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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포장보다 중요한 것
김영환 2007년 05월 07일 (월) 09:52:53
언젠가도 이 칼럼에서 썼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지출 감각이 무디어 정말 큰 일입니다. 지자 단체장들이 형편없이 낮은 재정 자립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급 승용차를 관용차로 타고 있습니다. 예산낭비 사례도 끊임없이 보입니다.

몇 년 전 서울 양천구청은 목동 중심축의 멀쩡한 가로수를 뽑아내다가 텔리비전 뉴스에 보도되자 부랴부랴 원상복구 했습니다. 때문에 시민들이 세금으로 낸 예산 수천만원이 날아가 버렸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양천구는 여름철에 홍수가 나면 잠기기 마련인 안양천 둔치 위에 무슨 속셈인지 수백 대가 주차할 수 있는 무료주차장을 만들더니 얼마 안 가서 없애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입구에는 거대한 쇠말뚝을 박아 자전거 지나가기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작년에 갈아치웠던 아파트 단지 옆의 멀쩡한 보도 블록을 또 수도관 공사를 하기 위해 파헤치고 있습니다.

만일 자치단체장들이 제 돈을 써야한다고 하면 이렇게 낭비하겠습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예산을 허투루 쓰는지 모를 일입니다. 한마디로 기본이 안된 공직자들의 자세입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언젠가 여의도 둔치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니 한 여름인데 70~80살은 되어 보이는 남녀 노인들이 하릴없이 꽃도 심어지지 않은 꽃밭의 풀을 뽑는 모습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였습니다. 그냥 도와줄 수 없으니까 취로사업을 시킨 것이겠지만 솔직히 경운기나 트랙터로 갈아버리면 몇 십분 걸려 끝날 작업을 위해 이렇게 수백 명에게 몇날 며칠간 부질없는 허드렛일을 시키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한강 둔치라면 거의 해마다 홍수가 휩쓸어 가는 곳인데 잡초 몇 포기 더 뽑는다고 경관이 얼마나 나아지겠습니까.

그게 정부가 말하는󰡐사회적 일자리 창출󰡑인지는 몰라도 노인들을 돕는다면 좀 더 일다운 일을 하도록 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재활의 역량을 키워주기보다는 단순 노동 일색이니 예산 낭비의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하철 역사 안의 실버 도우미들은 훨씬 생동감이 있고 꼭 필요해 보입니다. 모범적인 사회적 일자리라고나 할까요.

아무쪼록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예산 알기를 하늘 같이 알아야합니다. 마치 공돈처럼 마구잡이로 쓰는 게 예산이 아니란 말입니다. 시민들의 소송에 걸려봐야 정신 차리시겠습니까.

좋은 사례를 들겠습니다. 얼마 전 서울 광진구청 정보도서관에 가보고 그 쾌적함에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공립도서관들이 수험생들의 공부방으로 전락한지 오래됐지만 이미 2000년에 개관했다는 광진구의 정보도서관은 갓 지은 것처럼 상쾌했습니다. 열람실은 장애인실, 어린이실, 가족실, 멀티미디어실, 연속간행물실, 일반열람실 등으로 나뉘어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기획했는지, 열람석 창문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먼 훗날을 위해 예산 집행을 탁월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도서관이 2001년도 서울시민 만족도 최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되었겠지요.

지자 단체장들은 눈에 뜨이는 도로포장을 가장 선호한다고 합니다. 도로를 포장하거나 확장하면 뭔가 했다는 증거가 곧바로 눈에 뜨입니다. 청계천 복원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건 물량경제 시대의 증표가 아닐까 합니다. 다수에게 보이는 것만 중시한다면 정말 더 중요한 것이 뒷전으로 밀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시행정에 중독된 지자 단체장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도록 하는 대오각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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