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과 검찰 기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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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과 검찰 기죽이기

방석순

2011년 08월 01일 (월) 01:25:04

법 없이 살아도 될 것 같던 친지 한 사람이 검찰에 불려간 적이 있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젊은이의 뺨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평소 자식 같이 믿어온 터에 뜻밖에 뒤통수를 치는 언행을 보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 젊은이도 만만찮은 성미여서 뺨 한 대 때린 어른을 곧바로 고발해 결국 검사의 소환장을 받게 된 것입니다. 검찰청으로 가던 날 그이가 너무 긴장해 떠는 바람에 함께 동행하면서 위로해 주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니까. 그저 잘못했다고 빌어요.”

검찰청사 입구에서 마주친 젊은이가 참으로 발칙한 제안을 했습니다. 자신의 언행을 주변에 퍼뜨리지만 않는다면 합의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이도 “두 번 다시 머리에 떠올리고도 싶지 않은 일이니 그러자” 약속하고는 조사실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후 나온 그이의 얼굴은 의외로 밝아 보였습니다. 검사가 “요즘 젊은 사람들과 잘못 다투다가는 망신만 당합니다. 다신 그러지 마세요” 하고 타이르더랍니다. 보나마나 자신보다 훨씬 젊은 검사 앞에 풀이 죽어 앉아 있었겠지요. 그이는 정말 어쩌다 이런 망신을 당하나 싶으면서도 젊은 검사의 훈계에 오히려 고마워하는 눈치였습니다.

한동안 사방에서 검찰을 옥죄고 압박하고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의외로 검찰 말만 나와도 열이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검찰의 기를 죽이면, 그 힘을 빼면 좋아할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검찰은 범죄를 추적, 추방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켜달라고 만들어 놓은 기관입니다. 선량한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부딪칠 일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검찰을 몰아세우는 사림들은 혹시 검찰에 잘못 찍혀 마음고생을 했거나 몸 고생을 한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무소불위로 보이는 검찰의 위세가 공연히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요.

들리기로는 국회에서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사법개혁안의 핵심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없애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중수부를 없애자는 이유가 아리송합니다. 중수부의 막강한 수사력이 국가안전이나 시민사회를 위협하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중수부가 다뤄온 사건들은 주로 대형 비리와 범죄들입니다. 그 주인공들은 대부분 힘깨나 쓰던 정치인이거나 사회 저명인사들입니다. 그렇다면 검찰이나 중수부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도리어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사법개혁은 오히려 사회정서와는 동떨어진 양형(量刑)의 문제, 법정마다 춤추듯 달라지는 판단, 심지어 똑같은 성격의 사건에 대한 정반대의 판결 문제부터 다루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용어들을 정비하고, 각종 법률 사이의 온도차를 정리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특수법원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권에 맡겨진 사면제도 역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서민들의 눈에는 꼭 대형으로 사고를 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구제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범죄자였던 그들이 억울한 누명이라도 벗은 양 더 큰소리를 치는 웃기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 일부 인사들이 부당하게 향응을 즐기거나 뇌물을 받고, 범죄를 은폐했다는 비판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스폰서 검사’라는 부끄러운 말도 생겼습니다. 마땅히 시정되고 규제되어야 할 일입니다.

검찰에 관해 정말 따져야 할 중요한 사항은 정치적 중립과 인권보호 문제겠지요. 경직된 조직의 성격상 정치적인 의도가 수사에 반영되거나, 수사 효과에만 급급해 인권을 해치는 일은 없는지, 그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런 범주를 벗어나 엉뚱한 의도로 검찰의 수사력을 위축시키고 견제하려 든다면 그건 누군가의 범죄에 눈을 감기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검 중수부가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중수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정치인들이요, 그런 걸 염려하는 사람도 정치인들입니다.

중수부 대안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중수부가 권력에 약해질 수 있는 이유는 인사가 권력의 손에 쥐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고 그 인사권을 가진 기관이나 인물에 약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결국 중수부든 비리조사처든 꼭 필요한 것은 그 직분을 맡은 사람들의 투철한 사명감, 그리고 국민의 깨어 있는 의식과 감시일 것입니다. 살아있는 권력 아래서 대통령의 아들들이 쇠고랑을 찬 예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검경 수사권 분쟁으로도 나라가 시끄러웠습니다. 수사권의 조정도 국민생활과 사회 안정에 어느 쪽이 도움이 되느냐, 일차적인 사회 치안을 맡은 경찰의 수사에 어떤 어려움이 있느냐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 판단할 일입니다. 검찰의 집단 반발이나 경찰의 집단 성토에 좌우될 일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찰은 범죄 수사에 앞서 범죄와 사고 예방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에게는 사건이 벌어지고 사고가 터진 다음 수사하는 것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미리 위험 요인, 불안 요인을 찾아내고 제거하고 예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갈수록 차량이 늘고 사고 위험도 높아가는데 교통사고 위험을 미리 감시하고 예방하는 경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생이나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무책임한 선심공세로 표심 잡기,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국회도 한심하지만 요즘엔 청와대나 정부도 참 딱해 보입니다. 정부 기관끼리의 마찰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 또 대통령 말씀은 늘 거룩하고 그럴 듯한데 정부 정책은 갈수록 오락가락하고, 혼란과 분규도 끊일 새 없습니다. 대통령이 너무 많은 것을 너무 앞서 챙기는 것인지, 나랏일을 맡은 인사들이 보신과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것인지.

청문회에서 온갖 치부가 다 드러난 인물을 마치 그가 아니면 나라가 안 돌아갈 것처럼 요직에 앉히곤 합니다만 되어가는 꼴은 딴판입니다. 정당은 정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따로 노니 더욱 어지럽습니다. 청와대가 언제부터 행정부와 별개의 기관처럼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조휘갑 (121.XXX.XXX.42)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는 이제야 올립니다만
오래전부터 방석순 프리즘을 애독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사법개혁과...' 글 잘 읽었읍니다.
아뭏쪼록 좋은 글 오래 오래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운이 합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애독자 조휘갑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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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17: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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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73)

평생 검찰하고는 마주칠 일 없는 저같은 사람이 느끼기엔 많은 검사들이..........검찰인사들이 부당하게 향응을 즐기거나 뇌물을 받고, 범죄를 은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폰서 검사’라는 부끄러운 말도 생겼습니다. 어떤식 으로든지 처벌받고 시정되어야합니다. .........또 대통령 말씀은 늘 거룩하지도, 의롭지도, 그럴 듯하지도 않아서 소위 <령>이 서지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현재 우리의 곪은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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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2 12: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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