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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外島)와 우리 정원
안진의 2011년 06월 15일 (수) 04:03:03
선녀들이 먹는 과일 천선과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기슭에서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거제 해금강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래로는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신선대가 오색바위와 검은 몽돌, 하얀 파도와 어울려 그윽한 신비감을 줍니다. 다포도, 대병대도, 대매물도, 천장산, 망산, 송도 등 남해 다도의 풍경은 바람과 파도와 운무가 빚어 낸 한 폭의 동양화로 가슴을 뛰게 합니다.

바람도 잦아들고 비도 멈춘, 운이 좋은 아침에 거제도 도장포에서 배를 타고 해금강 유람을 떠났습니다. 돛대바위, 미륵바위, 십자동굴, 천삼백 년이 되었다는 천년송,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려던 일행이 머문 사자바위까지. 모양만큼 이야기가 즐거운 작은 섬들이 있습니다. 배를 가까이 대어 올려다보니 허공에 떠 있듯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풍란은 황홀감을 더해줍니다.

해금강을 유람한 배는 고대하던 외도로 향했습니다. 선착장에서 한 시간 반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섬을 둘러 볼 것을 약속하고 올라갑니다. 몇 걸음 오르자마자 팀 버튼의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 에드워드가 솜씨를 부린 듯, 비스듬히 둥글게 혹은 높다랗고 길쭉하게 조각되어 있는 정원수에 시선이 모아집니다. 먼 바다 외딴 섬에 이런 조경이 있다니 그 공력이 놀랍습니다.

이곳은 해안선 길이가 불과 2.3km인 아담한 돌섬입니다. 한 부부가 30여 년 간 척박한 바위섬을 일궈 낸 식물원입니다. 야자수과의 종려나무, 용설란을 비롯하여 흰꽃나도샤프란, 캄파놀라 등 아열대성의 외래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잎이 두꺼워 태울 때 꽝꽝 소리가 난다는 꽝꽝나무와 동백, 후박나무 그리고 꿩의 비름, 산수국과 같은 우리 꽃이 규모는 작지만 군데군데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그 어느 곳이든 카메라를 들이대면 인물 앞과 뒤로 꽃과 나무가, 그 뒤로 바다와 섬들이 차례로 근경∙중경∙원경이 되는 그림입니다. 동화 같은 섬 풍경에 빠져 연신 바쁘게 카메라를 누르며 걷다보니 ‘비너스 가든’에 다다랐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기둥,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는 비너스 조각상들과 장미 덩굴이 마치 베르사이유 정원을 축소해 놓은 인상을 줍니다.

식물을 뜻하는 ‘보타닉(Botanic)’과 낙원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한 외도 보타니아(Oedo-Botania). 태풍이 지나가기 전엔 편백나무가 좌우로 장관을 이루었다는 ‘천국의 계단'에서 내려다보면 ‘비너스 가든’이고 나아가면 바다가 됩니다. 이곳 주인장은 낙원이 바로 이런 곳이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화훼단지와 대죽지를 지나면 시원한 잔디밭에 또 다른 조각품들을 보게 됩니다. 말뚝 박기 같은 전통놀이를 형상화한 <동심>이나, 어머니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어린 아이를 표현한 <아들과 엄마>가 ‘비너스 가든’보다 훨씬 유쾌한 웃음을 줍니다. 책으로 배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유물보다, 천국 같기만 한 엄마의 품과 유년을 그리워하는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외도는 뱃길로 닿아 다도해를 배경으로 하는 해상식물원으로서 세계적인 관광명소의 입지를 훌륭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도의 안내책자에 소개한 대로 '동양적 친환경 정원(Oriental Echoic Dream Oasis)'을 표현하기 위해 파르테논을 닮은 신전과 비너스 상보다, 간결하고 해학이 넘치는 우리의 석조물이 자리했으면 얼마나 더 자랑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유지에 개인의 취향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옳니 그르니 따질 것은 못됩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모든 명소를 전통으로만 꾸며놓자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서양식 정원의 유행은 비단 외도뿐이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식물원들이 많이 조성되고 있는데 대부분 외래종을 식재한 서양식 정원으로, 작은 유럽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정원문화가 눈에 크게 띠지 않았습니다. 더 화려하게 꾸미는 중국과 더도 덜도 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정원은 무심하고 거칠어 보이기도 합니다. 서울 성북동의 성락원, 담양의 소쇄원, 보길도의 세연정 역시 본래 있는 연못이나 계곡을 중심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어디서부터 어디가 정원인지 구분도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는 천년의 고찰 선암사의 해우소가는 길을 소재로 하는 한국정원이 작가정원 분야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생명의 환원과 비움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 정원은 자연물을 인위적으로 다루었던 서구나 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꾸미는 일본과는 달랐습니다. 심사위원들로부터도 ‘보전하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한국적 미감을 바탕으로 하는 우리 정원이 존중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정원은 최대한 자연에 손을 대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려는 심성과도 맞닿아 있기에, 조각에 가깝도록 나무를 자르는 일도 없습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넉넉하고 자연스런 선을 좋아했습니다. 그 선은 수리적인 직선도 곡선도 아니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미감을 잃지 않고, 간결성과 풍부한 예술성을 기반으로 문화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의 정원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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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외도를 찾은지 어느새 20여년이 지났네요.
칼럼을 대하면서 문득 잊었던 외도가 하나씩 하나씩 복원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가만이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니 당시의 제 생각도 안교수님의 느낌과 같았습니다. 넘 좋은데 한국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들여 조성하신 분들께서는 우리들에게 이색적인 외국풍경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 때문에 그러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의 전통을 어느 지점에선 확연히 느낄 수 있도록 시도를 했음 좋겠습니다! 욕심일까요?
까마득히 잊었던 외도를 복원해주신 안교수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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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5 18: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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