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앞 뒤 - 언론과 유언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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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의 앞 뒤 - 언론과 유언비어

황경춘

2011년 05월 16일 (월) 00:41:34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37년 중국대륙에서의 일본제국주의 야욕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어, 일본이 ‘지나사변’(支那事變)이라고 부른 중일전쟁이 7월 7일에 일어났습니다. 일본 신문은 연일 일본군의 승전 기사로 장식되고, 중국대륙의 중요 도시가 일본군 수중에 들어갈 때마다 어린 우리들도 일장기를 들고 축하행렬에 끌려 나갔습니다.

그해 여름방학에 이웃 동네 친구 형으로 일본 오사카(大阪)의 철도학교에 다니는 분이 부친에게 인사하러 집에 들렀습니다. 인사가 끝나고 저하고 단 둘이 오사카 학교생활과 중국대륙의 전쟁 이야기 등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제가 신문에서 본 일본군 승리 이야기를 하던 중, 그 형은 갑자기 말소리를 줄이며 “신문에 나는 기사가 전부 사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돼. 개중에는 사실과 다른 것, 혹은 일부러 사실과 다르게 쓸 때도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제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이라면 전적으로 믿는 순진한 초등학생이던 저는 신문이 보도하는 것도 모두 똑 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상급학교 지망생 여러 명이 공동으로 일본 신문 한 부를 특별히 구독하여 면접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보다 서너 살밖에 차이가 안 난 그 형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세상물정에 밝은 젊은이였던 모양으로 이밖에도 제가 모르는 흥미 있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만 이상하게 신문에 관한 이 이야기만이 제 기억에 남아있었습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이 없었던 당시의 언론매체로는 신문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정부가 운용하는 라디오 방송국이 1927년에 서울에서 방송을 시작하고, 이어 부산에도 1935년에 지방 방송국이 생겼으나 시골에서는 라디오 수신기가 사치품인 데다 방송 출력도 약해 수신 상태가 아주 나빴습니다. 이 밖에 정부나 신문사에서 만드는 뉴스영화가 있었으나 이것 역시 상설 영화관이 없는 우리 시골에서는 학교 운동장이나 시장 공터에서 부정기적으로 상영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니 중국대륙의 일본제국주의 정책이나 조선에서의 수탈 정치를 미화하여 민심을 선동하고 교도(敎導)해야 할 정부로서는 매체가 단순한 만큼 일하기 쉬운 점도 있었겠지만 반면 끈덕지게 번지는 유언비어가 치안 당국을 괴롭혔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지방 재판소의 유언비어 공판 견학을 갔었습니다. 피고는 경남 창원에서 철로 부설 공사를 하고 있을 때, 굶주림으로 죽은 동료의 시체(屍體)를 터널 안에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옮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식량부족으로 이런 종류의 유언비어가 많이 떠돌아 다녔습니다.

지난 3월 11일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자연히 머리에 떠오른 것이 1923년의 또 하나의 일본 대지진이었습니다. 수도 도쿄(東京)가 한 때 무정부상태에 빠질 정도로 파괴되고 10여만 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였지만, 우리로서 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은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로 6천~7천 명의 우리 교포가 일본 군중에게 학살당한 것입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의 피해가 수십 내지 수백 명이라고 주장했지만, 중국 샹하이(上海)에서 발행되던 우리 임시정부의 ‘독립신문’은 조선인 희생자 수가 6,661명이라 보도했다고 일본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독립신문은 그 외에 행방불명자가 약 2천 명 더 있다고 했습니다.

1923년 9월 1일 정오경에 일어난 규모 7.9의 이 강진으로 동경시내엔 총 136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이 혼란 속에 일부 흥분한 일본인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투입하고 폭동을 꾸미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선인 학살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간토(關東)대지진이라 불리는 이 강진으로 16개 있었던 도쿄시내 보도기관 중 13개사가 소실되어 신문 발행이 중지되어 9월 5일에야 겨우 석간부터 발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오사카(大阪)에 있는 일부 신문이 내무성 경찰국의 조선인 폭동에 주의하라는 전보지령을 9월 3일에 보도함으로써 사건이 계속 확산되었습니다.

시내 곳곳에 조직된 민간 자경(自警)대가 조선인을 색출해 무참한 처단을 감행하였습니다. 당시 동경에 거주하던 많은 조선인은 일본말 발음이 서툴러 색출이 쉬웠는데, 개중에는 사투리를 쓰는 일본사람까지 이 광란의 소용돌이에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생명을 걸고 조선인을 보호한 경찰관이 있었다는 일본 측 기록도 있습니다.

이 야만적 조선인 학살사건은 일본의 조선 식민통치 35년 중 일본 본토에서 일어난 민족차별 사건의 대표적인 것으로 전시의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전후 일본이 과거 역사 일부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표면화해서 유언비어로 와전된 부분도 많이 시정되었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을 패전으로 몬 군부독재와 그의 한낱 선전도구로 전락한 일본 언론의 말로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건전하고 책임 있는 언론이 제 구실을 못 할 때 유언비어가 날뛴다는 역사의 교훈도 보았습니다. 유언비어가 사회에 주는 무서운 영향을 우리도 몇 년 전 광우병 파동과 작년의 천안함 사건 때 경험하였습니다.

천연 지형 덕분으로 이웃 나라 같은 자연재앙이 비교적 적은 우리나라이지만 일본의 이런 과거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할 거라 생각합니다.

김윤옥 (210.XXX.XXX.215)

똑 같은 사항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반대의 논조로 기사를 쓰는 거대신문 때문에 양식있는 국민들이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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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9 18: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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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10.XXX.XXX.233)

이 세상에 무서운 것들 가운데 하나가 말입니다. 허나님도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고 말의 위력은 참으로 막강합니다. 언론이 유언비어를 퍼트리는데 큰 영향을 끼치니만큼 언론의 책임이 막중함을 앙아야 합니다.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 납니다.
이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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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08: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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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38)

민주화로 들어선 다음부터 더욱 유언비어와 선동적인 사회현상들이
심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인터넷이란 매개체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신문 방송에서도 특히 국민정서에, 청소년 교육에 나쁜 소식이나 내용도 인기를 끌기 위하여 편집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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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6 2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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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20)

인터넷 특히 트위터 등의 출현으로 유언비어가 더 성행하는 듯합니다만
공익 방송이나 인쇄매체가 언론의 책임을 다 하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러지 못 해 안타깝습니다. 인기영합에 대한 꾸중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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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14: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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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75)

선동정치가 남의 일 처럼 도외시 되다가(역사서에의 탐독에서는 관심이 있었지만),10.26 박정희 시해사건을 계기로 신문을 읽는 법을 숙지하게 되었습니다.
요 근래에 연예인의 사생활에 신문지면이 지나치게 할당되어 못 마땅하더군요.
언론인이 각성하여 재충전 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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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6 21: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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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20)

언론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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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14: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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