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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김영환 2007년 04월 23일 (월) 10:34:54
새들은 본능으로 집을 짓습니다. 어릴 적엔 제비가 서까래 끝에 짚 풀과 진흙을 부지런히 물어다가 집 짓는 모습을 보면서 봄이 온 것을 알았습니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처럼 가난한 집에 박 씨를 물어다 줄까하고 기대해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제비는 사라지고 까치들만 보입니다. 까치들은 땅값이 한 평에 1,000만원이건 2,000만원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초고가 아파트 단지의 정원수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짖어댑니다. 까치들은 철근 쪼가리로 전주 위에 집을 짓고 고압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정전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누가 막겠습니까. 집은 동물의 본능인 것을.

본디 인간에게도 집을 짓는 것은 자연적인 권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보통의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도시계획개념이 도입된 일제하부터일 것입니다. 지금도 시골에선 살기만 하면 일정 규모이하의 주택은 정화조 신고만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시골이 자연권에 훨씬 더 가까운 거죠.

이런 집이 다시 한번 이재술의 과녁이 되어 자고 일어나면 폭등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갔습니다. 정부는 불로소득에 눈독을 들여 종합부동산세라는 세금을 탄생시켰습니다.

재산보유에 대한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했다는 종부세는 요즘 중산층, 특히 별 소득 없는 퇴직세대를 짓누르는 화제입니다. 사람들이 정말 부유하다면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세금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부유함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과세편의주의로 늘 가격이 증감 변동하는 집에󰡐세금폭탄󰡑을 때린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건 안되건 올해 세수 약 3조원의 종부세는 존속할 것이라는데 별 이론이 없더군요. 위헌소송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결론을 내릴 리도 없죠. 그러나 이의 없이 존속하려한다면 부유함에 대해 명석한 정의와 하자 없는 논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종부세 입안은 정부가 했지만 의결은 국회가 했으니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세금입니다. 첫 해엔 9억원 이상이, 바로 1년 뒤에는 6억원 이상이 종부세 대상 고가주택이 되었죠. 왜 1년새 3억원이라는 과세기준의 강화가 발생했는지는 묻고 싶지 않습니다. 주먹구구에 익숙한 나라니까요.

국민들의 재산은 부동산만이 아닙니다. 고전적 이론으로 재산은 주식, 예금, 부동산으로 3분됩니다. 주식의 경우 액면 500원 짜리가 300배로 폭등한 것도 있습니다. 최근 검찰이 코스닥 종목을 수사한 것처럼 모든 주식투자에는 투기적 요소가 있습니다. 이를 경제의 이름으로 마냥 비호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A사 주가가 70만원 하건 20만원 하건 대부분의 국민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관심 있는 자라면 장을 흔들면서 값이 춤출 때 차익을 따먹는 국내외의 투기세력들이거나 증여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대주주들이겠죠. 주식에서는 편법증여로 말썽을 일으키며 부를 대물림 받은 어린것들이 해마다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기도 합니다. 이런 주식보유의 대가는 불로소득이 아니고 양극화 요인이 아닌가요.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이 작년 국내총생산(GDP)규모인 850조원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중 30여%는 외국인 소유이며 알짜배기일수록 외국인 지분이 높습니다. 이 기업들이 국민인 소비자를 볼모로 순익을 크게 남기면 물론이고 안 남겨도 곧잘 사내 유보금으로 외국인에게 고액배당을 실시합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에선 외국인이 올해 6,000억원을 배당받았다지요. 국부 유출이 우량기업의 역설이라고 한다면 지나친가요.

차기에 집권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산간 조세의 형평에 대해 주도면밀해야합니다. 결혼 초에 작은 전세에서 시작하여 아이가 크면서 방을 하나씩 주기 위해 집을 늘렸다가 자녀들이 출가하면 결혼비용에 좀 보태고 전재산인 집을 줄여 차액으로 생활을 꾸리는 주거의 라이프사이클은 현 정권하의 세제로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정상적인 1주택 보유자들은 보유세를 내기보다는 정든 집 값이 떨어지기를 고대합니다. TV는 집 값의 폭등과 하락을 매일 중계방송 하다시피 하지만 이들은 여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폭등은 이 사람들 책임이 아니라 무능한 정책 탓이지요.

법인의 근간이 주식이라면 사인(私人)의 근간은 집입니다. 집에 보유세를 세게 매겨 둥지를 흔들고 싶다면 주식에도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고 납세능력이 없다고 엄살떨면 그 주식 팔아 싼 주식 사서 차익 취하라고 말해보시지요. 거액 예금도, 각종 펀드도 그런 식으로 해서 자산간의 조세 불평등을 해소해보시지요. 돈 없으면 집 팔고 이사가면 남는다고 고위 관료들은 노래하지만 대체로 멀리 떠나지 않는 한 이사가면 돈은 안 남고 집만 줄어든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홈 스위트 홈, 이제는 그것도 사라질 시대입니다.

(2007.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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