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꾼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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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꾼들이 정치에 뛰어드는 까닭

허영섭

2011년 09월 07일 (수) 01:15:26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움직임으로 인한 소용돌이는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 합의로 일단 진정된 듯합니다. 안 원장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출마 의사를 접는 반면 박 변호사를 지지하기로 최종 담판이 이뤄진 것입니다. 여론의 초점은 이제 박 변호사 쪽으로 서서히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안 원장의 출마 의사가 처음 알려지면서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폭발력은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이 여전합니다. 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포기하는 대신 내년의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가 하면 그를 중심으로 하는 제3의 정치세력화 조짐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왜 정치에 뛰어들려고 했으며, 일반 대중은 어째서 그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였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존 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안 교수 스스로 “출마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감을 밝혔던 데서도 그런 속뜻이 확연히 읽혀집니다.

안 원장은 그동안 정치권 바깥에서 조언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하던 입장이었습니다. 최근들어 대기업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정치참여 의사로 이어지게 될 줄이야 거의 짐작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훈수꾼에 머무르던 그가 비록 잠깐이었지만 직접 장기판의 말을 움직이겠다며 나섰던 양상이라고나 할까요.

그것은 안 원장과 단일화 합의를 이룬 박 변호사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치권의 거듭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훈수꾼의 위치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기존 정치인들과 한판 붙자며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 역시 지금의 정치인들로서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 아닐까요.

이들의 등장에 박수를 보내는 일반인들의 정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난장판 같은 행태를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 일입니다. 자기들의 세비와 연금은 야금야금 올리면서도 허우적거리는 민생문제는 뒷전인데다 후원자들로부터 거둔 정치자금으로 골프나 치러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희롱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절차가 비공개로 얼렁뚱땅 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정부에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장관들도 위장전입과 편법적인 재산증식, 자녀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됨으로써 명품 핸드백 수요가 폭증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전셋값 파동에 가계대출 및 등록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정 일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고 반사적으로 이들의 참신한 이미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안 원장이 출마의사를 꺾은 마당에 그에 대한 정치적 인기가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박 변호사의 지지도가 어떤 곡선을 그릴지도 지금으로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 진행되는 구도로 미루어 박 변호사는 야권과 후보 단일화작업을 진행할 것이며, 안 교수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그에게 협력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뚜렷해 보입니다.

결국 기존 정치권에 대해 불신감을 표방했던 안 교수의 입장이 정부 여당으로 그 표적이 좁혀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민주당이 박 변호사와의 후보단일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안 원장과 박 변호사의 갑작스런 등장에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면서도 은근히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라는 사실도 지금의 돌아가는 기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풍토의 쇄신을 갈망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감안한다면 한나라당의 이러한 반응은 여전히 번지수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꼴입니다. 최근 문제로 떠오르는 복지정책에 대해서조차 당내의 견해가 우왕좌왕하고 있는데다 각 파벌 사이의 알력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져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번 돌풍을 직시하며 스스로의 약점을 돌아보고 고치는 계기로 삼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치참여에 대한 박원순 변호사나 안철수 원장의 결정이 옳으냐, 그르냐의 판단은 아직 이릅니다. 설령 당선이 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정치참여에 대한 정당성을 증명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해 경각심을 울려 주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수많은 구경꾼들이 저마다 정치를 트집잡으며 길거리로 몰려나오는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김윤옥 (210.XXX.XXX.143)

우리가 아무리 기존정치집단의 구태를 성토해도 결국은 " 우리가 남이가?" 에 또다시 발목잡힐 것이란 사실에 절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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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8 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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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13)

ggg분의 주장에 적극 동의 합니다,
국민 전체가 모여서 논의할 수 없기에 국회의원이라는 대표를 선출하여 대의정치를 하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저질 의원을 밀실에서 감싸고 있으니 훈수꾼이라고 칭하신 분들이 직접 나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의도에서 이뤄지는것만이 정치가 아니라 미국의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여 촛불을 드는 것도,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에 분노하는 것도,2천여명의 주민 가운데 달랑 87명이 모여서 얼렁뚱당 해치운 결의가 적법하다고 밀어부치는 제주 강정리 해군기지 건설이 부당하다고 싸우는 것도,비정규직 철폐하고 강제 해고자 복직시키라며 크레인 위에서 투쟁하는 김진숙씨의 행위도,그 뜻에 동조하여 희망뻐스에 오르는 동행도 모두 정치행위이며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대의민주제도인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종지부를 찍고 자신의 권리를 위임받은 선량들이 개판을 쳐도 조직적으로 소환하여 호통치지 않고 개개인들이 불평 불만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구케으원들이 국회의원 노릇을 해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 선생님께서 지적하신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몇분을 제외하곤 기존 정치인들 용도폐기 해야 됩니다. 그렇기에 돌아오는 선거철엔 비제도권 누구라도 적임자가 있으면 국민들의 추대로 기존 정치인들을 박살내야 합니다! 그래야 선거철에만 허리 굽히고 끝나기가 바쁘게 허리 펴고 개판치는 못돤 버릇을 고칠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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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8 0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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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116.XXX.XXX.46)

좋은 지적이십니다. 국민이면 누구나 우리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되고, 또 그래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그런 상황을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정치가 꼭 정치인들의 몫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이 존재하는 한에서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나마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쓰지 않아도 될만큼 나라 사정이 잘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학생은 학생의 신분에 맞게 공부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고, 교사는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가르치는데만 최선을 다할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이 마련되지 못하고 국민들이 저마다 자신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상황이라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는 것이라는 뜻을 강조한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하셨다시피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생님 지적에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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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12: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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