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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치과의사들이 더 스마트했다
서재경 2007년 05월 02일 (수) 00:33:08
소셜마케팅(social marketing)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제품의 홍보보다는 소비자와 사회를 대상으로 따뜻하고 깨끗한 기업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영업력을 키우는 기법입니다. 물건을 사달라고 직접 호소하는 대신 좋은 호감을 파는 한 수 높은 판매술입니다.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셜마케팅을 전략으로 쓰려면 우선 기업의 쌀독이 크고 든든해야 합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로 성공한 유한킴벌리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요즈음 포스코나 한전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이 제품광고가 아닌 기업이미지 알리기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이미지는 전염성도 강하고 심한 경우에는 유전도 됩니다. 유한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가 뿌려놓은 좋은 이미지 덕을 지금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 일정한 투자를 해서라도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놓으면 두고두고 좋은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습니다.

최근 조선대학교 강동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치과의사들이 ‘실버봉사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평소 봉사활동에 열성적인 치과의사들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펼쳐보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선은 120개 치과병원이 참여해 홀수 달 2일에 소외계층 노인들의 치아를 무료로 돌보게 됩니다. 2일로 날을 잡은 것은 2라는 발음이 이(齒)를 연상시켜 기억하기에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국의 치과병원이 1만2천개인데 이중 10퍼센트만 참여해도 노인 돌보기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치과의사들에게는 선행의 기회가 되면서 동시에 소셜마케팅의 성과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잘 하면 운동이 시작된 조선대학교의 이미지도 덤으로 좋아지게 되겠지요.

치과의사들의 실버봉사운동이 뉴스를 타던 바로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는 불법로비자금 파문에 휩쓸렸습니다. 의사협회장이 정치자금을 조성하여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에게 뇌물을 주고 향응을 대접했다고 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힌 것입니다.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머리좋은 사람들이 의사가 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됩니다. 가장 머리 좋고 가장 똑똑하면 그만큼 사회적 책무도 무거운 법인데 이 로비파문에 휩쓸린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사회학자 송호근은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에서 한국의 중산층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에 와서 기틀을 잡으면서 자유주의의 기초에 해당하는 ‘부르조아적 윤리’를 창출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진단합니다. 부르조아적 윤리는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근면, 절약, 성실, 자기규제, 도덕 등을 망라하는 개념이자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거론한 덕목과도 일치합니다. 이런 윤리를 갖추지 못했기에 우리사회에서는 배운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질시와 혐오와 적대의 대상이 됩니다. 의사협회와 정치인들의 행위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의사들은 잘 모르겠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평생 돈벌이와 신분상승이 보장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의과대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의 혜택을 주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비를 특별히 많이 받아야 수익자부담 원칙에 걸맞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그동안 의사들이 자주 집단시위에 나서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삭발하는 모습도 보고 더 격한 의사표시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의사집단이 약자들 편에 서서, 혹은 인도적 입장에서 세상에 봉사하거나 무엇을 베푼 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집단으로서는 세상에 효과적인 소셜마케팅을 펼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국민들의 머리에서 그런 기억이 희미한 동안에는 의사들은 자신들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행동이나 혹은 로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들이 국민의 지지를 불러올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로비로만 이익을 지키려 든다면 의과대학 수업료를 대폭으로 올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 될지도 모릅니다. 지방도시의 치과의사들이 시작한 실버봉사네트워크는 의사협회가 잘 들여다볼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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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dosyzk (88.XXX.XXX.228)
Aloha! k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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