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중국_(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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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중국

김홍묵

2011년 08월 08일 (월) 00:55:25

근래 중국의 오만함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천빙더(陳炳德) 총참모장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김관진 한국 국방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행동이나 주장이 패권주의의 상징”이라고 15분 이상 험담하는 결례를 보였습니다. 또 6월과 7월 제주도 남쪽 이어도 근해에 관공선(官公船)을 보내 벌크선 인양작업 중인 우리선박에 “영해를 침범했다”며 작업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지난 5월 베트남 동쪽 서사군도(西沙群島) 해상에서 석유·가스 탐사작업을 하던 베트남의 빈민(Bihn Minh) 2호가 쳐놓은 케이블을 끊어 양국 간의 갈등을 고조시켰습니다. 베트남은 1979년 2월 중·월(中越)전쟁 이후 32년 만에 징병령을 발동,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영토 주권을 지키겠다며 초강력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중국의 거침없는 무력시위는 인근 국가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미 핵과 미사일을 갖춘 중국은 항모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최근에는 중량 757kg 짜리 중형 무인 헬기를 개발, 시험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같은 군사력을 토대로 올 봄 파키스탄 콰다르 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미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방글라데시 치타공, 미얀마 시트웨, 스리랑카 함반토타 해군기지와 함께 인도를 완전 포위하는 전략입니다.

군사 대국 중국의 힘은 경제력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소비량 1위 국가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100년 아성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부유층 인구만 6,500만 명(13억 인구의 5%)으로 2003년 맥주 생산량, 2010년 예술품 거래총액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최대의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올 봄 국가부도 우려가 큰 스페인에 구원투수를 자처했습니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스페인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14조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미얀마의 젖줄 이리와디강에는 길이 2.3km, 폭 15m 짜리 차량·철도 겸용인 파코쿠대교를 공짜로 지어주고 있습니다.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미얀마 양곤을 잇는 그랜드 레일로드 망의 일환으로 인도양 보급로 확보가 목적입니다.

나라 안의 대 역사도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2008년 대지진으로 8만 7,000여 명의 사망·실종자와 37만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쓰촨(四川)지역은 3년 만에 거의 복구돼 상전벽해가 되었습니다. 지난 4월 뉴욕에서 열린 제 6차 세계 주거환경포럼은 천지개벽이 된 쓰촨 지진 복구 사업을 ‘재해복구 기획설계 최고 사례’로 꼽았습니다. 경제 대국 중국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거대 규모의 중ㆍ장기 프로젝트도 완성되거나 진행되고 있습니다. 15조원을 투입해 1993년 착공, 2009년 완공한 싼샤(三峽)댐은 1,820만 kWh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입니다. 우리나라 원전 18곳의 발전량과 맞먹습니다. 중국은 싼샤댐 발전용량의 2배가 넘는 수력발전소를 양쯔(揚子)강 상류 4곳에 이미 건설하고 있거나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양쯔강 중류와 하류에서 베이징(北京)까지 2,700km의 물을 잇는 이른바 남수북조(南水北調) 대수로 공사는 거의 완공단계입니다. 베이징과 톈진(天津)등 북부지역 200여 도시 3억여 명의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치수사업입니다. 최근 심각한 해상 원유 유출 사고를 빚은 보하이(渤海)만에는 산둥(山東)반도의 펑라이(蓬萊)와 랴오둥(遼東)반도의 뤼순(旅順)을 잇는 길이 106km의 해상대교 또는 해저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죽(竹)의 장막을 일부 걷어낸 지 한 세대 만에 최대·최강의 중국을 만든 원동력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력입니다. 1998년 중앙정부의 조직 축소방침이 정해지자 1년 만에 41개 부처를 29개 부처로 줄이면서 1만5천 명의 공무원을 퇴출시켰습니다. 99년에는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8만 대의 ‘빵차’(소형 승합택시)를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며 단번에 없애버렸습니다.

서울 면적의 86%인 상하이 푸둥(浦東)지역 523㎢ 진흙밭을 마천루 숲으로 바꾸는 데는 불과 10년이 걸렸습니다. 베이징 시내 재래식 시장인 왕푸징(王府井)거리는 개발계획 발표 2년 만에 세계적인 쇼핑센터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길을 넓히거나 새 길을 개설하려면 가동 중인 공장이나 새로 지은 집도 가차없이 헐어버립니다. 모두가 정부의 뜻대로입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은 몇 년 전 철강·석탄 등 원자재를 싹쓸이해 ‘원자재 블랙홀’ 별명을 얻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에 초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바로 자원 확보 전쟁에 나섰습니다. 풍부한 자본 지원을 미끼로 아프리카·호주 대륙·남미에 이르기까지 자원외교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남미에는 1990년 대부터 지난해까지 295억 달러(약 32조 원)가 넘는 투자를 해왔습니다. 대부분이 농작물이나 산림·철강 등 1차 산업입니다. 개발자금이 부족했던 남미 국가들은 이같은 과감한 투자를 고맙게 생각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응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브라질은 올해 초 외국자본의 토지 매입 규제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150억 달러(약 16조 원)가 넘는 투자 계획을 전면 보류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劉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수감으로 원천봉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통제를 거부하는 미등록 교회인 ‘가정교회’의 옥외집회 참가자들을 줄줄이 연행하는가 하면, 올들어 교황청의 승인 없이 3명의 주교를 일방적으로 임명했습니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 역사까지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중국이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군사 연방으로 편입하려 한다는 ‘북한 합병설’도 간과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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