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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요리하며
신아연 2011년 05월 06일 (금) 00:57:31
서양 사람들의 아침 메뉴에는 거의 예외없이 계란이 들어갑니다. 햄이나 베이컨 등을 프라이드 에그, 스크램블드 에그, 포치드 에그와 함께 먹습니다.

그중에서 계란을 깨뜨려 푼 후 프라이팬에 뭉글뭉글하게 익히는 스크램블드 에그 말고는 계란을 제대로 조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중 우리말로 수란이라고 하는 포치드 에그 만들기는 까다롭기가 여간 아닙니다.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끓는 물에 계란을 밀어 넣어 흰자만 익히되 형태는 마치 탁구공처럼 둥글고 매끄러워야 하니 포치드 에그 주문이 들어오면 하던 일을 딱 멈추고 호흡을 고른 후 평정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세상과 나는 간데없고 오직 계란만 존재하는 듯한 정신집중이 요구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란입니다. 간단한 프라이드 에그조차도 팬에 계란을 놓는 순간 열에 반은 노른자가 ‘히마리’ 없이 터져버리니 하물며 ‘맹물에 헤딩’을 시켜야 하는 포치드 에그는 집어넣기도 전에 흰자와 노른자가 뒤섞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신선도 탓이 아니라 계란 자체가 건강하지 않아서 그렇지 싶습니다.

식당을 연 후 무시로 계란을 조리하며 노른자가 유난히 묽거나 흰자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것, 껍질을 깨뜨리자마자 풀어져 버리는 계란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얼마나 어거지로 알을 뽑아냈으면…

산란율을 높일 목적으로 양계장에서는 좁은 케이지에 닭을 가두고 24시간 백열전구를 켜놓는다고 하지요. 앞에는 모이통, 뒤에는 알 낳는 통을 두어 옴짝달싹할 수 없게 해 놓는다니 알 낳는 기계와 다를 바 없는 닭들의 스트레스가 건강하지 않은 계란의 상태에서 고스란히 읽히는 듯합니다.

그러께 가을 어느 스산한 해거름 무렵, 타고 가던 차의 창을 가로질러 둥그스럼한 흰색 보따리 같기도 하고 큰 백목련 송이 같기도 한 것이 가뿐한 듯 애처롭게 떨어져 내린 적이 있습니다.

굉음을 내며 희멀건 뭔가를 가득 싣고 지나가는 옆 차선의 거대한 트럭에 신경이 바싹 쓰이던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바닥에 동댕이쳐진 그 애처로운 것이 트럭에 빼곡이 적재된 물체에서 빠져 나온 것이라는 직감과 함께 눈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땅거미가 젖어들고 있는 잿빛 아스팔트 와 검붉은 노을을 뒤로하고 흰 중닭 한마리가 4차선 대로에서 어기적거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상황 판단이 안 된다는 듯 어정쩡한 자세로 갸웃대는 그 실루엣의 기이함이란… 순간 나란히 붙어 달리던 트럭으로 반사적 눈길을 돌리자 또한번 혐오스럽고도 기괴한 장면과 마주쳤습니다.

촘촘하다 못해 짜부라지게 실린 것들은 다름 아닌 몇 백마리는 좋이 됨직한 닭들이었습니다. 격자 무늬 철사에 눌린 몸통에서 군데군데 비어져 나온 흰털과 빨간 벼슬을 제하곤 죽은 듯 소리도 없는 그 물체를 산 닭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 끔찍해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미어지게 실려 가공 장소로 향하던 닭들 중 한마리가 급기야는 격자망 사이로 떠밀려 도로에 떨어졌던 것입니다.

