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의 숲길_(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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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의 숲길

김수종

2011년 10월 20일 (목) 03:55:10

살갗에 다가오는 가을의 산 공기는 신선하지만 눈으로 들어오는 그 빛깔은 우수를 느끼게 합니다. 왠지 어디론가 가고 싶어지는 계절, 오늘은 제주도의 가을 숲길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요즘 너무나 잘 알려져서 너도 나도 걷겠다는 올레길은 아닙니다.
‘장생의 숲길’을 꼭 걸어보라고 해서, 며칠 전 걸어 보고 추천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한라산 동북사면으로 30분을 달리면 ‘장생의 숲길’에 갈 수 있습니다. 약 300헥타르의 숲이 울창한데 이곳이 제주도의 명품 숲의 하나인 ‘절물자연휴양림’입니다. 이 자연휴양림을 한 바퀴 돌아 최종적으로 오름 정상으로 이어지게끔 숲길이 뚫려 있습니다.
숲길을 두어 시간 걷고 또 걷다 보면 목책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타고 20분쯤 오르면 일망무제의 오름 정상에 서게 됩니다. 이곳이 해발 697미터의 ‘절물오름’입니다. 오름 꼭대기는 제주도 오름의 특징인 분화구가 움푹 패여 있습니다.


	절물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라산

이렇게 숲길과 절물오름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 길을 일컬어 ‘장생(長生)의 숲길’이라고 부릅니다. 제주시민들은 보통 ‘절물휴양림’으로 부르지만, 이 길에 들어서면 어쩐지 ‘장생의 숲길’이라는 이름이 썩 어울려 보입니다. 푹신푹신한 검은 흙을 밟으며 약 11킬로미터를 걷는 길입니다. 수림 사이를 뚫고 빗살처럼 밀려오는 햇볕이 영롱합니다. 화산재와 썩은 나뭇잎이 섞여 이뤄진 흙은 색깔이 까맣고, 관중 고사리가 여기저기 손을 벌린 것을 보면 원시림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살 것 같은 기분이 절로 듭니다.

10월 상순의 절물오름은 가을이 여름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기온은 서늘해졌고 나뭇잎은 약간 누른빛을 띠기도 했지만 여름의 추억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나뭇잎은 여전히 싱싱했습니다. 이곳에는 근래 한라산을 뒤덮기 시작한 조릿대가 허연 색깔을 머금고 산등성이를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 허연 산죽 잎사귀 사이로 마치 열병하는 로마 병정들처럼 보랏빛 꽃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투구꽃인 줄 알았더니 동반한 사람이 ‘한라돌쩌귀’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한라산 기슭에만 자생하는 희귀종 식물이라고 합니다. 나의 눈으로는 그게 투구꽃인지 한라돌쩌귀인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식물분류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보랏빛 색깔의 야생화가 주는 아름다우면서 서늘한 이미지가 좋았습니다.

제주도에는 360여 개의 오름(화산폭발로 생긴 제주도의 산을 가리킴)이 있다고 합니다. 섬 전체에 마치 사발을 엎어놓은 것 같은 원추형 오름이 옹기종기 널려 있습니다. 제일 높고 큰 오름은 물론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이지만 해발 3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새끼 오름도 많습니다. 서울에서 기자를 하다가 ‘제주올레’에 미쳐 4년째 제주에 묻혀 사는 ‘천안 여자’ 안은주씨(제주올레 기획실장)는 “아무리 작은 오름이라도 밖에서 바라볼 때와 오름 정상위에서 내려다 볼 때 제주도의 모습이 너무 다른 게 신기할 뿐이다.”고 말합니다.

해발 698미터의 절물오름은 꽤 높은 오름입니다. 그러나 그 몸체는 둘레가 2,500미터 정도로 아담하게 작습니다. 분화구 정상에 섰을 때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한라산이었습니다. 직선거리로 불과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한라산 정상부가 마치 카메라의 줌렌즈를 당겼을 때처럼 눈앞으로 달려 들어왔습니다. 아마 한라산 몸체 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절물오름 정상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라산이 아름답다기보다는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입니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전체 면적 약 300헥타르, 90만평에 이릅니다. 이 넓은 숲 중 30만평은 인공으로 조림한 삼나무 숲이고, 60만평은 제주도 자생의 활엽수림입니다. ‘장생의 숲길’은 그 면적 비례로 인공의 삼나무 숲과 자연의 잡목 숲을 골고루 맛보며 걷는 묘미가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는 이 숲에 노루생태체험장, 각종 산책로, 도서관, 산림문화휴양관 등 숲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감미료일 뿐이고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검은 흙길, ‘장생의 숲길’입니다. 흙길을 밟으며 걷다 보면 갑자기 신발을 벗어던지고 싶어집니다. 왜 신발을 벗어들고 걷지 않았는지 뒤늦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달호 (222.XXX.XXX.158)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장생의 길을 걸어봐야겠읍니다. 신발을 어떻게 할 지는 가보고 결정해야겠지만요. 저희 제주국제훈련센터 1주년 기념행사를 어제 가졌읍니다. 혹시 제주에 계시는 줄 알았다면 초청장이라도 보냈을텐데 역시 아쉬움이 남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빕니다. 정 달 호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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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4 18: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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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현 (222.XXX.XXX.158)

김 수 종 선생님.

아름다운 수필 한 편 잘 읽었습니다.

세상이 장생의 숲길처럼 또한 그 모습을 담아낸 선생님 글처럼

부드러워 지고 선선해 지면 좋겠습니다.

시끄럽고 시대 정신도 아닌 이념논쟁 좀 제발 멎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 봉 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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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1 14: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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