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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
신아연 2011년 06월 29일 (수) 05:33:47
“여긋 감은 한국 것 같들 않고 애기 머리만 헌디 씨는 하낫도 읎어야.”
겨울이 한창인 호주의 요즘, 지난 가을부터 무르익던 감이 여전히 탐스럽습니다. 감에 대한 어머님의 찬탄도 지난 가을 이래 변함이 없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엘 갈라치면 때깔 곱게 윤나는 튼실한 단감에 마음을 빼앗겨 일없이 덥석 사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전날 어머님께 사다드린 단감이 정물화의 소재처럼 거실 한 켠에 놓여 있을 때면 익어가는 계절을 한쪽 베어 집안에 들여놓은 듯 정취를 더합니다. 어머님은 일을 마치고 오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아들 며느리를 반가이 맞으시며 감에 대한 칭찬과 감탄을 다시금 쏟아내십니다.

“크기는 애기 머리만 헌디 씨는 하낫도 읎어야.”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사다놓은 감은 며칠째 그대로 있습니다. 낮에 혼자 계시는 동안에는 그저 감상만 하시다가 우리 내외가 집에 돌아오면 그제서야 감을 깎아 함께 드시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당신은 한두 쪽만 잡수실 뿐, 남편과 제가 아기머리 만한 감을 거의 다 먹습니다. 어머님은 그런 저희들의 모습을 보시며 매우 흐뭇해 하시고 손자들이 먹을 때는 더 보기 좋아하십니다.

실상 감뿐이 아닙니다. 평생을 오롯하게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서만 살아오신 분 특유의 몸에 밴 희생이 자신을 위해서라면 우리 보기엔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이라도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막아서는 것입니다.

이성부 시인의 시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에 나오는 ‘가장 좋은 기쁨도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으려는, 따스한 봄볕 한 오라기 자기 몸에는 걸치지 않으려는'이라는 대목 그대로, 구슬구슬 갓 지은 밥도 당신의 몫은 아니며 맛깔스레 버무린 겉절이 한 보시기도 먼저 젓가락을 대시는 법이 없습니다. 생선 한 도막, 따뜻한 떡 한 조각도 선뜻 먼저 잡수시질 못합니다. 당신이 비로소 편하게 대하는 음식은 식은밥, 시어진 김치, 냉동실 한 켠의 마른 떡조각 따위입니다.

제 남편은 소문난 효자이지만 그런 어머님을 모시는 것을 힘겨워합니다. 어머니께 맛난 것, 좋은 것을 사다드려봤자 결국 우리가 먹고, 대부분 우리 차지가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늘 불편합니다. 그래도 계속 사다드리면서 어머니를 대신해서 어머니 몫까지 어머니 앞에서 아주 맛나게 ‘먹어드리’고 , 좋아라하며 가집니다. 어찌 보면 효도하기 참 쉽죠~잉.

옛날에 효성이 아주 지극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찌 그리 효심이 깊을 수 있는지 마을 사람들이 찾아가보니 마침 노모가 아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고 하지요. 사람들은 아들이 어머니 발을 씻겨드리기는커녕 어찌 늙은 어미한테 젊은 아들이 더러운 발을 내맡기고 있으며 더구나 그런 사람을 어떻게 효자라 할 수 있나며 분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효심이란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하시게 해서 마음을 편케 해드리는 것이라는 게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우리 어머님이 산해진미나 호사스런 치장을 원하셨다면 자식들의 효도가 좀 더 쉽고 생색도 났을 텐데 안타깝게도 우리 어머님은 옛날 이야기 속 효자 어머님이십니다. 남편은 하는 수 없이 번번이 더러운 발을 어머님께 내밀어야 하구요. 어떤 땐 어머니의 ‘요구’가 좀 지나쳐 남편이 약간 짜증을 낼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이내 수그러듭니다. 예를 들어 밥상에 좀 색다른 찬이 오르면 어머님은 우리들 앞에 찬그릇을 옮겨 놓으시고 우리는 다시 어머님 앞으로 놓아 드리느라 찬그릇이 빙글빙글 돌기 일쑤입니다. 물론 어머님이 늘 이겨서 당신은 젓가락을 대는 시늉만 하시고 실제로는 우리가 다 먹어야 합니다. 오늘 저녁 밥상에서도 그랬습니다.

