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야만의 역사에서 문명의 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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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2011년 08월 18일 (목) 01:25:55

독도는 우리에겐 시지푸스의 바위와 같습니다. 한일관계가 좋아질 듯하면 예외 없이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망언과 망동으로 바위를 밀어뜨립니다. 최근엔 미국마저 동해를 일본해로 단일표기하기로 하는 바람에 시지푸스의 어깨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의 독도분쟁 말고도 중국 대만과는 센카쿠(尖閣·중국명 釣魚島)열도, 러시아와는 북방4도를 놓고 분쟁 중입니다. 이는 큰 틀로 보면 일본이 청일전쟁 러일전쟁 승리의 전리품을 2차 세계대전 패배로 내놓는 과정에서 비롯된 분쟁입니다.

독도는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 이후 임자 없는 섬을 자기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나 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로 엄연히 신라시대 이후 임자는 우리였습니다. 독도는 한·일간의 전리품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센가쿠열도나 북방4도와는 성격과 역사적 배경이 다릅니다. 더욱이 편입 자체가 폭력으로 다른 나라의 국권을 강탈한 국제법상 무효행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면 일본은 왜 심심하면 독도를 건드리는 걸까요? 그것은 러시아로부터 북방4도를 돌려받을 기약이 없고, 그들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가쿠 열도에서는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러시아는 한 때 북방4도를 돌려줄 듯하면서 일본과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해 북방4도를 방문하고 미사일 기지까지 설치함으로써 일본을 한껏 자극했습니다.

중국과는 지난 해 센가쿠 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을 나포했다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 이내 풀어줘야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중국 러시아로부터 받는 영토 스트레스를 한국을 상대로 풀고, 일본 사회에 우익의 가치를 주입하는 방편으로 독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토분쟁은 민족주의에 기름을 붓는 지극히 감성적인 이슈입니다. 세계사의 많은 전쟁이 영토분쟁으로 촉발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일수교협상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씨가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려면 한국과 전쟁을 해서 이기라”고 한 말이나, “일본에게 빼앗길 바엔 차라리 독도를 폭파해 버리겠다”고 한 말은 원색적이긴 하지만 독도 문제의 본질을 꿰뚫은 명쾌한 수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꼭 그런 방법 말고는 해결할 길은 없을까요? 여기서 역사와 순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일본의 북방4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역사와 순리에 맞는 면이 있습니다. 우선 북방4도는 거리상으로 일본 홋가이도(北海道)의 이마 위에 위치합니다. 1855년 일·러우호조약 이후 1905년 러일전쟁 승리 과정을 거쳐 일본인들이 90년 동안 실효지배를 해왔습니다. 반면 러시아가 실효지배 하고 있는 기간은 2차 대전 종전이후 현재까지 66년 동안입니다.

러시아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뒤로도 공격을 지속해 북방4도를 점령했고, 그 섬에서 살던 일본인들을 추방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도 북방4도에 성묘를 오는 일본인에 대해 무비자 방문을 허용, 일본의 연고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할 때 독도는 역사의 기록으로는 천 년 전부터 우리 땅이었고, 실효지배 기간으로 쳐도 한국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66년이고, 일본은 러일전쟁 이후 일본 패전까지 40년 간 그것도 문서상에 올려놨을 뿐입니다. 역사관계와 실효지배에 근거한 일본의 북방4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비추어도 독도의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명백한 것입니다,

반면 센가쿠 열도는 어떤가요. 이 섬들은 청일전쟁으로 일본이 대만을 차지할 때 제 것으로 만든 무인도입니다. 거리도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서보다 대만에서 더 가깝습니다. 중국 측의 센가쿠 열도의 영유권에 관한 기록은 1300년대 명나라 때부터입니다.

센가쿠 열도의 영유권은 그 곳이 오키나와와 대만 중 어느 쪽의 부속도서냐는 문제입니다. 2차 대전 후 대만이 중국에 돌려졌지만, 오키나와는 미군의 관리 하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이 오키나와를 일본에 돌려준 것은 1972년의 일입니다.

일본은 오키나와와 함께 센가쿠 열도도 일본 영유로 됐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대만은 대만의 반환과 함께 자국령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이 북방4도에서 러시아에 당하고 있는 일을 중국과 대만에게 가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친미파인 장개석(蔣介石) 군대가 승리했더라면 미국은 오키나와를 중국에 줬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일본은 오키나와 반환에 만족하고 센가쿠 열도는 중국 또는 대만에 돌려주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습니다.

한중일러 4개국이 얽혀 있는 세 곳 섬들의 영유권 문제는 아시아의 평화에 직결돼 있습니다. 아울러 해당 국가 간 쌍무적인 문제이면서도 4개국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임을 알게 합니다. 특히 세 곳 모두에 관련된 일본의 경우 북방4도에 대한 영유권 회복이 없는 한 독도나 센가쿠 열도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됩니다.

따라서 매우 어렵긴 하겠지만 3곳의 섬들의 영유권 문제를 패키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본이 북방4도를 돌려받는 것을 전제로 독도와 센가쿠 열도를 포기한다는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최선이겠다 싶습니다.

현재 북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에다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당사자들이 모두 참가하고 있는 회담입니다. 이 회담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동양평화회담으로 격상시킨다면 북핵문제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세 곳의 섬들의 영유권 문제는 유구한 역사의 문제임과 동시에, 힘의 논리로 이웃을 유린한 약탈적 제국주의 시대의 잔재입니다. 이제 야만의 역사를 털어내고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문명의 역사를 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122.XXX.XXX.246)

잘 읽었습니다. 옳고 바른 말씀입니다. 일본이 억지를 쓰는 것을 보면서 우리보다 못한 민족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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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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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58.XXX.XXX.90)

반갑습니다. 한글지키기에도 바쁘실텐데 읽고 의견을 주신 것 감사합니다.
독도문제는 일본의 영토욕만 비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인데 실현가능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화두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쌍무문제로 놔둬 영원한 평행선이 되게하는 것보다 어떤 변화를 줄 필요가 있지않냐는 것입니다. 일본이 북방4도를 돌려받는다고, 독도와 센가쿠열도를 포기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큰 것을 얻었으므로 작은 것을 포기하라는 압박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러가 일본의 북방4도에 대한 감정을 이해하고, 일본이 이에 화답하는 식의 해결방법, 이게 정녕 일본에게는 안 통하는 것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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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18: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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