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 국도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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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번 국도를 지나며

김영환

2011년 06월 03일 (금) 00:41:21

거의 10년간 복공판 위로 자동차를 몰아야 했었던 48번 국도의 김포시 초입이 마침내 아라뱃길(경인운하)대교 완공으로 왕복 8차로로 바뀌었습니다. 선박이 드나들도록 한껏 치켜세운 마루턱에 올라서면 맨바닥을 드러낸 운하의 웅장한 모습이 양쪽으로 보입니다. 눈앞에 다가온 올해 장마를 탈 없이 견디고 앞으로 배들이 잘 떠다닐지 걱정됩니다.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라고 김포시는 자랑합니다만 이 도시의 간선도로인 48번 국도 연변에서 논을 구경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사방을 뜯어놓는 토목․건축 공사로 김포시도 정신없겠지요. 운전하는 사람들은 더 정신 사납습니다. 한강변 남단을 따라 김포로 가는 국지도인 제방도로는 올림픽도로와 연결하는 고속화도로 공사가 한창인데 웬 꾸불꾸불한 포장도로에 과속 방지턱은 그렇게 많은지 의아해집니다. 가로등도 없어 야간에는 늘 다니던 사람들도 대충 짐작해서 운전하는 판이니 초행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김포시에는 오래 전에 태리 교차로에서 장기동으로 신호등 없이 48번 국도를 우회하는 왕복 6차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애초에 순환도로를 만들지 말고 제방도로를 먼저 확장했다면 예산 낭비를 덜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김포시에서는 한강신도시 건설 공사로 길이 늘 바뀌기 때문에 베테랑인 시외 노선버스 기사조차 접촉사고를 내는 일이 있습니다. 최근엔 직선화한 지 얼마 안 된 장기 4거리에서 청송마을 곁을 지나가는 48번 국도가 왼쪽으로 크게 휘었습니다. 왕년에 재벌로 행세했던 건설회사가 48번 국도를 막고 아파트 건설 공사를 하는 중입니다. 해서 반달 모양의 우회도로가 생겼는데요. 합법적이긴 하겠지만 아파트 공사면 공사지 국도까지 점령하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문득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말이 떠오릅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강대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동반성장 정책을 설명하면서 "대기업들이 비판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정부에 있는 분들，다시 말해 정책 일선에 있는 분들이 대기업에 너무 충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정 전 총리는 "정부 관료라면 대기업 당사자보다는 깊게，넓게 또 멀리 바라봐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답니다.

생각나는 대로 더듬어보자면 휴대폰 요금 인하 이야기가 나온 것이 몇 년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미적미적 난색을 표하면서 통신요금에 담합하는 업자 편을 드는 모양이더니 생색용으로 몇 푼 내리려는가 봅니다. 통신정책도 그렇죠. 휴대폰의 010 통합보다 더 시급한 것은 시외 전화의 지역번호를 없애 전국을 단일통화권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이 통신에 의한 균형발전이죠.

기름 값을 생각하면 과거 정부들은 정유사의 원유 도입 시점을 엄격히 조사하여 판매가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즉 인상 전의 가격으로 도입한 기름이 오른 가격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했다는 것이죠. 요즘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원유가 인상은 즉각 반영, 인하는 최대한 버티기죠. 때문에 국제유가의 인상에 편승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업자를 비난하는 국민의 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100원쯤 내렸는가 봅니다.

건강과 직결된 민생도 한심합니다. 시내버스 지하철은 휴일도 평일 비슷하게 운행하는데 병원은 왜 응급실만 열고 의원은 문을 닫는가요. 시내버스 지하철도 응급실처럼 할증료를 받아볼까요? 어떤 연고에는 ‘첨부한 문서를 참조하시오’라는 시건방진 상혼이 드러납니다. 돋보기로 보지 않으면 용도를 알 수 없죠. 알약에도 이름을 새길 기술과 공간이 충분한데 이름이 안 보입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금융은 모든 부패의 원형입니다. 요즘 부산저축은행그룹 초대형 부패사건으로 태풍이 밀려 오는 저축은행에 ‘은행’이란 이름을 달아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요? 대출 1건당 80억 원으로 묶였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무제한으로 풀어주어 부실을 가속화한 사람들은 또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행정부처만이 아닙니다. 3세 상속을 위한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1심 변호인으로 활동하던 이용훈 변호사를 대법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입법부의 정치자금 수수 국회의원들에게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스스로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뉘우치는 것이 어떨까요. “대기업의 이익이 국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성하면서….

국익을 해치는 자들을 철저히 방제하려면 부패적발의 독점을 막고 조직 상호간에 부패를 방지하는 선순환구조를 확립해야합니다. 특별수사청이건 공직부패수사처건 서둘러 만들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한 단계 도약은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