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평양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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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평양지국

황경춘

2011년 07월 06일 (수) 00:02:22

미국의 AP통신사가 평양에 지국을 열게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AP 서울지국에서 근무하면서, 언젠가는 분단된 북반부에서도 취재할 날이 있겠지 라고 가끔 생각한 저의 감회는 남다른 게 있습니다.

지난 주, 뉴욕을 방문 중인 조선중앙통신사 간부와 AP 본사는 평양에 AP 지국을 여는 문제를 포함한 두 개의 양해각서(MOU)에 합의하였다고, AP의 옛 직원을 위한 뉴스레터가 발표하였습니다.

AP는 이미 5년 전에 런던에 있는 계열사 ‘AP 텔레비전 뉴스’가 평양에 사무실을 설치한 바 있지만, 이번에 서방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정식 지국을 열게 된 것입니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은 각종 언론매체 지국을 오래 전부터 평양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양사가 서명한 각서 중 하나는 AP에게 조선중앙통신이 소장하고있는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포함한 모든 영상 자료의 단독 판매권을 준다는 내용이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 세계에 뉴스와 사진 등 각종 보도 자료를 제공하는 AP에게 나라를 개방하게 되는데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가 궁금합니다. 동시에 왜 이 시점에서 유독 AP에게 지국 개설을 허용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과거에 북한은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의 방북 시에 한하여 기자 수행을 허락하였지만, 방문에 관련된 보도 외의 일반 취재는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실용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이 서방 보도매체의 지국 운용을 허용하고 있으나 기자들의 실지 취재활동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의 보도 가치가 꾸준히 부상한 1970년대 후반에 AP는 베이징에 지국을 두기 위해 무척 노력했으나, 정작 지국 개설이 허용된 것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진 후인 1979년 3월이었습니다. 그런 선례를 볼 때 북한의 이번 조치는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엄격한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에 미국보다는 약간 우호적이고 비공식 접촉을 유지하고 있던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AP보다 훨씬 앞선 1956년에 베이징에 지국을 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독재 국가의 자유언론 개방은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국민당 정부를 본토에서 축출하여 공산당 정부를 수립한 중국과 정식 국교 없이 소원한 관계에 있던 미국은 1971년에 닉슨 당시 대통령의 ‘핑퐁외교’로 처음으로 양국 수교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대규모 취재단의 한 사람이 AP통신의 중국통으로 유명한 존 로드릭(John Roderick, 1914~2008) 기자였습니다.

AP 기자로 있다가 1943년 2차 대전으로 군에 입대하여 정보요원으로 중국 남부 쿤밍(昆明)에 파견되었다가 종전되자 현지에서 AP로 복귀한 그는 중국과는 오래된 인연을 가진 사람입니다. 전후 국공합작(國共合作)이 깨어져 중국 내전이 시작되자 중공군 본거지인 옌안(延安)에서 7개월 간 동굴 안에 기거하며 마오쩌둥(毛澤東) 등 공산군 지도자와 친교를 맺은 특이한 경력을 가진 기자입니다.

중국과의 정식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인 1977년에 AP의 키스 풀러(Keith Fuller) 사장은 베이징을 방문하여 지국 설치 교섭을 벌였습니다. 지국이 설치되면 당연히 로드릭 기자가 중국 무대에 복귀할 것이며, 중국 당국도 이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1949년에 중국대륙을 떠난 로드릭 기자는 중동 유럽 등에서의 근무를 거쳐 다시 아시아로 돌아와, 동경지국에서 ‘Special Correspondent'(별격 특파원)란 화려한 직책으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이 타이틀은 당시 AP 전체를 통해 4~5명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대우였습니다. 이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일반 사건기사 취재는 하지 않고 자기가 구상하는 논설에 가까운 글만을 쓸 수 있는 특수한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로드릭 기자는 1940년대에 가진 중국공산당 지도자와의 특별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기에 옌안의 공산당 활동을 취재한 유명한 에드가 스노우(Edgar Snow, 1905~1972) 기자와는 달리 중공 지도자를 이해는 하나 동조는 하지 않는 비판정신을 견지하였습니다.

서울에도 몇 번 취재차 온 적이 있으며, 그럴 때마다 북한 취재의 가능성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1970년대 초에 남북교류가 시작되어 평양에 가는 한국 대표단에 많은 국내 기자의 동행이 허락되었지만, 외신 기자는 언제나 제외되었습니다. 이유는 북측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동북지방 출신으로 강한 뉴잉글랜드 억양의 영어를 쓰는 로드릭 씨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다 3년 전 하와이에서 만 아흔셋의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7~8년 전 하와이에 들러 그곳에서 노후를 즐기고 있는 세 사람의 옛 동료와 같이 만났을 때에도 동북아시아 정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발한 토의에 참가한 그의 모습을, AP 평양지국 준비 소식을 들으며 새삼 아쉬운 마음으로 떠올려 봅니다.

김달호 (110.XXX.XXX.209)

기자에게 있어 사실과 진실을 찾아나선다는 것이 얼마나 핵심적인 가치이자 궁극적인 동력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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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6 1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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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모스크바3상회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오도해 그걸 받아베낀 국내신문 덕택에 김구 주석까지 나서서 반탁하는 바람에 38선이 그어지고 수백만이 죽는 6,25전쟁을 치르게한 AP가 평양에 지국을 세운다니 세상사 세옹지마라는게 또한번 확인되네요.
좋은시절,아리랑축전때 평양시내 식당에서 단고기(개고기)를 먹으면서 더 늦어지면 언어도 이질적일 수 있겠다는 걱정을 햇더랬습니다.
휴전당사자인(우리는 끼지도 못함) 미국과 북한은 신문지국을 열어 화해의 길로 가고 있는데 어리버리 우리 남한은 뭐하고 있는지...
더구나 쏘련이 제안한 안이 분단을 방지하는(신탁이 아닌 4년동안의 도움) 안이기에 미국이 제안한 안을 물리치고 결정되었는데 신탁으로 오도하고 마치 그대로하면 분단되는 것으로 보도해 우리민족의 원수인 AP가 평양에 문을 여는 상황인데 푸른기와집 양반들 무슨 생각들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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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6 1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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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2)

서울에서 평양까지 걸어서라도 갈수있다는데...
보통인의 감각으로는 지구를 한바퀴 도는 것보다 더 먼길로 느껴짐니다.
동북아시아에 정세에 깊은 관심을 가진 외국의 노기자들이 계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책으로 읽어서 학습으로 정세를 아는 앉은뱅이고요.
발로 뛰어 감각세포로 인지하는 지식인의 자세를 존경하지요.
황선생님!
이런 저런 각도에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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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6 1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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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10.XXX.XXX.209)

자 여사님다운 따뜻한 답 보내주셔 감사합니다.
장마철 몸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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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6 13: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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