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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알 품는 황새
박시룡 2011년 05월 17일 (화) 00:47:36
황새가 가짜 알을 품을 수밖에 없는 사연이 5월 11자 일간신문에 보도됐습니다. 그 이유는 환경부에서 지원 받던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예산으로만 황새 증식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으니 식구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도 1주일에 한 번은 먹이를 주지 않는 것으로 한 해를 버텨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시해왔습니다. 그 동안 귀중한 새를 증식시켜왔는데, 돈이 없어 가짜 알을 품게 할 수 있느냐? 게다가 먹이도 맘껏 주지 못한다니 관계당국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사연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인간들의 욕심이 항상 작용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씁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1996년 황새사업이 시작되던 해였습니다. 그 해에 러시아 야생에서 번식하고 있는 황새 새끼 두 마리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환경부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을 가져오기 위해 언론에 많은 로비를 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황새 복원사업을 환경부에 지원 요청했을 때 마침 담당 관리가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환경부는 반달곰 복원을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잘 아는 사람이라서 좀 봐 줄 거라고 믿었던 내 생각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습니다. “황새 복원은 서식지, 즉 생태 복원을 해야 하니 환경부사업으로 더 적절한 것이 아니냐?”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때 그의 대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황새 몇 마리 들여와 간판만 걸면 복원하는 거야.” 면전에서 황새 복원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더 질문을 했습니다. “왜 환경부가 반달곰사업을 하려고 하는 거야?” 그가 “반달곰은 우리 단군조선이 곰에서 나왔기 때문에 한국민의 정서에 맞다.”라고 했을 때, 환경부 관리의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자네가 환경부 관리 맞나? 그 이야기는 교육부 편수관이라면 몰라도, 생태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환경부 관리로서 올바른 생각이 아니야.”라고 언성을 높여 따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환경부는 반달곰을 러시아로부터 들여와 지리산에 풀어 반달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1996년 복원사업 초기 환경부와 결별 후 황새 복원사업은 환경부와 사이가 좋지 않은 문화재청이 지원을 맡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문화재청이 환경부를 견제하기 위해 열심히 지원해 줬습니다. 문제는 황새가 증식되면서 예산액이 늘어나 문화재청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좀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문화재청 외에 환경부 서식지외 보전기관(우리나라 멸종위기 종 관리기관으로, 서울대공원 한택식물원 황새복원센터 등 20곳 지정) 지원을 받아 황새 복원사업을 했는데, 환경부 예산이 삭감되면서 20개 지원기관 가운데 황새 복원센터만 문화재청의 지원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한 게 이번 가짜 황새알 사건의 경위입니다.

환경부는 반달곰 프로젝트 운영비로 연간 15억 원이나 지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끼 한 마리만 낳아도 비디오로 촬영해 극성스러울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더 절실한 황새 복원사업에는 거의 눈을 감고 있습니다. 결국 돈은 다 같은 국민세금인데 이 일과 관련된 정부 부처들의 생각이 서로 달라 황새는 아직도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멸종위험도 측면에서 봐도, 반달곰보다 황새가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종(種) 복원 순위에서 황새는 멸종위기종인 데 반해 반달곰은 그 아래 단계인 취약종에 속합니다. 이런 분류는 그 종이 얼마나 지구상에 남아 있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황새가 종의 기준에서 약 2,000마리 정도라면 반달곰은 종의 기준으로는 1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왜 국제적으로 시급한 것도 아닌데 환경부는 반달곰 복원에 열을 올릴까요? 투자에 비해 홍보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개체를 쉽게 도입할 수 있고, 따로 복잡한 증식 단계 없이 그냥 자연에 방사하면 될 테니까요.

그러나 황새는 종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증식 단계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황새의 서식지는 사람이 살고 있는 농촌인데, 이미 농약 살포로 환경이 피폐해진 상태여서 농약 살포를 자제토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 농경지와 하천을 비오톱(생물이 사는 그릇) 환경으로 바꾸는 데 시간과 비용이 아주 많이 소요됩니다. 반달곰은 숲이 서식지라서 따로 서식지 복원에 비용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 지리산을 택해 방사를 했던 것이죠.

지금에 와서 환경부를 원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문화재청이 더 지원을 해 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천연기념물은 471종입니다. 그 많은 종 중에 황새만 특별히 지원할 수 없어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나라 일본처럼 우리도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종을 지정해 보호하고 복원하는 특별천연기념물제도를 서둘러 도입하자는 것이죠. 일반 천연기념물과는 차등을 두어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어렵게 증식시킨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전에 이렇게 굶길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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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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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38)
웬지 모를 비애를 느낍니다.
불쌍한 황새들... 먹이도 부족하다니... 거기에다 가짜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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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7 06: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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