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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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며 사세요

임철순

2011년 09월 29일 (목) 00:35:10

오영수(1914~1979)는 빼어난 단편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로도 제작된 <갯마을>입니다. 그의 작품 거의가 그렇듯이 이 소설에서도 경상도 사투리와 토속적인 삶이 정겹습니다. 오영수의 작품 속 인물은 한결같이 건강하고 순박하고 인정이 넘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나 오씨의 작품과 그의 삶은 어느새 잊혔습니다. 그를 말하는 사람도 없고, 그의 작품이 화제가 되는 일도 이제는 없습니다. 오씨의 작품 중에서 <실걸이꽃>(1968년 발표)이라는 단편이 인상적이어서 다시 읽어 보려 했지만, 40여 년 전에 나온 그의 전집은 구하기 어렵고 단편선집에는 유감스럽게도 그 작품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가 1958년에 발표한 <명암>은 군대 영창의 분위기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제법 긴 욕설을 외우게 됐는데, 외울 뿐만 아니라 거기에 살을 더 붙여 아주 긴 욕설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사람에게 그런 욕설을 한 적은 없고, 술자리에서 여러 번 우스갯소리로 써먹은 적은 있습니다.

“야, 이 하늘로 날아가는 옘병 땜병 가슴앓이 속병, 두통 치통 생리통 견통 요통 근육통 신경통 관절통을 억지로 붙잡아다가 은행에 저당 잡혀 놓고 고조 증조 할아부지 아부지 아들 손자 증손자 대대로 이자만 뜯어먹고 사는 놈들아!”이게 그 욕입니다. 내가 이것저것 집어넣어 좀 늘리기는 했지만 원문도 제법 길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그 작품에 나오는 욕은 “야 이놈의 새끼들아 내 말 듣거라. 날아가는 옘병을 억지로 잡아다가 은행에 저당을 해놓고 대대로 이자만 뜯…” 이렇게 돼 있더군요. 신나게 욕을 하고 있는데 교도관의 발소리가 들려 얼른 입을 닫은 것입니다.

알다시피 이건 사실 욕이 아니라 일종의 해학이며 유머입니다. 우리나라 말은 욕이 아주 잘 발달돼 있는데, 폐쇄된 사회인 군대, 군대에서도 더욱 폐쇄되고 자유도 없는 영창이라면 걸쭉한 욕설이 빠질 수 없겠지요. 이런 경우의 욕설은 감정과 욕구의 건전한 배설장치라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최근 동아대의 강기수 교육학과 교수와 그의 박사과정 제자인 부산해운대초등학교 교사 이점식 씨가 발표한 논문‘욕의 교육인간학적 기능’을 잣대로 살피면 이런 욕은 익살욕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강 교수 등은 욕을 분류해 ①저주와 악의를 담은 쌍욕 ②비아냥거림과 조소가 섞인 방귀욕 ③애칭과 유희가 있는 익살욕 ④꾸지람과 차별적 의미를 담은 채찍욕, 이렇게 네 가지로 유형화했습니다. 쌍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욕입니다. 방귀욕은 “귀신은 뭐하나. 저 인간 안 잡아가고…”처럼 한탄조로 감정을 내뱉는 것이랍니다. 익살욕은 “지랄 방구 쌈싸 먹네”처럼 들으면 화가 나기보다 웃음이 나오는 욕이며, 채찍욕은 “돼지 같이 처먹기만 하는 놈”이나 “거지 발싸개”처럼 사회가 금기시하는 태도나 습관을 못하게 하는 욕이랍니다.

강 교수 등은 이 논문에서 욕은 금기시하고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니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를 정화시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순기능을 함께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1997년에 국문학자인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가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는 책에서 욕이 카타르시스, 감정 표출, 자기정화의 긍정적인 면을 지닌다고 주장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쌍욕을 너무 많이 하는 게 문제입니다. 욕을 하지 않고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할 정도인 학생들이 많고, 욕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내뱉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욕이 발달하지 못한 일본 등 외국에는 성기에 관련된 욕이 거의 없는 데 반해 우리나라 욕에는 성기와 관련된 게 특히 많은데 아이들은 입만 열면 이런 욕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버스에서 고등학생들이 욕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화하는 걸 본 할머니가 그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생들을 표창하라고 한 일이 보도될 정도였으니 알 만하지 않습니까?

내가 자라난 시골에는 욕을 할 줄 모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비위생적인 이발기계 때문에 머리에 기계독이 올라 있고 늘 지저분해 보이던 그 아이는 지금 생각하면 정신지체 장애아였습니다. 엉뚱한 행동과 말 때문에 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됐는데, 욕을 해보라고 하면 “욕!”그러곤 했습니다. 그렇게 욕을 모르는데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왜 굳이 쌍욕을 가르쳐 주려 하면서 괴롭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억압과 통제가 많은 사회일수록 욕은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쌍욕은 되도록 삼가고, 위에서 본 익살욕처럼 재미있는 언어의 유희를 통해 스스로 억압과 긴장을 풀며 사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욕을 하면서 살면 병 걸릴 확률도 낮아질 것입니다. 욕은 부정적 기능 외에 스트레스 해소, 사회질서 유지, 친밀감 증대, 집단 결속 등 긍정적 기능도 많다니 즐겁고 재미있는 욕을 많이 발굴ㆍ개발해 봅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열심히 욕을 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말입니다.

김애양 (211.XXX.XXX.129)

젠장맞을^^
글을 너무 잘 쓰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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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08: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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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7)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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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15: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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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 (117.XXX.XXX.81)

욕 하고 싶어도 바로 밑에 욕하면 삭제할 수 있다고 써있네유.

근디 가을에 웬 천둥.번개?
주필님.. 벼락 조심허세유!

이건 욕의 범주에 속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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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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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211.XXX.XXX.129)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그거 하누님이 사진 찍는 소리입니다. 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잘 찍어준다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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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13: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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