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미국 대통령만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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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미국 대통령만큼이라도

고영회

2011년 07월 29일 (금) 00:48:02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식재산권(지재권)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국 백악관 누리집에 지재권과 관련한 연설을 모아둔 것을 보면, 2011년 3월 11일 수출입은행 연례회의에서 “우리는 우리 지재권을 강력하게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2010년 1월 29일 공화당에서 “중국을 포함하여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더는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할 것이다.”, 2010년 1월 22일에는 “우리의 주요 문제점은 지재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중국에서 그렇다.”와 같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내용을 보면 지재권을 강력하게 지켜야 한다면서 무역전쟁에서 마치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재권에 얼마나 관심이 있나 싶어 기사를 검색해봤습니다. 2009년 7월 28일 국제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관련 국제수지 측면에서 40억 달러 넘게 적자를 낸다. 국가장래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식재산권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이 가장 최신 기사인 것 같습니다. 한미 대통령 사이에 지재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이가 납니다.

선진국일수록 지식재산권 중요성에 눈을 빨리 떴습니다. 일본은 2002년에 고이즈미 총리가 직접 챙기는 지식재산전략본부를 만들어 지식재산 관련 사법제도를 정비했습니다. 특허소송사건을 특정 법원에 모아 처리(관할집중)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애초 일본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대리권이 없었지만, 변리사가 변호사와 같이 소송에 참여할 길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1998년에 특허전문법원을 설립하여 부러움을 샀습니다. 특허전문법원을 만들었으면 특허 관련 사건을 전문법원에서 처리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우리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이 낸 심결을 취소해 달라는 사건만 처리하여 반쪽 역할만 합니다.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제기하는 침해금지, 손해배상사건은 특허법원을 곁에 두고도 일반 법원에서 처리합니다. 엉뚱하죠. 특허업계는 특허법원에서 1, 2심을 처리하거나 최소한 2심이라도 특허법원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0년 이상 해결되지 않습니다.

변리사 소송대리권 문제도 이상합니다. 변리사법 제2조와 제8조에는 변리사에게 특허관련 사건에 소송대리권이 있다는 것이 명문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특허침해사건에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없었던 대리권까지 만들어 주는데, 우리는 있는 대리권도 억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식재산권이 국가 장래에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지식재산기본법을 정부입법, 의원입법으로 제출한 뒤 오랫동안 끌다가 올해 5월 19일에야 통과시키고 7월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지재권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맡아 달라고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국무총리와 민간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일본은 직접 총리가 맡아 추진했던 것과 차이가 큽니다.

지재기본법 제21조에서 국가는 소송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문화할 책무를 집니다. 이 조항이 선언에 그칠 것인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질 것이냐는 대통령의 관심도에 달렸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 발언이나 행보를 볼 때 지재권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미 지재권 선진국인 미국은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아도 굴러갑니다.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대통령이 각별하게 관심을 가져도 따라가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런데도 한눈을 팔아왔습니다. 이제 우리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만큼 챙겨 주십시오. 우리나라 앞날이 달린 일입니다.

신현덕 (119.XXX.XXX.227)

좋은 글 고맙습니다.하나하나가 다 돈인데 눈에 보이는 것만 돈으로 인정하니 안타갑지요.그러나 밝은 태양이 떠오를 것입니다.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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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1: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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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9.XXX.XXX.227)

정말 기득권이란 게 무섭군요. 노를레스 오블리쥬라는 거 그런 사람드링 더 잘 알텐데... 엄연한 현실을 알려주시는데도 그런 것도 있구나 하고 다른 세상처럼 느끼는 저 같은 넘도 책임이 없다하진 못하겠군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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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1 11: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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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어디 지켜야할 것이 지적재산권 뿐이겠습니까만 해당국가의 지식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원조임에도 불구하고 등한시한 탓에 다른나라에서 먼저 등록하여 고스란히 빼앗긴 사례가 비일비재 합니다. 그래서 사용할 때 마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불루베리도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야산에 있는 정금나무를 가져다 개발하여 역수출한 것이랍니다. 24시간 편의점도 우리의 재미교포들이 원조인데 역시나 역수출된 것이구요.
지적재선권은 사용할 때 마다 생산원가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명제품의 수출 이익보다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입버릇처럼 되뇌며 지재권을 통해 미국의 재정적자,무역적자를 메꾸려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FTA에서 사수해야할 것은 투자자재소권인데 우리는 하나도 지키지 못해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이 우리의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제소하여 자신들의 초과이윤을 실현하려고 발광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걱정입니다!
경제를 안다는 MB의 처신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홍수를 키우는 4대강 삽질이나 해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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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9 11: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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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인내천 님, 지식재산분야를 이렇게 깊이 이해하고 계시다니, 글 쓴 사람으로 낯뜨겁습니다. 님의 생각과 지식을 많이 퍼뜨려 주십시오.
자유무역협정에서 투자자제소권은 제목 정도 듣던 형편입니다. 저걸 허용하면 큰 일이라고 걱정하던... 우리 협상 대표들이 잘 알았어야 하는 일인데...
읽고 의견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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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9 14: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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