.231)

김윤옥님의 의견에 100% 동감합니다. 아리랑외 3곡의 한국 전통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하는데, '아리랑'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있어, 괜찮은 것 같았는데,여성의 한풀이?같은 구성진 창은 활력이 요구되는 피겨 경기와 안어울려서, 심판들한테도 다소 생소했을거고, 특히 점프에도 다소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그야말로 1등을 거머쥐고나서 갈라 쇼에서 했으면 아주 좋았을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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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5 07: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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