올해 어머님은 85세, 저하고는 띠동갑이십니다. 아무리 건강하셔도 연로하신 연세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남편과 저의 마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만 저러다 그냥 돌아가시면 자식들 마음에 못이 박히는 건데 그걸 어머님은 도대체 알기는 하시는 걸까 하고 속이 상할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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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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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무섭 (220.XXX.XXX.203)
어머니의 회생은 가혹하고 아름답습니다. 다시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만난다면 그 뼈저린 자식에 대한 자신의 버림을 말릴 것입니다. 절반으로 줄여서 당신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시라고 계속 다툼 아닌 다툼을 벌릴 것 같습니다. 회생 덜 하셔도, 희생없이도 어머니는 다시 없이 소중하고 귀한 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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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16: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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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110.XXX.XXX.249)
정말 그렇습니다. 제게도 여든이 훨씬 넘은 어머님 계시지만, 어찌 신아연님의 시어머님과 똑 같은 삶을 살고 계신지요... 늘 마음 속 눈물만 가득입니다. 고마운 글에 또 한 번 어머님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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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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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110.XXX.XXX.249)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는군요. 오늘은 전화라도 해드려야겠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렇게 살아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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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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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경 (110.XXX.XXX.249)
신아연 님의 글에는 언제나 정감이 넘쳐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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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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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110.XXX.XXX.249)
선새임의 글을 읽으면서 제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5년 전에 93세에 돌아 가셨습니다. 남들 시집갈 나이에 혼자 되시고 우리 삼남매를 가난 속에서 혼자 길르셨습니다. 말년에 약 20년 제가 미국에서 모셨으나 제가 중국에 가는 바람에 효도를 못해 그리고 외롭게 사신 것이 한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다시 모실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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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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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110.XXX.XXX.249)
구구절절 와닿습니다. 그런 우리 후세대에게도 통할지는 모르겠습니다.우리 앞세데에서도 그런 우려를 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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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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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110.XXX.XXX.249)
잔잔하게 흐르는 어머님에 대한 효심을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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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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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110.XXX.XXX.249)
"우리 어머님"이란 글을 대하니 새삼 지나간 상념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추었답니다.

아버님은 배를 탈 때, 그리고 어머님은 제가 사업에 실패하고 힘들어 하는 것을 보시다가 겨우 숨을 돌릴 만 하니 그만 세상과 이별을 하였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하면 아련한 추억보다도 우선하여 눈시울이 적셔온 답니다.



그래도 지금의 세대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같아서 함께 웃고, 울기도 하는데 .....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어머님을 보다 잘 모실 수 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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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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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구세대 엄마들은 한없이 희생만 하시는 성자같은 엄마들이고 요즘 신세대 엄마들은 수틀리면 가차없이 자녀들을 버리고 떠나는 무서운 엄마들이어서 격세지감이 있습니다. 졸지에 엄마를 잃어버리고 할머니를 엄마처럼 따르며 꾸역꾸역 자라는 모습이 넘 안스럽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옛 어머님들은 속이고 굶으시면서까지 자식들을 돌보셨는데 신세대 엄마들은 넘 자기중심적인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아마도 정부의 가족계획으로 한 둘만 낳은 탓에 배려하고 양보하는 많은 형제간의 우의를 체득하지 못하고 자란 아픈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계시지 않는, 희생으로 점철된 울 어머님의 사랑이 새록새록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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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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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요즘 엄마들은 무섭지요. 극단의 이기심으로 자식을 몰아부치죠... 학대란 바로 그런 정서적인 것이지요. 앉기만 하면 자식 걱정, 구체적으론 공부 걱정인데 그게 결국 자기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 시간에 자기는 글 한 줄 안 읽으면서 자식들 볶을 궁리만 하는 게 어리석어 보이더군요. 저도 한 때 그랬지만요.^^ 그런데 자식들이 안 따라주었습니다. 다행히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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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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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5)
엄마야 식은 밥을 잡수(?)시건, 한 끼 건너뛰건
도통 관심이 없는 신세대 효자들이
수두룩 한데 (신 세대 부모들은 간섭받기 싫어하니까요)
아연님부부는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효자들과 닮았습니다.
가끔은 옛날 이야기 처럼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주는
효자 얘기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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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00: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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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간섭받기 싫어해서가 아니라 아예 포기한 것일테죠... 신식인 척 하시지만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같잖습니까... 저도 이제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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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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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un (211.XXX.XXX.146)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케 하는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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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10: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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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덧글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도 한국에 계신 친정 어머니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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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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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99)
40여년전 여고시절 가정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름니다.
담임반 학생의 어머니 문상을 갔을때 아들(맏상주)이 이런 말을 했담니다.
어머니가 생전에 음식을 몸이 부실하게 드셔서 한이 된다고요.
계란 후라이,고등어 한 토막을 안드시고 자식들 먹게 끔 하셨다며 더 사실 수 있었는데...하며 울더람니다.
그러면서 이런 부탁을 가정선생께 하였담니다.
가정의 안주인이 건강해야 집이 밝으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자식과 함께 계란 후라이 ,고등어 한토막 같이 먹는 여성으로 교육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저희 학생들에게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음식이 귀해서...
저희 어머니도...
저는 씩씩하게 챙겨 먹는 엄마가 되었담니다.
음식이 흔해진 세대인데도 자신의 몫인 계란 후라이를 못하는 엄마가 꽤있더군요.
안주인이 건강해야 집안이 환해지느데요.
그런반면 지금의 우리 세대는 지나친 자신의 입에 맞추는 주부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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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9 08: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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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0.XXX.XXX.249)
그런 사연을 떠올리셨군요... 맞습니다. 아직도 계란 후라이를 척 하니 해 먹는 게 사실은 저도 힘이 듭니다. 계란 후라이가 단순한 계란 후라이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나 자신을 위한 것에 어쩌지 못할 죄의식을 가지는 것이 엄마의 굴레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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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4: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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