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비웃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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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비웃지 맙시다

황경춘

2011년 10월 04일 (화) 01:14:04

“일본 대지진을 축하합니다”라는 일본어로 된 종이 현수막이 국제 축구경기 도중에 발견되어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말썽이 되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있었던 전북 현대와 일본의 세레소 오사카(大阪)의 AFC 챔피언스 리그 준준결승 경기 때 일입니다.

다행히 사건 장본인이 나타나 정중한 사과를 했고, 구단도 사과문을 내고 이 청년에 10 년 동안 경기장 출입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지 궁금합니다.

일본축구협회는 한국축구협회에 항의 서한을 보냈고, 관련 구단인 전북 현대모터스는 상대 팀과 일본축구협회에 사과문을 보냈으나, 일본 측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보고서를 보냈으니 귀결이 어떻게 날지 걱정입니다.

구단은 모기업인 현대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 등 불미한 결과로 사태가 이어지지 않을까 몹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경기장에서의 사소한 행동이라고 보는 젊은 사람이 뜻밖에도 많았고, 어떤 네티즌은 국내 언론이 작은 문제에 불을 붙였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일본 측이 먼저 발견해 전북현대에 항의했고 일본 언론이 먼저 보도를 해 여론이 악화된 것입니다. 일본축협의 다지마 고조(田嶋幸三) 부회장은 일본 언론에 “일부 경솔한 특수한 응원행위이기는 하지만, 지진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하면 용서할 수는 없어, 그점을 확실히 전했다”는 담화문을 냈습니다.

이번 불상사에 관해 몇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구단 측은 경비에 만전을 기했으나 종이 플래카드를 감춰 들어왔으며, 내용이 일본말로 된 것이어서 20 분이나 자체 발견을 못 했고 일본 측의 항의 뒤에야 알고, 조치했다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본어에는 일본대지진(日本大地震)과 축(祝)이란 글자는 한문자로 쓰여 있었으며 현수막을 든 30대 회사원은 전북현대 응원석 가까이에 있었다고 하니, 20분동안 몰랐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 봅니다.

또 이 사건은 말하자면 2만 명이 희생된 초상집을 향하여 “축하합니다”라고 우리 전통에 비추어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한 셈입니다. 자기 편 팀이 9월 14일 오사카에서 있었던 원정 경기에서 3-4로 역전패했다고 해서 일본말까지 공부한 회사원이 욱하는 마음으로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현수막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좀 더 효과적으로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해 낼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과거 일본에서 우리를 야유하는 일이 있었다 해서, 비슷하게 대응하는 것도 어른답지 못합니다.

또 이 회사원의 행동을 지지하는 댓글이 인터넷에 많이 떴고, 그 대부분이 악독한 과거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일본이니만큼 항의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변호했습니다. 그러나 항의를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 효과적으로 해야지 이번처럼 상식을 벗어난 방법의 역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젊은이에 대한 역사교육을 포함한 올바른 사회생활 지도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지난 8월 벨기에 국내 리그 한 경기에서는 원정 팀의 골키퍼로 일본출신 가와시마 에이지(川島永嗣) 선수가 뛰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3월의 일본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福島) 원전을 빗대고 야유하는 “가와시마 후쿠시마”를 연호하는 야비한 응원이 계속되어 리그 사무국은 홈팀 구단에 3만 스위스프랑(약 4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선수끼리의 신체접촉이 많은 축구경기는 선수끼리의 불상사 외에 응원단의 감정싸움으로 충돌이 일어날 때가 많으며, 그 좋은 예가 약 40 년 전 일어난 남미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두 나라 사이의 유명한 ‘100일 전쟁’입니다.

이날 이런 불상사만 없었더라면 6-1로 쾌승하여 AFC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진출한 전북 현대는 잔치집이었을 텐데 그렇지 못하고 구단 분위기는 우울했습니다. 깨끗한 경기 매너 못지않게 성숙된 응원문화도 갖추어야 선진국 문화시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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