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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 경쟁과 정자들의 수난 시대
박시룡 2011년 10월 18일 (화) 00:14:46
동물들의 정자의 수는 적게는 수천만에서 많게는 수억에 이릅니다. 그 중에서 한 개만이 암컷의 난자와 만나 성공해야 하니 치열한 경쟁이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동물학에서 진정한 의미의 경쟁은 암컷의 생식기관에 존재하는 다른 수컷들 정자 사이의 경쟁을 의미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상상하기 어렵지만 정자가 암컷의 생식기관내에서 살아 있는 시간이 충분히 길고 암컷이 다른 수컷과 그 기간 내에 다시 교미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은 동물들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다 보니, 동물들은 정자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화학적으로 흥미로운 나름의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세력권을 놓고 경쟁하는 수컷들이 많이 있습니다. 번식기에 이런 세력권을 형성하는 것도 정자 경쟁의 한 모습입니다. 정자경쟁의 목적은 자신의 정자를 암컷의 난자와 수정시키는 일인데, 수컷들 사이에서 암컷을 놓고 벌어지는 한 판의 결투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정자를 암컷에게 주입하기 위한 것입니다.

곤충들의 정자 경쟁은 수컷의 성공적 생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두 수컷이 하나의 암컷과 교미를 할 때 일반적 법칙에 따르면 나중에 교미한 수컷이 이득을 봅니다. 예를 들어 실잠자리 수컷의 생식기는 암컷의 생식기 내에 자신의 정액을 사정할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정자를 퍼내도록 고안되어 있습니다.

또 어떤 종은 암컷의 정자 저장기관으로 수컷의 생식기가 들어가서 이미 먼저 와 있는 정자를 한 쪽으로 몰아낼 수 있도록 진화되어 있습니다. 어떤 곤충은 심지어 교미 마개를 사용하여 암컷의 생식기관을 봉인하기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교미 마개를 사용하는 이유는 정자의 누출을 방지하려는 데 있지만, 적어도 나비류와 물방개과의 일부 곤충류에서는 차후에 있을지 모르는 교미를 방지하는 데 있습니다. 즉 경쟁 상대의 정자 침입을 막는 데 있습니다. 이런 교미 마개는 유대류, 박쥐, 고슴도치, 쥐를 포함한 일부 포유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십자군 전쟁 당시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들이 부인에게 채운 정조대를 연상시킵니다.

먹이자원은 정자경쟁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합니다. 밑드리라는 곤충의 암컷은 교미 중에 가장 큰 벌레를 가져온 수컷과 교미를 합니다. 그 벌레가 클수록 암컷이 먹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수컷은 그 시간 동안 암컷과 교미를 계속할 수 있고 그 시간만큼 많은 알을 수정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정자경쟁은 가끔 짝을 맺은 쌍에서조차 질투심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까치는 번식기가 되면 암수가 함께 다닙니다. 말하자면 암컷이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감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함께 다니지 않는 종의 경우는 보복성 교미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정자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합니다.

맹금류의 경우는 번식기라고 해도 암수가 함께 다니지 않습니다. 암컷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수컷은 교미의 회수를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입니다. 외출 중에 다른 수컷과 교미했을 개연성에 대비하여 일반적 법칙에 의해 마지막 자신이 교미했을 때 정자의 수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감시하고 보복성 교미를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명금류(노래하는 새) 암수가 늘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 새끼들은 당연히 그 부부의 자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전자 지문(DNA fingerprinting)기술의 발달로 새끼들의 유전자를 검사해보니, 둥지의 4~5%에서 한 배의 새끼들 가운데 한 마리가 아빠의 유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말하자면 암컷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자경쟁이 인간들도 예외는 아닌 듯 싶습니다. 원시인류에서부터 여성을 소유하기 위한 남성들 간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경쟁에 실패한 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후손을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인간의 정자경쟁도 진화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자경쟁을 해야 할 정자들에 이상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정자 수가 지난 50년 동안 정액 1ml당 1억 마리였던 것이 최근에는 6천만 마리로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선진국 남성 5명 중 1명 꼴로 정자 수 부족으로 수정이 불능하다는 사실이 유럽과학재단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 서울지역 남성 51명을 대상으로 장자의 운동성과 정자 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자 운동성은 48.5%로, 세계보건기구(WHO) 정상기준인 50%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자 운동성은 난자까지 헤엄쳐 도달할 수 있는 건강한 정자의 비율을 뜻하는데, 2001년까지 우리나라는 66~71%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우리나라 남성의 정자 수도 선진국 못지않게 줄고 있는데, 바로 남성의 정자 수 감소는 화학물질에 노출된 데다, 과도한 음주와 농약에 노출된 음식물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한국인의 불임률은 2002년에 비해 2배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재 7~8쌍의 젊은 부부에서 1쌍 꼴로 불임이 나타난다고 하니,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 추세에서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낳고 싶어도 못 낳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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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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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진 (211.XXX.XXX.129)
감사합니다-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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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0 15: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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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jk (211.XXX.XXX.106)
서울지역 51명이 무슨 의미인지 궁겁네요. 조사의 최소 단위인지? 어떤 경로로 조사대상에 선정됐는지? 1천만 시민 중에서 51명에 대한 조사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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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14: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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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210.XXX.XXX.73)
글에서 정보가 부족해 죄송합니다.
2007년 6월 19일 국립독성연구원이 연세대의대 소아비뇨기과 교수에 의뢰해 서울지역 남성 51명을 대상으로 정자운동성과 정자수를 조사한 결과 입니다. 이에 대한 정보출처는 2007년 동아일보 6.9일자를 참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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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14: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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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jk (211.XXX.XXX.106)
그렇다면 비뇨기과 환자, 정자수가 모자라던지 운동성이 모자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는 얘기겠네요. 일반화의 대상으로는 적합치 않다고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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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15: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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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 (210.XXX.XXX.73)
환자는 아니구요. 정상적인 젊은이를 대상으로 해서 나오거구요. 환자라면 이런 기사를 이렇게 쓰진 않겠죠. 다만 샘플링한 수가 적다는 것은 그 만큼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같은 식으로 2000년 초에 비슷한 조사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샘플링 수가 적다고 해도 결과는 매우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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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15: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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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건강한 흙 1그램 속에는 미생물이 2억마리가 살고 있다는데 지금 우리 농촌의 흙 1그램 속에는 고작 4천만 마리 밖에 살고 있지 않다는 보고가 몇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더 많이 줄었겠지요?
제초제와 농약의 남용,화학비료의 과다 시비가 주범일 것이고 화석연료의 사용도 일조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흙속에 생존하는 미생물의 숫자와 남성들의 정자수는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단순히 정자의 축소에 그치는게 아니라 종족보존까지 위협 한다는게 문젭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할 때는 필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토양의 오염을 불러 미생물은 더 줄어들 것이고 남성들의 정자 역시 줄어 불임이 보편화돠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정치인들은 아무도 정자의 수난에 대해서 모르쇄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유의미한 문제제기를 해주신 박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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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8 21: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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