닭장에서 밀려나온 그 닭이 ‘쇼생크 탈출’ 처럼 꼼짝없이 닭공장으로 갈 목숨이 천운을 만났다고 좋아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허허로워진 사위로 천애고독을 느꼈는지 내 알 바 아니지만 그 때의 그로테스크한 정황은 그대로 저의 뇌리와 망막에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식당을 하면서 계란의 묽은 노른자, 허물어지는 흰자와의 경계를 자주 보게 되는 요즘, 그 때 생각이 나서 언짢아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닭의 존재 이유가 아무리 식용이라 해도 살아있을 때에는 너무 가혹하게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보다 많은 생산을 얻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이 갈수록 무리한 사육 방법을 부추기고 그 결과가 바로 조류독감이니 광우병이니 구제역 따위의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죄없는’ 계란을 깨뜨리며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어 일절 고기를 입에 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 조금씩만 덜 먹으면 건강에도 이롭고 가축들도 그만큼 덜 시달리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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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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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무섭 (220.XXX.XXX.203)
‘살며 요리하며’ 책 이름 같습니다. 앞으로 이 주제를 갖고 글을 쓰시려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와 삶은 분리될 수 없는 것 마침 작가는 이 일을 지금 하고 계시니 특별한 사연이 특별한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상의 행동들을 풀어서도 보시고 모아서도 보시는 눈이 예민합니다. 그것을 언어로 곱게 풀어가심이 너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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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0 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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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170)
이이제는 사람들만의 복지가 아닌 가축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법제화해야합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소 한마리를 키우기 위해선 0,7핵타의 초지가 있어야하고 돼지는 같은 장소에서 3년이상 키울 수 없고 7년이 경과해야 같은 장소에서 키울 수 있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쥐20에 속한 나라인데 아직도 회전도 못하는 상자에서 밤도 없는 백열등 아래 모이만 먹고 알만 낳는 공장식 양계장에서 기계처럼 찍어내는 무정란을 먹는다는 것은 닭이나 우리 인간 모두 비극입니다!
행복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란 가축들의 고기나 알이 맛이 있을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얼마전까지 극성을 부린 구제역도 공장식축산의 결과입니다. 가축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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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22: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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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5)
수란 뜨기는 중학교 가사실습 때 배웠습니다. 어쩌다 가족들이 다 나가고 혼자 집을 보는 날엔 심심풀이로 이 요리(?) 를 해 먹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런 방법으로 양계를 했기에 계란도 고소했고 닭도 구수해서 닭곰탕 맛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인공 사료로 가두어 기른 탓에 계란 맛도 고기 맛도 비릿합니다. 정말 너나없이 조금만 먹고 조금만 양보하면 건강도, 환경도 좋아질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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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22: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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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인 (110.XXX.XXX.249)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 깊이있게 생각되며

바로 이것이 우리를 끝 벼랑으로 끌고 가지 않나 봅니다

영국웨일즈에서

최명인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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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09: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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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110.XXX.XXX.249)
신아연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인간 처럼 악하고 잔인한 동물은 둘도 없습니다. 인간들이 죄를 너무 많이 짓고 있으며 그 죄의 대가로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짐승들을 학대하고 대량 생산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이 불쌍한 짐승들을 누가 대변 할것입니까? 이 글을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온 세계 사람들이 읽고 각성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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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09: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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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16)
반세기 전에는 새댁들은 "수란뜨기"를 연습해서 출가를 한듯 기억에 있네요.
이웃집의 새댁이 끓는 가마솥의 물에 계랑을 깨서 조심스럽게 살살 넣는...
그림같이 정적인 모습이던데,휘몰아 치는 바쁜 주방에서는 골치아픈 주문이죠.
오늘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임니다.
바야흐로 닭들의 수난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날이네요.
닭을 신성시하는 문화권도 꽤 많지요.
몸 보양식으로 푹푹 삶은 닭이 으뜸이긴 하지요.
음식점에서 하기쉬운 방법으로 몸에도 좋은 쉬운 식으로 주문하는 것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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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6 11: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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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정말 그랬습니까? 신부 수업 중에 수란 뜨기가 있었군요. 제 친구가 오늘 한가지 요령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주문이 밀릴 때는 수란을 재빨리 떠서 얼음물에 채워두라고. 그러면 더이상 속이 익지 않으니 그런 다음 주문이 오면 끓는 물에 살짝 한번 더 넣었다 꺼내면 된다고 하네요. 제 친구는 이 계통에서 10년째 짬밥을 먹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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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7 16: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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