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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 뜯으면 7년 징역?
방석순 2007년 05월 04일 (금) 10:21:51
점봉산
아기 고사리는
처음 맞은 이 봄 연둣빛이 너무 눈부셔

점봉산
아기 고사리는
처음 맞은 이 봄 햇살이 너무 간지러워
옹크려 쥔 조막손 펴지 못 하네.

점봉산
아기 고사리는
산허리 꽃소식이 너무 궁금해

점봉산
아기 고사리는
언덕 아래 마을 일이 너무 궁금해
긴 고개 빼들고 돋움발하네.

점봉산
아기 고사리는
행여 들킬세라
떡갈나무 넓은 잎새 뒤 조막손 옥쥐고 숨을 죽여도

심술궂은 바람
잎새 한번 흔들고 지나가면
영악한 아낙 매서운 손길 피하기 어려워.

충청도 시골 과수원집 딸이던 아내는 이른 봄부터 동네 처녀들 따라다니며 들머리에 지천으로 깔린 냉이 씀바귀, 앞산에 돋아나는 개암취 미역취를 뜯으며 자랐답니다. 어느 핸가는 서리산 그 아름다운 철쭉꽃밭을 지나면서도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다닌다고 핀잔주었었지요. 그 앙갚음으로 벌써 몇 년째 5월이면 한두 번 꼼짝없이 아내에게 이끌려 산나물 뜯으러 다니게 됐습니다.

이태쯤은 발에 밟고서도 산나물인지, 잡풀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마치 바닷가에서 물장구치다 어느 날 갑자기 헤엄을 배우듯 어느 날 관목 숲에 숨은 산나물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포실포실 귀동자처럼 살이 오른 산나물의 뽀얀 잎새는 일반 잡초와는 확연히 달라 보였습니다.

‘쓴 나물 데운 물이 고기도곤 맛이 있어…’
참취, 곰취, 참나물, 곤드레나물…제 손으로 뜯었다는 흥취가 더해져셔인지 찌고 졸여서 밥상에 오른 산나물의 고소한 맛은 옛 사람의 싯귀를 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쯤 고사리가 올라왔을까?” TV서 한창 인기라는 불륜드라마에 빠져있던 아내가 뜬금없이 물어봅니다. 5월이 된 까닭이지요.
“아 참, 산나물 뜯으려면 허가받으래. 산림청 단속에 걸리면 벌금 물리거나 징역산다던데…” 어느 신문에선가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대꾸했습니다.
아내는 살다가 별 우스운 꼴을 다 본다는 듯 “아니, 이젠 산에 나물을 뜯어도 잡아간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면박을 줍니다.

‘허가없이 뜯으면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뿌리 뽑으면 안 되고 산청목, 헛개나무, 겨우살이, 엄나무 등 희귀식물은 원천적으로 채취 불가…’

“뿌리째 캐면 안 되고 너무 어린 것, 너무 웃자란 것 안 되고…그런 건 나물 아는 사람 기본이죠. 아니 국립공원 안에서 트럭을 동원해 소나무를 캐 가고, 경동시장에만 가도 온 천지가 엄나무, 헛개나문데 산림청은 뭘 하다가 겨우 소쿠리나 쬐끄만 배낭 도시락 옆자리에 산나물 뜯어담는 사람들 잡으러 다닌대요?”

이렇게 나오면 아내 설득은 틀린 겁니다. 그렇다고 산나물 나올 골짜기가 인제군일지, 양양군일지도 미리 알 수도 없고, 또 어느 군청의 누구에겐가 가서 신청하면 허가는 해주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작심하고 나선 나물 장수가 아니라면 사전에 지자체 돌아다니며 허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봄철에 꽃 보며 나물 뜯고, 여름철 녹음 속에 시원한 산바람 즐기고, 가을 단풍놀이에 겨울철 눈 밟기. 이게 서민들이 누리는 산행의 즐거움입니다. 더 이상 건전하고 경제적이고 정서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여가생활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요즘엔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산림청 단속은 버스 대절해서 기십, 기백 명씩 몰려다니는 극성 산나물꾼들을 겁주기 위한 엄포래도 황당하고 아니래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연히 서민들로부터 봄 산행의 즐거움을 빼앗는다는 원망만 사기 십상입니다. 지키지도 못할 기준을 세우느니 올바른 산행 질서, 산나물 채취를 위한 캠페인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정말 식물자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산행 구간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머리 구절은 고사리 뒤지는 아내의 눈길을 막아서며 혼자 읊조려본 노래(?)입니다. 장소도 실은 점봉산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어느 나물꾼이 쉽사리 나물 뜯은 곳을 알려준답니까.
‘떡갈나무 숲속에 졸졸졸 흐르는 아무도 모르는 샘물 있길래 아무도 모르라고 도로 덮고 내려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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