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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타니즘의 저주
임종건 2011년 10월 12일 (수) 01:15:38
언론학 용어에 아프가니스타니즘(Afghanistanism)이 있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 사람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존재감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엉뚱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자다가 봉창터지는 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하게 되는데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오는 그런 엉뚱한 질문을 일컬어 ‘아프가니스타니즘’이라고 했습니다. 아프간에 대한 경멸이 담긴 말입니다.

이 용어가 사어(死語)가 된 것은 1970년대 말 아프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뒤부터였습니다.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이 아프간의 공산정권을 지원하고 나서자 미국은 반정부 세력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지원했습니다. 아프간은 더 이상 미국과 무관한 나라가 아니게 됐습니다.

당시 미국의 지지를 받은 원리주의 집단은 10년간의 내전 끝에 공산정권을 무너뜨렸고, 그 중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탈레반 세력이 집권했습니다. 탈레반 정권은 이번에는 총부리를 미국으로 겨냥해 2001년 9월 9·11테러를 저질렀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된 10월7일 미국은 이번엔 탈레반 소탕을 목표로 아프간전쟁을 개시했습니다. 평화와 번영의 세기로 기대됐던 21세기의 첫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만 10년이 흘렀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전쟁의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개전 초 미국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자국군의 피해는 거의 없이 공습만으로 함락시켰습니다. 아프간 전 승리는 너무 쉬운 듯했습니다.

그 섣부른 승리감에 도취한 미국은 2003년 3월 이라크와의 전쟁을 개시했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탈레반을 지원했다는 것이 공격의 이유였습니다. 둘 다 나중에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습니다만 전쟁은 멈춰지지 않은채 자체의 관성으로 8년 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10년동안 18년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

아프간 내전 때 소련군과 싸우는 데 쓰라고 탈레반에 제공했던 무기가 지금의 전쟁에선 미국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것은 이라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프간 내전과 거의 같은 시기, 같은 기간동안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했습니다. 당시 이라크 편이었던 미국은 지금 미제 무기로 무장한 이라크 반정부 세력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돕니다.

미국은 20세기 이후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치른 나라지만 일찍이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두 개의 전쟁을 동시 수행한 예는 없었습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은 더 치명적인 전쟁입니다. 아프간에서보다 3배 이상의 인명 희생과 재정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산유국인 이라크에선 서방의 이해가 직결돼 있어 발을 빼기도 어려운 입장입니다.

전쟁에서 희생된 미군과 연합군만도 2011년 9월말 현재 사망 7,500명, 부상 5만명입니다(미 국방부). 아프간, 이라크 및 파키스탄의 군인 경찰 사망자는 4만명 이상, 테러세력의 사망자도 6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민간인 사망은 15만명으로 9·11테러로 희생된 미국의 민간인 3,000명의 50배에 이릅니다.

전쟁에 들어간 직접비용만도 2조6,000억달러, 기타 국토안보부 설치 예산 등 여러 분야의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4조달러에 이릅니다(뉴스위크). 여기에는 전사자 및 평생동안 부담해야 할 부상병의 보상비용은 계상되지 않았습니다.

인력과 재정 양면에서 이처럼 소모적인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입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그러했듯이 지금 세계경제 위기의 진앙은 달러화의 가치하락, 즉 미국경제의 쇠락입니다. 젊은이들을 전장에서 죽게 할 게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뛰게 해야 합니다. 전쟁비용은 보다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돼야 합니다. 그래야 미국이 삽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두 전쟁에 대한 미국민의 태도는 모호했습니다. 오히려 대다수가 그 전쟁을 지지했습니다. 과거 베트남전을 종식시킨 것은 젊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반전시위였는데 지난 10년동안 그런 기미가 없었습니다. 최근 자산가들의 탐욕과 빈부격차의 심화에 대한 사회적 약자 그룹의 저항운동인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가 전 미국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 시위 속에 드디어 반전구호가 등장했다는 뉴스는 그래서 특별히 눈길이 갑니다.

현 시점에서 미국이 곤경에 빠지게 된 시발점은 아프간입니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타니즘'의 저주일지도 모릅니다. 이 쯤되면 '아프가니스타니즘'은 사어로 놔둘 게 아니라 정의를 새로 해서 귀감으로 삼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약소국과 전쟁을 하다 나라를 파탄상태로 몰아넣은 오만한 대국주의의 실패를 일컫는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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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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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48)
세계정세에 어두운 제가 막연히 생각하기론 *부시* 전 대통령의 신중하지 못한판단이 부른 전쟁이 지금 미국 서민들이 고통으로 그 값을 치루는 것 같습니다. 호전적이고 남을 배려 할 줄 모르는 미성숙한 지도자를 가려 볼 수 있는 안목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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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2 23: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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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58.XXX.XXX.150)
부시는 9.11의 분노를 어딘가에 분출시켜야 했습니다. 빈 라덴이 아프간에서 암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개전은 합리화 될 수 있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쉬운 전쟁이었습니다. 따라서 화풀이를 했다하고 훨씬 전에 발을 뺐어야하지요. 이라크와 전쟁을 한것은 사실관계나 도덕적인 면에서도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구요. 사담 후세인과는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가 싸워서 아들이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셈인데 남는 것은 수천명의 젊은 군인들의 주검과 수만명의 상이군인이고, 미군의 죽음보다 10배 이상은 될 현지의 무고한 희생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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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07: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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